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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398g | 130*188*20mm
ISBN13 9791161110509
ISBN10 11611105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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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하늘에 뜬 달을 기억한다. 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아주 조심스럽게 생명이 넬리우의 몸을 떠나가는 동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반짝이던 그의 창백한 얼굴에 비치던 그 달을 나는 기억한다.
--- p.13

인간은 뭔가 이뤄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가진 좋은 기억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산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도 알고 있다. 이 시대가 내 발아래 보이는 저 도시만큼 어둡다는 것을. 세상이 너무나 흉해서 별들조차 그 위에서 반짝이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아름다운 경험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드물어서 그 기억이 저장되어야 할 우리 뇌의 커다란 공간이 텅 비고 잠겨져 있다는 것을.
--- p.20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더 명확하게 보이는 걸까? 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죽음이 다가왔을 때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걸까? 넬리우의 입에 약물을 흘려 넣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 p.64

나는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강도들에게서 도망칠 때 내 생명 자체가 달리고 있었던 것처럼,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는 그 말들 속에 지금 내 생명이 놓여 있어요.
--- p.97

나는 우리 인간 속에 자리한 악마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계속 생각했다. 어째서 야만은 항상 그 야만을 그리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p.99

넬리우는 일단 누군가 항상 자기 곁에 있는 걸 더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에르메네질두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아무도 없이 혼자가 되는 것이라고 여러 번 넬리우에게 말했었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건 마치 그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 p.115

넬리우는 여러 번 그 아이들에게 달려가 같이 놀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느꼈다. 그러나 넬리우는 자신에게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넬리우는 자신의 유년기와 자신의 나이를 이곳 도로들이 자신을 삼키기 전 마지막 밤을 보낸 해변에 보이지 않는 껍질처럼 벗어두고 왔다.
--- p.154

넬리우의 인생에는 오직 단 하나의 과제만 있었다. 살아남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면 넬리우는 불안해졌다. 뭔가 다른 걸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살아남는 것 말고 뭔가를 더 해야 한다.
--- p.214

넬리우는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들은 계속 살아있을 것이라 믿었다. 저마다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고 소중한 알맹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과는 다른 날에 대한 꿈, 재회, 잠잘 침대, 그들의 머리를 가려줄 지붕, 신분증에 대한 꿈이었다.
--- p.220

넬리우는 자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지금 어쩌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먼 훗날 언젠가는 이 아이들이 침대와 소파에서 잠을 잘 것이고, 배부른 사람들만이 꿀 수 있는 꿈을 갖게 될 것이다. 미래는 어쩌면 마르케스의 집처럼 생겼을 것이다.
--- p.234

죽는 건 쉽지 않아요. 아무도 우리에게 미리 가르쳐 줄 수 없는 유일한 일이 바로 죽음이에요.
--- p.273

지구는 더이상 둥글지 않다. 지구는 다시 평평해졌고, 이 도시는 그 평평한 지구의 맨 끝 가장자리에 놓여 있다. 언젠가 다시 폭우가 쏟아져서 경사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쓸어버린다면 그 집들은 강물로만 처박히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가장자리 밖, 더이상 받쳐줄 바닥이 없는 곳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 것이다.
--- p.321

나는 가난한 이들, 넬리우와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살면서 공짜로 받는 유일한 것이 죽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주어진 삶을 날것 그대로 살도록 강요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삶 다음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어떤 기쁨을 준비하거나, 기억들이 빛날 때까지 매끄럽게 다듬거나, 두려움 없이 다음 날을 만날 기회가 결코 없었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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