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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레닌주의와 러시아혁명의 현재성
러시아혁명과 세계혁명: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혁명과 이행 _이재현 레닌의 사회주의론 재검토 _정성진 소비에트 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 러시아혁명에서의 코뮌과 국가, 마음의 문제 _최진석 제2부│20세기 이행의 아포리아와 21세기 이행의 정세 68운동이라는 수수께끼: 이율배반으로서의 68운동 분석 _서동진 문화대혁명의 문화적 조건: 부단한 혁명에서 계속혁명으로의 전환과 그 인간학적 요구에 관한 고찰 _피경훈 무정형의 불만과 저항: 브렉시트와 코빈의 노동당 _서영표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혁명사 인식 _임춘성 제3부│21세기의 새로운 사회적 연대와 혁명 전략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적 연대 전략에 관한 인지생태학적 밑그림 _심광현 마르크스 이론으로 ‘생태주의’에 질문하기 _김민정 21세기 이행과 기본소득 _강남훈 21세기 혁명과 이행에서의 주체 형성 전략 _박영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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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남한 사회에서 이행기 과제를 성취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는 혁명적 에너지에 관해서도 글로벌한 수준에서 ‘보존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즐겁게 상상한다. 또 혁명적 지구에도 ‘풍선 효과’가 작용한다고 상상한다. 글로벌 규모의 불균등 발전 과정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중의 혁명적 에너지가 인종주의·고립주의 정책 및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되거나 짓눌리고 있지만, 반대로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와 더불어 한반도 남쪽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바로 그만큼 혁명적 지구가 부풀어 오르고 있다.
--- p.66 그동안 트로츠키를 비롯한 일부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레닌과 스탈린의 차별성과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의 옹호자로서 레닌과 마르크스의 공통점을 과장해왔는데, 이는 근거가 희박하다. ‘마르크스=레닌=트로츠키’라는 문제 설정 속에 억압되고 가려져 있던 마르크스 자신의 공산주의론 또는 비레닌주의적 공산주의론은 복원되고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는 21세기 공산주의의 르네상스를 위한 필수적 조건의 하나이다. --- p.106 마음의 문제에는 국가에 의지하고 국가를 희구하는 대중의 ‘반동적’ 욕망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대중의 자기통치적 권력이라는 정의에서 은밀히 ‘대중’을 지워버릴 속셈이 아니라면, 우리는 대중으로부터 발원한 보이지 않는 손짓과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 손짓과 목소리야말로 소비에트 민주주의와 프롤레타리아 독재, 코뮌과 국가 사이에 무한히 넓게 펼쳐져 있는 인민의 마음의 영토를 채우는 질료들일 것이다. --- p.160 미적·문화적인 것이 죽었다고 고지된 지금 여전히 이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물론 앞서 말한 자본의 적대성을 헤아리는 것뿐이다. 바로 그 자본의 적대성과의 관계 속에서 미적인 것은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렇게 돌아온 예미적인 것이 예술의 부활이 될지 아니면 더 이상 예술의 이름을 빌리지 않은 새로운 미적인 실천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미적인 것이 더 이상 세상에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부조리한 생각은 없을 것이다. --- p.192 문혁의 근본적인 동기를 문혁의 결과로부터 이격시켜서 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지하듯 문혁은 대혼란과 무질서로 규정되어왔다. 기존의 문혁에 대한 인식론 안에서 문혁은 대중 역량의 무제한적 방출로 소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혁으로 접근해가는 마오쩌둥 인식 변화의 궤적을 통해 문혁을 일으킨 근본적인 동기가 단순히 대중 역량의 무제한적 방출로 귀결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층위에서 마오쩌둥이 시도하고자 했던 것은 모종의 윤리적 요구를 포함하는 계급의식을 일련의 교육 또는 문화운동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었다. --- p.232 계급의 이름을 복원하고 착취를 정치 분석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저항을 정치적 실천의 중심에 놓는 것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지탄하는 바로 그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이미 주어진 기성제도 안에 갇혀 미래를 보지 못하는 퇴행의 덫에 걸려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기존 질서를 굳건히 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위선적인 모습을 ‘합리적’, ‘현실적’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다. --- p.260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을 단일한 잣대로 규정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고수하면서 자본주의를 적극 수용해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을 ‘이행(transition)’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장기 근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반식민·반봉건 사회를 거쳐 1949년 인민공화국, 즉 사회주의 사회로 이행했다. 그리고 지금은 포스트사회주의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관점을 바꿔 말하면, 아편전쟁 이후 저급한 자본주의를 거쳐 1949년 이후 국가자본주의, 그리고 개혁개방 이후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경과하고 있는 것이다. --- p.295 무엇보다 지난 10년 사이에 제출되었던 ‘적 - 녹 - 보라 연대’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새로운 전략을 허공에서 찾기보다는 이미 제출되었지만 실천되지 못했던 연대 전략을 재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총평해보면, 적 - 녹 - 보라 연대 전략의 필요성이나 타당성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전략을 자신의 활동 영역에 적용해보거나 적과 녹과 보라 운동 사이의 연결고리를 확충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전개된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환원주의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 습관에 여전히 머물러왔다고 할 수 있다. --- p.332 특히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기존 노동 조건과 생활 조건을 후퇴시키려는 기득권의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현재의 조건을 지키려는 노동운동은 방어적 성격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기후 운동과 같은 공세적인 운동이 확대되기 힘들다. 그렇기에 노동운동의 방어적인 운동과 기후 정의의 공세적인 운동이 서로 결합해 힘을 배가시켜야 한다. --- p.373 4차 산업혁명은 가격을 0으로 만들어 상품 경제에서 비상품 경제로 전환되는 영역을 늘리고 있다. 나눔 경제 영역이 커지면서 사적 소유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발명품인 인공지능은 공유 자산에 기초한 공동 생산에 의해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진다.