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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염증에 걸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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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염증에 걸린 마음

: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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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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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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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PC(Mac)
파일/용량 EPUB(DRM) | 31.89MB ?
ISBN13 979115675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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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뇌 속 세로토닌 호르몬 부족을 우울증 원인으로 보고 만들어진 항우울제는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그렇지만 모든 우울증 환자가 항우울제 덕을 본 건 아니다. 이 책은 우울증이 단순히 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염증과 우울증 간 관계를 규명한다. - 손민규 인문 M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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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우울증에 대해 자신 있고 일관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은 순전히 마음의 문제인가? 그것은 ‘단지’ 매사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의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왜 뇌세포에 작용하는 약들로 우울증을 치료할까? 그렇다면 그건 ‘정말’ 뇌 속의 문제이기만 한 걸까? 우리는 우울증에 걸린 친구나 가족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잘 모른다. 정작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우리 자신일 때는 그 사실을 밝히는 게 수치스럽기도 하다.
--- p.27

나는 내가 대견했다. P부인의 증상을 더욱 자세히 파고들어 작은 의학적 발견을 했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류머티즘성관절염 때문에 나를 만나러 왔지만 나는 거기에 우울장애라는 진단까지 추가했으니까. 나는 선배 의사에게 이 중요한 소식을 알리려고 서둘러 달려갔다. “P부인은 관절염만 있는 게 아니라 우울증도 있습니다.” 내 예리한 진단에 대한 그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우울증? 글쎄, 자네가 그 부인이라면 우울증에 안 걸리겠나?”
--- p.29

지금은 내가 의대에서 배웠던 것 중 틀린 내용이 많았다는 게 분명해졌다. 혈뇌장벽이 뇌와 몸 사이의 모든 면역학적 혼선을 막아내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 불리는 혈액 속의 염증 단백질이 혈뇌장벽을 뚫고 몸에서 뇌와 마음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사이토카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사이토카인을 처음 들어보는 독자라면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뇌를 포함한 몸 전체에 강력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p.37

우리 몸의 염증 상태, 즉 면역계가 위협을 각성하는 수준은 우리의 기분과 우리가 생각하는 내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몸의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이는 다시 우리가 우울증으로 알고 있는 기분과 인지, 행동의 변화를 불러온다.
--- p.52

우리가 아무리 데카르트의 회의론을 칭송하고 인간의 몸을 기계로 본 그의 혁명적 시각을 높이 산다 해도, 그는 우리에게 과학적 의학이 아직도 풀지 못한 난제 하나를 남겼다. 데카르트주의 의학에서 마음과 몸은 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그 둘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몸은 의사들의 영역이며,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으로 알 수 있다. 정신은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의 영역이며 자기성찰적 추측 혹은 행동을 기반으로 한 추론으로만 알 수 있다. 환자들은 이원론에 의해 분리된 몸과 마음의 문제에 관해, 글자 그대로 다른 문을 통과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가, 다른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
--- p.94

오늘날에는 오히려 염증이나 자가면역 때문에 발병하거나 합병증이 생긴 것이 아닌 질병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또한 우울증과 피로, 불안을 비롯한 정신적 증상과 연관되지 않는 질병을 찾는 것 역시 똑같이 어렵다. 관상동맥에 생긴 염증 때문에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은 이후 몇 주 동안 우울 증상이 나타날 위험성이 50퍼센트, 주요 우울 삽화major depressive episode를 겪을 확률은 20퍼센트에 달한다. 장기간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도 불안증과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상당히 증가한다. 그리고 우울증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이자 심장마비에서 회복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당뇨병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최소 2배 높아진다. 다발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주요 우울 삽화가 생길 확률이 3배 높고, 자살 위험성도 커진다. 이런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HIV, 암, 뇌졸중, 만성기관지염 등 어떤 병이든 댈 수 있다.
--- p.101~102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우울증에 대해 갖고 있던 해법, 그러니까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심리치료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가진 치료법의 거의 전부다. 두 방법 모두 평균적으로 그럭저럭 효과가 있고, 일부 환자에게는 눈에 띄게 더 좋은 효과를 낸다. 그럭저럭 괜찮은 방법들인 것이다. 그러나 프로작이라는 태양이 발전의 지평선 저편으로 넘어간 이후로,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장애에 대한 중요한 새 치료법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 p.156

간단한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포도당 역시 진성당뇨병을 진단하고 인슐린 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즉 진단과 예측 모두에 사용되는 생체지표 중 잘 알려진 또 한 예다. 이렇게 의학의 모든 분야에서 이미 수십만 가지 생체지표가 존재하고 그 수와 정교함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오직 정신의학 분야만 예외다. 현재 정신의학 진료에서는 어떤 혈액검사도 어떤 생체지표도 사용되지 않는다.
--- p.161

세로토닌 생체지표가 있다면 우리는 막연한 희망 사항이나 허풍에 기대지 않고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근거 있게 사용할 수 있고 이는 환자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세로토닌 생체지표는 임상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된 적이 없고, 아주 전문적인 연구에서조차 세로토닌을 측정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 p.162

