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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676g | 140*205*35mm
ISBN13 9788950962272
ISBN10 8950962276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성공서적   평점4점
  •  ▶▶▶▶▶(!!!사진확인해주세요!!!)안녕하세요 성공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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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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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이 되면 훨씬 클 거야.”
“그래?”
“자라고 계속 자라서 사람으로 변할 거야.”
“음, 넌 지금도 사람인걸. 우리 둘 다 사람이야.”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는 ‘진짜’일 텐데. 텔레비전 안 사람들은 그냥 색깔로 만들어진 거고.
“응, 내가 소년을 또 낳으면, 그 애도 진짜 사람이 될 거야. 아니면, 거인이 될 거야. 착한 거인. 여기까지 자라야지.”
나는 풀쩍 뛰어서 침대 벽 높은 곳, 거의 지붕이 비스듬히 시작되는 곳 가까이 손을 짚었다.
“근사한데.”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안 좋은 말을 했다는 뜻이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난 채광창을 뚫고 바깥 세계로 나가서 행성 사이로 슉슉 자랄 거야. 도라랑 스폰지밥이랑 내 친구들을 찾아가야지. 강아지 러키랑 같이.”
--- p.26


* 옷장 안에 들어가면 자야 하지만, 나는 몇 번 싸웠는지 세어보았다. 사흘 동안 세 번이었다. 한 번은 초 때문에, 한 번은 쥐 때문에, 한 번은 러키 때문에. 다섯 살이 된다는 게 하루 종일 싸워야 하는 거라면 차라리 다시 네 살이 되고 싶었다.
“잘 자, 방아.”
나는 아주 조용히 말했다.
“잘 자, 전등아, 풍선아.”
“잘 자, 화덕아. 잘 자, 식탁아.”
엄마가 말했다. 나는 씩 웃었다.
“잘 자, 글씨 공아. 잘 자, 요새야. 잘 자, 깔개야.”
“잘 자, 공기야.”
“잘 자, 온갖 소음아.”
“잘 자, 잭.”
“잘 자, 엄마. 참, 벌레들도. 벌레들 잊지 마.”
“잘 자라. 잘 자라. 벌레야, 물지 마.”

--- p.73

* “왜 엄마는 여기서 사는 게 싫어?”
엄마는 일어나 앉아 티셔츠를 내렸다.
“난 안 끝났어.”
“끝났어. 네가 이야기를 시작했잖아.”
나도 앉았다.
“왜 나랑 같이 방에서 사는 게 싫어?”
엄마는 나를 단단히 잡았다.
“엄마는 언제든지 너랑 같이 있는 게 좋아.”
“하지만 방이 작고 구리다고 했잖아.”
“아, 잭.”
엄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난 바깥에서 사는 게 더 좋아. 하지만 너랑 같이.”
“난 엄마랑 같이 여기 있는 게 좋아.”
평생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 p.138

* “엄마한테 말하듯이 그 사람들에게 말해봐. 내가 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뭐라고 말할래?”
“우리가 납치당했어요.”
“아니, 내가 그 집이나 차, 도로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너랑 엄마가…….”
나는 다시 말했다.
“너랑 엄마가…….”
“아니, 넌 ‘우리 엄마랑 내가’라고 해야지.”
“너랑 내가…….”
엄마는 숨을 내쉬었다.
“좋아, 됐어. 그냥 쪽지를 주면 되겠다. 쪽지는 아직 안전하지?”
나는 속옷 안을 보았다.
“없어졌어!”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이 느껴졌다. 나는 쪽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앞쪽에다 보관해. 혹시라도 떨어뜨렸으면 이렇게 말해. ‘나는 납치당했어요!’ 말해봐. 그냥 그 말만.”
“나는 납치당했어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또렷하고 크게.”
“나는 납치당했어요.”
나는 소리쳤다.
“아주 잘했어. 그러면 그들이 경찰에 연락할 거야. 경찰은 방 을 찾을 때까지 집집마다 뒷마당을 수색할 거고.”
그리 확신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내가 상기시켜주었다.
“토치로.”
우리는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죽은 척하기, 트럭, 빠져나오기, 뛰어내리기, 달리기, 사람, 쪽지, 경찰, 토치. 아홉 가지였다. 머릿속에 한꺼번에 다 넣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엄마는 당연히 할 수 있지, 넌 엄마의 영웅이니까, 다섯 살이니까, 라고 했 다. 아직 네 살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p.209~210

* “자, 그 지옥에서 2년이라는 소중한 젊음을 보낸 뒤에 두 번째로 임신하신 걸 아셨는데요. 혹시 그런 기분이 든 적이 있으셨나요? 억지로 그 남자의…….”
엄마가 끼어들었다.
“난 구원받은 기분이었어요.”
“구원받았다, 아름답군요.”
엄마는 입술을 비틀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어요. 난 열여덟 살에 낙태를 했지만 그건 후회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부풀린 머리를 한 여자는 입을 약간 벌렸다. 그러다 그녀는 종이를 내려다보고 다시 엄마를 보았다.
“5년 전 그 추운 3월의 어느 날 당신은 원시적인 조건에서 혼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셨습니다. 그것이 당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었나요?”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최고의 일이었죠.”
“아, 물론 그러셨겠지요.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니까요.”
“네. 하지만 제게, 잭은 모든 것이었어요. 난 다시 살게 됐답니다. 중요한 것이 생긴 거죠. 그래서 그 뒤에는 얌전하게 굴었어요.”
“얌전하게? 아, 그러니까.”
“잭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생각뿐이었어요.”
--- p.374~375

* “그래. 난 그가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엄마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국은 못 가.”
“그럼. 그 밖에 있어야지.”
“똑똑, 아무리 두드려도 못 들어가.”
“맞아.”
“하하.”
소방차 두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다.
“할머니는 그가 더 많다고 했어.”
“응?”
“그런 사람들. 세상에는.”
“아.”
“사실이야?”
“그래. 하지만 복잡한 게, 세상에는 중간쯤 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단다.”
“어디쯤?”
엄마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엇을 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선과 악 사이 어딘가에. 양쪽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
--- p.507~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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