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의 활용은 임금노동 일자리를 대폭 줄이고 있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21세기 생산력의 발전에 조응하는 제도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늘어나는 실업자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을 넘어선다. --- p.401 게다가 억압은 저항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억압에 순응하는 노예를 생산하기도 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폭로는 행동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절망과 무기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미국의 트럼프나 일본의 아베를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로 만든 것도 다름 아닌 분노한 대중의 ‘증오’였다. 대중의 억압되고 박탈된 욕망이 불러오는 증오는 권력에 저항하기보다 오히려 자기보다 약한 자에 대한 공격을 생산하고 자신의 욕망을 초자아에게 전이시킴으로써 절대 권력을 생산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폭군은 대중의 슬픈 정념을 먹고 자란다. --- p.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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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 100주년,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설 새로운 역사를 모색하다
1917년 발생한 러시아혁명은 20세기 최대의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소련이 몰락하면서 러시아혁명의 명예는 실추되고 말았다. 친자본주의 세력은 ‘역사의 종언’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본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했다고 대대적으로 설파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득의양양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전면화되면서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밝혔던 자본의 논리와 모순의 논리가 사회적으로 표출되었고, 그 결과 잘 알다시피 오늘날 자본주의는 전반적인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진보좌파 이론을 발전시키고 운동의 상호 소통을 도모하기 위해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한국 최대의 진보좌파 학술문화 행사 조직인 맑스코뮤날레는 단일 정치 조직이 아니라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 맑스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다양한 단체와 독립적 개인들의 공동 전선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맑스코뮤날레는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러시아혁명을 새롭게 평가하는 작업을 주제로 삼았다. 물론 러시아혁명을 역사적으로 기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현재의 사회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혁명의 과거, 현재, 미래를 3부로 나눠 11편의 글 수록 제8회 맑스코뮤날레에서 발표된 글을 묶은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는 러시아혁명을 둘러싼 수준 높은 검토와 고민을 담았다. 이재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혁명과 이행 개념을 문헌사적으로 검토한 뒤 이를 토대로 러시아혁명을 세계혁명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정성진은 레닌 사회주의론의 전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레닌의 사회주의론은 마르크스와는 거리가 있고 제2인터내셔널의 유산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히면서, 소련의 몰락은 마르크스가 아닌 레닌 사회주의론의 실패였다고 주장한다. 최진석은 소비에트 민주주의의 정신을 4월 테제에서 발견하고자 시도한다. 2부에서는 20세기 혁명운동을 평가하면서 이행 전략이 갖는 한계들을 검토하고 21세기적인 방식의 이행을 고민한다. 서동진은 68혁명을 러시아혁명이나 레닌주의 모델에서 벗어났다고 규정한 시각은 자본주의 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피경훈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매우 이질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결합된 것이며,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경제 분석에는 결여되어 있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의 주체적 측면을 발견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한다. 서영표는 브렉시트를 전후로 한 제레미 코빈의 노동당에 주목하면서 유럽에서 중도좌파의 우경화와 극좌파의 고립을 배경으로 등장한 신좌파 신우파 현상을 분석한다. 임춘성은 리쩌허우의 근현대 사상사론에 주목하면서 현재 중국을 포스트사회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3부에서는 현대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 속에서 새로운 탈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혁명과 이행 전략을 검토한다. 심광현은 인공지능 시대를 가속화시키는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사회 구성체의 배치 형태 변화를 전반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연대 전략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 김민정은 현대 사회의 생태 위기를 생태주의의 틀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마르크스주의가 생태주의와의 대화의 끈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남훈은 기본소득이 단순히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틀 내에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생산관계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이행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박영균은 적 - 녹 - 보라 연대를 위한 조건들을 탐색하면서 마르크스주의, 생태주의, 페미니즘 간의 연대에 따른 가치를 보편적인 가치로 만드는 헤게모니 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의 패권질서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자본주의 혁명을 이행하기 위해 좌파에게 주어진 과제 제시 오늘날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를 넘어 새로운 역사적 시간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따라서 혁명과 이행은 20세기로 막을 내린 과거의 전략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한 저자의 말처럼 “우리 앞에는 충분히 성취 가능한 이행의 길이 놓여 있다. ‘일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나이브한 소시민적 소망을 ‘일한 시간만큼 분배받는’ 사회에 대한 공산주의적인 전망으로 바꾸어”내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지금은 좌파들이 “자본이 파괴하는 삶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실험적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대중의 실천으로부터 배워” 21세기 이행기의 새로운 혁명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