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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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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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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23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5617412
ISBN10 895561741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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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세균맨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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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의 서정을 잇는 현대 일본 서정 문학의 진수 『환상의 빛』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데뷔작 중 한 편으로 평가받는 「환상의 빛」의 원작 단편집 『환상의 빛(幻の光)』이 서커스에서 출간되었다. 수많은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을 포함하여 현재 일본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연출작인 「환상의 빛」은 베네치아, 밴쿠버, 시카고 국제 영화제 등에서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도 시네필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작품이다. 원인 불명의 자살로 남편을 잃은 젊은 여자의 상실감을 독특한 서정적 영상으로 묘사한 「환상의 빛」은 삶과 죽음이라는 대극이 지척에 있을 수 있다는 삶의 불가해함을 절제된 스타일로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소설 「환상의 빛」은 영화 언어로는 부득이하게 생략될 수밖에 없었던 디테일들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영화보다도 단연 낫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와 달리 죽은 남편에게 말을 거는 여성 화자의 독백체로 된 소설의 어조는 때로는 담담하고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아이 같지만 그런 목소리 속에서도 불쑥불쑥 죽은 남편의 부재에 대해 대답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모습은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초반에 잠깐 다뤄진 할머니의 실종 사건은 소설 전체의 테마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략된 것이 아쉬웠는데 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도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 외에도 주인공 유미코의 초경 이야기나, 유미코가 소소기로 재혼하러 갈 때 만난 재일 한국인 아줌마의 강인한 모습 등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은 영화 언어보다 우월한 소설의 서사성만이 줄 수 있는 감상의 즐거움을 더해 줄 것이다.
「환상의 빛」은 오랜만에 소개되는 서간 문학의 참맛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을 띤 이 작품은 왕복 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온전한 의미의 서간 문학은 아닐지도 모른다. 수취인 또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남편이라는 점은 그러한 면모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하지만 수취인 부재의 편지라는 형식은 발신인의 간절한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는 주체가 부재한다는 이 소설의 정조인 애절함과 안타까움, 쓸쓸함을 더 한층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란 생각보다 멀지 않으며 죽음은 삶의 외곽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을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제로 볼 때 이 수취인 부재의 편지 형식은 단순히 특정한 개인을 향한 발신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존재를 향한 편지라는 함의를 띤다고도 할 수 있다. 김혜리 씨의 추천의 글대로 이 소설은 ‘기도’에 가까우며 그 기도가 향하는 대상은 어떤 절대자를 향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미야모토 테루는 20세기 후반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통해 일본적 서정을 보여준 것처럼 산문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현대 일본 서정의 진수를 보여준 작가이다. 「환상의 빛」은 그런 미야모토 테루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수록된 작품들

표제작인 「환상의 빛」을 포함해 총 네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상실과 이별에 얽힌 추억들을 다룬 작품들로 우리가 살면서 불가피하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에 관해 다룸으로써 삶의 의미를 묻고 인간 존재의 나약함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환상의 빛」

‘당신은 왜 그날 밤 치일 줄 뻔히 알면서 한신 전차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갔을까요......’
오사카에 사는 이십대의 젊은 아내 유미코는 어느 날 밤 늦게 남편이 전차에 치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편의 사체에서는 약물도, 알코올도 검출되지 않았다. 도박도 하지 않고, 여자관계도 없고, 죽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빚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는커녕 첫 아이가 태어난 지 세 달밖에 안 되는데 남편은 아무런 단서도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치일 때까지 전차 선로 위를 묵묵히 걷다가 죽었다.
유미코는 재혼해서 소소기 바닷가에 있는 작은 어촌에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지만 행복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전 남편의 부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죽은 남편을 향해 이제는 대답될 수 없는 질문들이 일상의 틈으로 삐죽이 나오지만 결국 그 대답은 들을 수가 없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목욕탕에서 들려오는 새남편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죽으려는 사람의 그 마음의 정체를 알려고 필사적으로 이리저리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쓸쓸함과, 마음조차 전달할 수 없는 애절함과 안타까움이 유미코의 독백을 통해 절절히 울리는 가운데 삶과 죽음의 경계란 과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하는 화두가 대자연의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으로 떠오른다.

