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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만난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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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를 만난 목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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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74g | 128*288*8mm
ISBN13 9788960214514
ISBN10 896021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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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시골에는 목화밭이 있었다. 여린 목화 봉오리를 생으로 먹기도 했다. 주인은 등하굣길에 긴 장대를 들고 밭머리에 서서 아이들의 손놀림을 방해했다. 목화 봉오리 하나는 귀한 솜이 되었다. 목화는 황소만큼이나 귀한 농촌 마을의 자산이었다. 산업화로 솜이불이 밀려나고 긴 장대를 든 농부도 더 이상 목화밭을 경작하지 않게 되었다.

한 무리 바람이 여름의 꼬리를 자른다. 뙤약볕도 떠나고 나무마다 과일이 변했다. 함박눈 맞은 들판처럼 목화솜이 피었다. 얼굴이 붉은 아이들, 학교에 가지 못하고 목화밭에서 들판이 될 것이다. ‘우리 서로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우리 서로 사랑한 곳도 목화밭이라네’의 유행가 가사는 한국의 노래, 여기서는 1킬로그램에 29숨이다. 하루 종일 일하면 30 내지 50킬로그램 오늘 하루도 식구들 먹을거리 걱정은 덜었다. 친구들 모두 목화밭에서 미래와 사랑을 따보려 한다. 유난히 밝은 별빛과 유성이 흐르는 밤이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추억이 실려 간다. 가을은 성글어가고 그사이 내 고향이 온다.
--- 「가난을 버무린 목화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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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김현조 시인의 시 몇 편을 읽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일, 마지막이듯 사랑하는 일”(「비둘기의 봄」)을 읽으며, ‘좋다. 참으로 좋다’라고 혼잣말을 하고서 또다시 시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갑니다. “동터 오는 해를 마주하며 짧은 탄성에 눈물이 섞여 나온다”. 시인은 “허기진 봄날”에 배고픔을 통해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는 지혜를 터득한 것입니다. 시인은 오래오래 사는 사람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시는 생생한 형체로 빛나며 세상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김현조 시인이 그런 세상을 밝혀 주는 등불 같은 시,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금 같은 시를 남기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 신정일 (문화사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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