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대한 한·일 두 민족의 태도가 달랐던 것은 한·일 두 민족이 중국 문화를 수용함에 있어서 그 가치관과 역사적 체험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소중화사상에 따라 한자를 원리 원칙대로 받아들였지만, 일본은 중국 대륙과의 사이에 바다를 완충 지대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중국을 의식하는 일 없이 자기들 편한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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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일본어는 같은 계통어로서 文法(문법)가 거의 일치하고 'r'과 'l'의 구분이 없는 등 구조적으로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계통어라면 거의 대부분의 기초 단어가 일치해야 하는데 의외로 한,일간의 기초 단어는 일치하는 것이 적습니다. 한,일 두 나라 말 가운데 같은 계통에서 나왔다고 지목되는 단어는 대부분 문화에 관계되는 것, 즉 文化語이며 기본 動詞끼리는 일치되는 것이 적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 p. 29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나쁜 습성 중의 하나로 ‘괜찮아요 사고 방식’을 꼽는데, 이것은 무슨 일이든 대강대강 넘기고 간단히 괜찮아요 해버리는 한국인들의 습성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우리에게 이런 성향이 있다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어떻든 이것에 반대되는 것이 바로 일본인들의 ‘ 고다와리’정신입니다.
--- p.364-365
일본어는 웃고 들어가서 울고 나오는 외국어라고들 하지요? 어순도 같고 어휘도 비슷한게 많아 슬슬 배워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장벽에 부딪칩니다. 왜 그럴까요? 남의 나라 말을 배운다는 건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게 아니라 그 자체를 배우는 겁니다. 아무리 단어를 외우고 또 외워도, 문법을 익히고 또 익혀도 뭔가 한 군데가 막혀 끝끝내 그 언어를 정복할 수 없는 이유는 천 년간 그 언어를 사용해온 민족이 가지고 있는 단 몇 개월, 몇 년간의 학습으로는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머리말중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큰 목적은 의사 소통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의사 소통에서 더 나아가 한 나라의 언어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 p.196
구름(kurumu)과 씨름(sirumu)이 일본어 くも(kumo), すもう(sumo)로 바뀐 것을 보면 가운데 음절 'ru'가 없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현해탄을 건너가는 사이에 바다에 떨어져버린 것인지.... 언어는 점점 짧아지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언어의 경제학'이라고나 할까요? 또 음이 50개밖에 안되는 일본어의 특징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음절이 없어졌지만 일본어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