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이 즐겨 쓰는 말 가운데 '주 멍 푸'란 게 있다. 이 말은 '나는 이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라는 뜻이다. 그건 내게 아무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 그 일이 어떻게 되든 나는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는 제3자의 일에 지나지 않으니 내게 말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 말이야말로 프랑스인들의 사고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 p.16-17
프랑스인들은 불친절하고 거친 면이 있지만 인사말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의식이다. 전화번호를 잘못 돌린 외 국인들은 쏟아지는 욕바가지에 당황하기 일쑤다. 친구 사이에서도 모욕스런 욕이 마구 오간다. 영국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한번 모욕하면 그 앙금이 평생간다. 그러나 프랑스 젊은이들은 욕이 배에 서로 대놓고 욕설과 모욕 ,비난을 퍼부어대지만 , 다음날이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 자연스런 관계로 되돌아간다. 또 프랑스인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화장실 사용이다....
--- p.37
투우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놀이'가 아니라 그들의 인생 철학이 응축된 의식(儀式)인 것이다. 그러나 투우의 철학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투우란 잔인하기 짝이 없는 피투성이의 동물학대요, 끔찍한 살육의 현장에 지나지 않는다.
289p.
외국을 얘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며칠간 주마간산식으로 훑어본 이들에겐 하고싶은 얘기가 많겠지만 ,오래 살수록 그 나라에 대한 말을 아끼게 된다. 그 깊고 오묘한 문화들을 어찌 정형의 틀로 쉽게 규정지어 얘기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같이 강한 개성과 다른 사고를 가진 개체의 집합인 한 사회와 민족을 몇 마디 말로 성격 규정한다는 것은 너무도 큰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한 민족집단의 공통적 특성은 존재한다. 수많은 예외를 전제로 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 분모가 존재하는 것이다.
--- 머리말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독일인 독일말에 '그만하면 됐다(gut geung)란 것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우리 말의 썩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볼 때 완벽 이상의 수준이 아니면 독일인은 절대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이런 완벽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개선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독일인들은 '이상적인 상태'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p.110
아시아인이 서유럽을 논한다? 이것은 분명히 난센스일 수 있으며 아시아적 안목을 궁극적으로 탈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유럽인 자신의 검증을 받기 위하여 C.바흐트켐퍼 씨의 도움을 받았다. 그로부터 많은 자료를 제공받았음은 물론, 내용 전반에 대하여 유럽인의 안목에 대해 검증을 받음으로써 이 책의 내용이 편협한 한국적.아시아적 시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머리말 중에서
세계화 물결을 타고 봇물처럼 해외로 해외로 떠나지만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온 것일까! 아무리 보고 느끼려 해도 꽁꽁 숨겨진 한 나라와 민족의 참모습은 결코 짧은 기간 스쳐가는 나그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에 대한 안내서는 즐비해도 그네들의 참모습을 알게 해주는 안내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해외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참모습과 의식 구조, 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며, 이는 바로 이 책을 쓴 의도이기도 하다.
---머리말 중에서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을 누구나 알고 있다.
--- p.머리말
빈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알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죽음에대한 이야기,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나누는 오스트리아인들의 뇌리에는 아마도 늘 보아왔던 유명인사들, 특히 황제들의 장엄한 장례식 장면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잘 알 고 있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등 오스트리아에서(빈에서) 활동했던 대 작곡가들은 거의 장엄 미사곡을 남겻다. 이는 황제나 제후, 귀족들의 장례식을 화려하고 숭고하게 장식하기 위한 것으로, 오스트리아인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