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왕의 성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배한척만 빌려 주시오
왕의 성에는 많은 문이 있었지만, 그 문은 청원을 위한 문이었다. 그러나 왕은 언제난 선물의 문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청원의 문을 두드릴 때마다 못 들은 척해 버렸다. -17-
정오쯤, 미지의 섬은 마침내 조류를 타고 바다로 나아갔다. 미지의 섬이 미지의 섬을 찾아서....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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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왜 곧바로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 것 같으냐?
그러나 청원자는 첫 질문에만 대답했다.
배 한 척을 주십시오.
왕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그러자 청소부 여인이 재빨리 밀짚으로 만든 의자를 가져왔다. 그녀가 평소 바느질할 때 앉던 의자였다. 청소하는 것도 그녀의 역할이었지만, 궁전의 사소한 바느질거리, 예를 들어 하인들의 양말을 꿰매는 것도 그녀의 임무였기 때문이었다. 밀짚의자가 옥좌에 비해 무척이나 낮아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었던지라 왕은 두 다리를 편안히 할 자세를 찾아 처음에는 안으로 감싸 보았고 다음에는 양편으로 벌려 보기도 했다. 왕이 두 다리와 씨름하는 동안, 배 한 척을 원했던 청원자는 끈기 있게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그래, 배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왕이 청소부 여인의 의자에서 마침내 어느 정도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나서 청원자에게 던졌던 질문이었다. 그 남자가 대답했다.
미지의 섬을 찾아가려 합니다.
왕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물었다.
미지의 섬이라니?
왕에게는 청원자가 바다 여행에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이런 미치광이는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직설적으로 핀잔을 주는 것은 금물이었다. 청원자가 다시 말했다.
미지의 섬을 찾아가려 합니다.
이제 미지의 섬은 없어.
폐하, 미지의 섬이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모든 섬이 지도에 있지 않느냐!
알려진 섬만 지도에 있을 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네가 찾아가려는 미지의 섬은 어디에 있느냐?
제가 그것을 말씀드릴 수 있다면, 그 섬은 미지의 섬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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