세로토닌 조절 약물로 우울증을 치료할 때 참조할 생체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생체지표가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생체지표가 없으므로, 우리는 자신이 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느냐고 묻는 환자들에게 명쾌하게 대답할 수도 없다. 앞으로도 한 가지 약을 시도해보고 그 약이 듣지 않으면 다른 약을 시도해보는 시행착오 방식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점은 우리가 앞으로도 모든 우울증을 다 똑같은 병으로 취급하고 치료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우울증 환자와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우울증 환자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면, 내가 모즐리병원 진료실에서 그랬듯이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 모두가 세로토닌 수치가 낮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들 모두가 같은 상태일 거라고 무작정 가정해야 하니 말이다.
--- p.163~164

세로토닌은 우울증 및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항우울제에 관한 이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동물의 뇌에서 염증이 세로토닌의 작용을 방해한다니, 염증이 가장 미세한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우울증을 일으키는지가 드러난 것이다. 염증이 시냅스에 방출되는 세로토닌 양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시냅스 내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정반대의 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이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즉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나 기타 항우울제 치료가 잘 듣지 않는 많은 환자에게 염증이 있을 확률이 특히 높은 한 이유일 것이다.
--- p.206

현재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이 마치 면역계라는 연못에 커다란 바위를 던진 것처럼 각종 면역세포들의 작용 및 상호작용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별을 겪으면 자기의 최전방을 순찰하는 대식세포들이 화가 나서, 즉 더 활성화되어서 더 많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혈류 속으로 뿜어낸다. 대식세포의 과도한 활동은 죽상경화증으로 두꺼워진 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심혈관이나 뇌혈관에 혈전이 생성될 위험을 높이고, 그러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일어날 가능성도 더 커진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어째서 마음의 상처로 죽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 p.218

이른바 정신질환자라 불리는 사람이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것은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같은 신체질환 때문이다. 이는 분리 정책이 시행되는 의료체계 안에서 조현병과 조울증은 순전히 마음의 장애로만 다루어지고, 그런 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가 인정받지도 치료받지도 못한 신체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중증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적절한 의료, 교육, 사회 서비스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정신증 증상에 흔히 사용하는 일부 약물은 체중을 증가시키고 당뇨병을 유발한다. 많은 요인이 작동하고 있지만, 중증 정신질환이 암만큼 치사율이 높다는 엄연한 사실은, 중증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조현병 환자 들의 조기 자살 사망률 때문에 데이터가 편향된 통계상의 왜곡이라며 무시하고 넘길 수 없다. 모든 연령대의 중증 정신질환자 중 상당수가 심각한 신체질환을 앓고 있다. 그들은 마음과 몸을 분리해놓은 의료제도를 상대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에 있다.
--- p.259~260

염증성 우울증을 치료할 신약이 개발되면, 우울증 환자 가운데 이 치료에 적합한 이들을 가려낼 혈액검사, 그리고 염증 생체지표에 의해 치료에 반응하리라고 예측되는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약물 실험도 타당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새로운 항우울제로 승인받는 데 필요한 엄격한 기준들을 만족시키며 이 모든 일을 해내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내가 기대하는 최선의 상황은 지금부터 5년쯤 지나면 P부인처럼 동반 이환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항염증약이 나오고, 5~10년 뒤에는 주요우울장애가 있는 일부 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항염증약이 나오는 것이다.
--- p.276

제약업계가 임상시험을 계속하도록 용기를 주는 사실이 있으니, 바로 이미 개발되었거나 다른 질병들에 대해 사용 승인이 난 항염증약 수십 종이 염증성 우울증 치료에도 유용하게 쓰일 잠재성이 있다는 점이다. 업계 용어로 이를 용도 변경이라고 한다. 원리상 이는 맨바닥에서부터 새로운 항염증약을 개발하는 일, 그러니까 최초의 생화학적 선별 연구에서부터 동물실험을 거쳐 제1상 안전 연구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우울증과 관련된 일련의 면역계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곧바로 제2상 단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인간 면역계에서 표적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밝혀진 약물이 우울증 환자에게도 효과를 낼지 여부를, 비용과 시간을 더 적게 들이고 덜 위험하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 p.27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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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데카르트 이후 몸과 마음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고를 지배해왔다. 하지만 마음은 뇌에서 비롯되고, 뇌는 몸의 일부이기에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음이 없는 뇌’ 혹은 ‘뇌가 없는 마음’ 같은 독립적인 관점이 데카르트 이후의 크나큰 오류였다. 이 책은 세로토닌으로 대표되는 그동안의 우울증 기전과는 다른 ‘면역력과 염증’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우울증을 설명한다. 염증과 우울증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이제 합리적 의심을 넘어 분명한 사실이다. 아마도 5~10년 안에 염증성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되어 임상에서 사용될 것이다.
- 권준수 (서울대학교 정신과학·뇌인지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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