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런저런 행동이 자칫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18년 동안 그런 결론에 도달한 나는 대학 1학년 때, 내 인생의 테마를 일찌감치 정해버렸다. 즉 섣불리 타인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되도록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내 쪽에서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드는 기회를 줄일 수 있고, 그런 식으로 불쾌해진 누군가에게서 상처받는 일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에서 처음 아키요시 히사노를 만났을 때, 세상에는 저렇게 자신감 과잉에 바보같이 순진하고 게다가 둔감한 사람도 다 있구나, 라고 나 혼자 진심으로 어이없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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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 폭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로 시작된, 질문이라는 형식만 빌린 그녀의 주장은 솔직히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나 나올 듯한, 듣는 사람의 얼굴까지 화끈거릴 만한 것이었다.
이른바 이상론이라고 해야 할까. 강사는 그녀의 주장을 듣고 비웃음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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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비밀결사의 이름은?”
슬쩍 놀려주려고 말했는데 아키요시가 입을 툭 내밀며 생각에 잠겼다.
“아, 그렇다면 목적이나 용도가 한없이 애매하다는 뜻에서…….”
손가락 끝으로 내 티셔츠를 가리켰다.
“모아이!”
어딘가에서 대충 구입한 내 티셔츠의 가슴팍에는 그래픽 디자인 모아이상(像) 하나가 옆을 향하고 서 있었다.
--- pp.31~32
괜찮다.
나 자신이 아닌 것을 밀어붙이면서 사는 것도.
잘못된 짓이 아니다. 잘못됐을 리가 없다.
잘못된 짓이, 아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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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의 모아이는 우리가 만든 모아이이면서 동시에 그때의 모아이가 아니다.
처음에 지향했던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을 만든다’는 이상, 멤버 모두가 납득하는 형태로 운영한다는 약속은 이미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조직과는 완전히 형태가 달라져버린 채, 이제는 학교 안에서 득세하는 거대 단체로 존속하고 있다.
--- p.63
감정적으로 미래를 향해 그려본, 이론 따위는 모두 빼버린 모습. 이상이라고 부를 만한, 그런 누군가 같은 순진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응?”
“해보자……. 모아이와, 좋아, 싸워봐야겠어.”
--- pp.6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