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온 세상의 금은보화를 다 합친 것보다 더 귀한 존재”라고 한 가톨릭노동청년회 창설자 죠셉 까르딘 추기경님의 정신은 저를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했으며, 사회적 구조악을 보게 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하느님이 행하는 창조사업의 조력자로, 계승자로 당당하게 바로 서게 하시고 지금도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70년대에 떨리는 마음으로 진정제 두 알을 먹어가며 시작한 노동조합 활동은 그 뒤 노동운동으로, 사회운동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반전 평화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모든 운동은 사적인 이익이나 개인적 출세, 영웅심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일이었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곡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으며 살아가는 평화(平和)로운 세상, 인간다운 세상을 향하여 구체적 실천으로 행동하는 삶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나는 마침 노동자였고 국민이기에 내 소임을 다 하는 것이 운동하는 삶이라 생각하며 노동운동을 신앙으로 알고 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노동자는 온 세상의 금은보화를 다 합친 것보다 더 귀한 존재」 중에서

『선한 싸움꾼 박순희 아녜스』는 60년대에 가톨릭노동청년회에서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노동운동과 반전 · 평화운동에 평생을 몸 바친 박순희의 지난 삶의 기록이다. 박순희가 지난 세월 함께 활동했던 동료와 동지들이 말하는 그녀의 삶과 박순희가 말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단상과 한국 교회가 나아갈 길이 이 책에 담겨있다.<br/> <br/> 박순희의 삶은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1968년에 인간의 존엄함과 노동의 중요함을 잊지 않고 일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명으로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을 시작했다고 박순희가 밝히고 있듯이 이후의 그녀의 삶은 자신이 가졌던 신념과 사명을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976년 박순희는 원풍모방 노동조합 부지부장이 되면서 어용노조를 몰아내고 민주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조합원을 교육하고, 조직화 ? 의식화하며 치열하게 활동했고, 1980년대 초반에는 건설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협박과 수배, 해고를 무릅쓰며 활동하다 결국 노동쟁의법 제3자개입금지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한다. <br/><br/>박순희의 위와 같은 활동은 1987년의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자 계급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대두되기 훨씬 이전에 벌어진 노동운동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1970년대의 노동운동이 여성 노동자들이 중심되어 벌어졌다는 사실과 도시산업선교회 등의 천주교 교회와 단체들을 통해 노동자들이 의식화되었고 연대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삶을 통해서 생생하게 드러난다.<br/><br/> 박순희의 관심은 노동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과 불공정한 한미 소파협정 폐지를 위한 투쟁에 참가하기도 하고, 대추리 지킴이로 1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평생 해 왔던 ‘선한 싸움’을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선한 싸움’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또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br/>

언니의 첫인상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작고 아담한 키에 통통한 몸, 믿음직스런 언니로 보이는 얼굴. 포근하고 포용력 있어 보이는 언니 모습을 보고 내가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습니다.
언니와 건넨 몇 마디 대화 속에서 ‘저렇게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런 사람은 자주 만나야 나도 노동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맑은 가을 하늘 덕분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날 언니는 내 가슴에 바로 자리 잡고 앉아버렸습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박순희 아녜스는 종교적 심성을 간직하고 세상을 사는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속에서 철저하게 살고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 수도자의 삶을 사는 것이 그의 이상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를 감히 작은 예수라 부르고 싶습니다. 미화하기 위한 찬사가 아닙니다. 그의 60평생 중 30년 넘게 동지로 살아오면서 평소 마음에 품은 생각입니다. 우리에게 귀한 사람입니다.

문정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