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감정에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매달리고 있던 업무가 허사가 되고, 그만큼 쇼크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는데도 갑작스레 눈물이 나와 버려 ‘이것 참, 역시 일이 엉망이 되니 안타깝긴 했나 보군’이라고 새삼스레 깨닫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자기 신체의 생리적인 반응을 느끼고, 이에 대한 착각으로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에 다른 해석, 가령 ‘귀찮은 일이 사라져서 안심이 되어 눈물이 나왔다’와 같은 해석이 가능한 조건이 있다면, 또 다른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연애 감정도 같다. 일단 연애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면 ‘이 사람 아닌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도 없어!’라는 필연성은 실제로는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경우가 많다.
--- p.44, 「누구든 상관없다는 아니다」중에서
게임은 좋아하지만 공부는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이 아이는 부모로부터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론 좀처럼 공부하질 않는다. 이에 난처해진 부모는 “매일 공부 열심히 하면 다음에 새로운 게임을 사 줄게”라고 말을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아이는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때의 아이는 ‘새로운 게임’을 얻을 수 있는 외발적 동기를 토대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외발적 동기부여는 외부에서 우리를 어떤 활동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보상이 주어지니까 한다, 하지 않으면 벌을 받으니까 한다와 같다.
--- p.67, 「좋아하는 것으로 동기를 부여한다’ 중에서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듯이 닮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끌린다. 동향, 동창, 동기, 동업, 동세대, 동년배, 동포, 동료 등이 인맥이나 파벌의 기반이 되는 이유는 유사성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는 듯한 유착관계도 잘 생긴다. 세일즈맨인 지라드는 이런 유사성의 원칙을 세일즈에 응용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솜씨를 가졌더라도 공통점이나 유사점을 찾아낼 수 없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때는 손님의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어 거짓 유사성을 만들어냈을 게 틀림없다.
--- p.131, 「거짓말이라도 상대방에게 동조한다’ 중에서
인간에게는 갖가지 욕망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최대의 목적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여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이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은 온갖 술책을 부리고 지혜를 짜낸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이 험악한 인간 사회의 실상이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는 나머지 욕망에 시달리고 욕망에 지배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 욕망만큼 강한 유혹은 없다. 인간이 지닌 이중, 삼중의 성격과 본성을 감춘 가면은 모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기 위한 수단이다.
--- p.202, 「욕망으로 상대를 추리하는 방법’ 중에서
말을 꺼내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진다든지 트집을 잡는 사람이 있다. 그때 그 사람의 마음은 흥분 상태에 있으므로 설득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런 때는 상대의 흥분을 진정시켜 줄 필요가 있다. 평상시와 같은 태도는 효과가 없다. 화제와는 상관없는 상대방의 복장이나 센스, 집이나 정원 등을 지나칠 정도로 계속 칭찬해 주면 신기하게도 상대의 공격이 점차 둔화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타이밍을 잘 맞추어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가면 상대는 손쉽게 이쪽의 작전에 말려든다.
--- p.255, 「공격적인 상대에게는 칭찬으로 접근하라’ 중에서
그렇다면 술자리에서 한 약속은 어떨까. 혹시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동료들끼리 술집에 가서 취한 김에 상사의 험담을 하거나 “알았어, 내일 회사 출근하면 우리 같이 불만을 얘기하자”라고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끼리의 약속이다. 우리 넷이서 같이 얘기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척이나 용감하다. 그러나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술자리의 약속은 분위기 탓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자리에서 한 약속을 잘 지키면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 p.326, 「술자리에서 한 약속일수록 더욱 잘 지켜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