「밤 벚꽃」

아들의 일주기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야코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하숙인을 들일까 고민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그런데 젊은 전기수리공이 하숙인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와서는 단 하룻밤만이면 되니 아야코의 집에서 잘 수 있겠느냐고 요청한다. 청년의 희한한 요청에 아야코는 이상이 있는 가전도구들을 고쳐주면 생각해보겠다고 장난처럼 대답해버렸는데 청년은 진짜로 집의 가전도구들을 다 고쳐주고 저녁때 오겠노라며 돌아간다. 그때부터 아야코는 집안에 낯선 타인을 들이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해 저물 무렵 청년이 이불보따리를 들고 나타나는데 낮에는 아무런 언급도 안 했던 젊은 여성을 데리고 온다. 자신의 집을 러브호텔 취급하는 것 같아 기막혀 하는 아야코에게 청년은 여자를 소개한다. 오늘 구청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한 자신의 아내라고. 벚꽃이 아름답게 핀 정원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싶어하는 가난한 청춘의 모습과 상실의 노년을 겪는 화자의 처지가 화려한 밤 벚꽃을 배경으로 절묘하게 펼쳐진다.

「박쥐」

나는 도심에서 우연히 재회한 친구로부터 중학교 때의 친구 란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는다. 불륜의 상대와 밀회를 즐기러 가던 나는 죽은 친구에 얽힌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린다. 뜨거운 여름, 수업이 끝나고 란도는 자신과 함께 한 여자아이를 만나러 가자고 제안한다. 주소만 들고 오사카 교외의 빈민가를 헤맨 끝에 여자아이의 집을 찾고 란도는 그 여자아이와 함께 은밀한 곳으로 가버린다. 란도와 여자아이가 숨어 있을 하늘 위로 박쥐가 무수히 날고 나는 란도가 건네주었던 단도로 란도의 가방을 찢어버린다. 사춘기의 어렴풋한 성욕과 불륜을 저지르는 현재가 그 뜨겁던 여름날 박쥐가 날던 하늘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침대차」

거래처와의 회의를 위해 도쿄로 가는 밤기차를 탄 나는 기차 안에서 불쾌한 직장 상사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같은 칸에 탄 노인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노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부모 없이 의사인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집에 놀러 왔다가 익사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난다. 사고 이후 그 친구와는 서먹해져 서로 안부를 모르고 지냈는데 대학생 시절 그 친구가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한다.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할아버지와 나는 예전의 사고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 바쁘고 치열한 직장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상실감을 느끼는 일상인의 감정과 소중한 손자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처연한 모습을 오버랩시켜 보편적인 삶의 상실감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걸어도 걸어도」와 「원더풀 라이프」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소설 「환상의 빛」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장편 연출 경력을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불현듯 남겨진 자가 삶에 끝없이 메아리치는 비극적 순간의 의미에 대해 곱씹는 이야기니까. 이때 미야모토 테루가 눈을 두는 것은 난폭하게 틈입한 짧은 순간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 나선형을 그리며 고통스럽게 맴도는 긴 세월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걸쳐 있는 박명의 빛줄기를 바라보며, 그는 시간의 소금기가 묻어 있는 아름답고 쓸쓸한 문장들을 또박또박 적어나간다. 생의 진창 속 시린 발목을 이제 그만 문질러 없애고 공기 속으로 휘발되고 싶은 피로가 있다. 하지만 그 빛 너머로 훌쩍 넘어갈 수 없는 지금,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말을 걸고 또 건다. 미야모토 테루가 그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그랬다. 해답이 끝없이 미끄러지는 질문들의 연쇄가 결국 문학을 만들고 영화를 빚는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필사적으로 침묵을 경청해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환상의 빛」도 그랬다. 가늠조차 못할 이유로 남편을 잃어버린 유미코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검고 긴 옷으로 몸을 감싼 그 여자의 혼잣말과 인생을 향해 던졌을 힐문들을 오랫동안 상상했다. 영화를 먼저 접한 한국 독자에게 소설 「환상의 빛」은 뒤늦게 도착한 유미코의 편지다. 하지만 그것은 서러운 독백도, 죽은 남편을 그리는 ‘미망인’의 연서도 아니다. 유미코의 수취인은 차라리 신(神)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버틴, 기도에 가까운 문체의 이 소설은 두려운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은 살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죽고 싶어서 죽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생의 무도한 불가해함은 가혹한 허방인 동시에 매일 몸을 일으켜 다시 살게 만드는 요염한 신기루-환상의 빛이라는 것.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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