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Opening)1부 기가 막힌 이야기팝콘 전쟁사교육(Intermission)2부 자격증의 시대칰칰퐄퐄 무상급식세상에 나쁜 뼈는 없다손만 잡고 쿨쿨대학교육(Intermission 2)3부 서울을 지켜라 샤샤샤자본주의 골든벨멸공의 횃불(Closing)작가의 말말달리자공교로운 교육(Finale)프로듀서의 말잘 배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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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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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도 결말도 알 수 없는 ‘끔찍한 혼종’ 서사, 그간 귀 기울인 적 없는, 이유 없는/있는 반항의 Gen Z 이야기“진짜가 나타났다!”『못 배운 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정의되거나 요약되고 싶지 않다는 철저한 의지 표명이 도사리고 있어서거나, ‘진짜'여서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실재하는 존재는 복합적이기 마련이므로.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 한 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결승에서 대한민국이 우승을 거머쥐자, 여느 때라면 죽은 듯이 잠들어 있을 학생들도 깨어나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생의 의지를 불태운다. “12년간의 공교육이 해내지 못한 걸, 120분간의 공(ball) 교육이 해낸 것이다.” 이 치사량 이상의 애국심이 들끓는 찰나에도, 메모하기를 쉬지 않는 학생 ‘콩진호'는 예상처럼 서울대에 입학한다. 그러나 막상 입학해 본 명문대는 “가 봤자… 재미없는 녀석들… 겨우 대외활동, 취직, 월급만 꿈꾸는 놈들이 널려 있”을 뿐이기에 콩진호는 평생의 교양 내지 학위를 쌓기보다는 당장의 지갑을 채우는 길을 택한다. 과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던 그에게 60년간의 모든 기출문제와 교과서 내용을 외우는 ‘기가 지니’가 나타나 위기감을 선사하고, 콩진호는 자발적으로 ‘GIGA GINO’가 되기로 결심한다. 『못 배운 세계』는 이처럼 류연웅 작가가 이름 붙인 대로 ‘기묘한 이야기'를 넘은 ‘기가 막힌 이야기' 열 편의 향연이 펼쳐지는 연작소설집이다. 『못 배운 세계』는 책으로 읽는 크라잉넛의 [말달리자](“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놈이 될 순 없어.”) 같다. 물론 ‘못 배운 바보놈'이어도 상관없이 달린다는 점이 다르지만. 팝콘을 튀겨 서울대를 폭파시키는 고교생, 예능 프로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혹은 낮은 출산율을 타개하기 위해 무성애자인 10대들에게 연애를 강요하는 어른들, 반려견에게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맞힐 형편이 안 돼 장난감 같은 주사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온 아버지, 득표를 위해 서민 음식으로서의 치킨과 귀족 음식으로서의 치킨을 구호로 외치는 양 진영의 정치가들 모습은 블랙코미디라는 표현으로는 담기 힘든 K-black(한국식 검정)을 보여 준다.등단이라는 수면 아래에서 끌어올린, 혹은 등단이라는 지평선 너머로 쏘아올린 새로운 세대의 소설가이 책을 만난 독자들은 고민할 것이다.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무감해야 할지. 적지 않은 인물들이 활약하는 이 소설에서는 정작, 자신의 가치판단을 통해 무언가를 이룩해 내어 그 가치관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결정적인 실수를 통해 생을 반추하고 정반대 길로 들어서기로 하는, 그야말로 평면적이거나 입체적이라고 불리는 스테레오타입의 프로타고니스트/안타고니스트가 잘 찾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울대입구역이었던 자리를 차지한 ‘재미없는역', 현실에서는 노잼이 죄이지만 문학의 세계에서는 예스잼이 죄이기에, 안전가옥 프로듀서의 엄정한 판결을 거친 열 편의 이야기가 유죄 판결을 받아 『못 배운 세계』에 박제되는 벌을 받았다는 작가의 말로 미루어 볼 때, 『못 배운 세계』에는 그저 ‘재미'라는 규율만이 인물 위를 군림하고, 상황을 주무르는 듯하다. “저는 쓴다는 행위를 통해 기존의 저로부터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고양예고 다니던 놈이 안전가옥에서 책을 냈어?! 선인세로 이사를 했어?! 4층에서 6층으로 갔어?! 나는 더 위로 갈 테야. 힘든 사람에게 필요 한 것은 위로가 아니야. 같은 환경에 있었지만 그걸 극복한 사람의 증명이지. 나는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 늘 작가가 되고 싶었고 아무튼 그걸 하고 있어.” ―작가의 말에서류연웅은 2018년 가을, 안전가옥의 첫 번째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다. 그 공모전의 이름은 ‘남들은 한창 좋을 때라는데 정작 나는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일단 끄적인 이야기를 내면 되는 공모전’이었다. 이 긴 이름의 공모전 지원 역시 등단이란 제도를 벗어나기 위한 사투의 일례였고, 이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못 배운 세계』는 그 내용은 물론이고, 띄어 쓰는 형식, 단락을 구분하는 형식, 활자에 목소리를 담고자 다채로운 서체를 써 나가는 형식까지, ‘곧이곧대로 배운' 눈에는 낯설게 들어온다. 이는 자신이 체감한 황홀한 ‘초월'의 경험을 독자에게도 함께 나누자는 류연웅식 ‘반교육'의 제안일 것이다.“뭔 소리야. 그냥 나는 글 쓰는 사람들 꿈에 다 나타나. 그리고 똑같이 말해. 제발 좀 쓰라고. 공모전 좀 내라고. 그러면 다들 그러지. 아직은 아니에요. 조금 더 실력을 쌓은 다음에요. 넌 안 그랬잖아. 그러니까 네가 상을 많이 받은 이유는 많이 쓰고 많이 냈기 때문이야. 문학은 그거 말곤 없어. 내가 뭘 도와준 것도 없고.”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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