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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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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7

: 전두환과 5공 잔혹사,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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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08g | 150*221*16mm
ISBN13 9791187373902
ISBN10 118737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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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 교육이라는 건 아주 심한 가혹 행위의 연속이었다. 구타, 얼차려 같은 걸 통해 육체적 고통을 주는 일이 계속됐다.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의 피해자 진술을 보면, 김아무개는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합을 받았으며, 야밤에 옷을 벗긴 다음 찬물을 붓거나 각목과 쇠파이프로 수없이 자신을 폭행했고, 철조망 근처만 가도 실탄 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부대에 있던 안아무개의 경우 추운 겨울인데도 새벽에 연병장에 집합시킨 다음 물 묻은 빗자루로 알몸에 물을 뿌리고 움찔거릴 때마다 몽둥이로 구타하는 일을 당했다고 한다. 이 사람은 4주 교육을 받으면 전과를 말소해준다는 형사 말에 ‘전과 없이 깨끗이 살고 싶어’ 입소했다. 그리고 삼청 교육을 받던 중 11사단 감호생 소요 사건으로 무기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1989년 청송감호소에서 출소했다. 박아무개는 교육받으면서 제일 참기 어려운 것이 배고픔이었고, 동료들 간에 서로 좋고 나쁜 사람을 평가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p.47~48

민정당 등 전두환·신군부 권력에 의한 정당 만들기 작업은 한국 정당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희대의 희극이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듯 정당을 만들어냈는데, 보안사는 공장이었고 민정당은 제품이었다. 국민이나 주권자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민주 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당 제조 작업으로, 이는 한국 정치 애사哀史이자 민주주의 장송곡이었다. 이런 식의 정당 제조는 세계 정당사에서도 희귀한 사례에 들어갈 것이다. --- p.106

정보 기관이 여당과 야당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의 집중이 심하다고 할까,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일제 강점기, 미군정기, 이승만 집권기에 계속 권력이 과대 성장을 했지만, 특히 박정희 집권기에 와서, 그중에서도 유신 체제기에 권력 집중이 한층 강화되었고, 그것을 전두환·신군부가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 여당과 야당을 정보 기관에서 제조해내는 비극을 만들어냈다. 박정희 권력은 정보 정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들 얘기하는 데, 권력의 과대 성장은 정보 기관의 과대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 p.109

공안 당국은 이념성이 강한 점도 주목했겠지만, 광주항쟁 이후 전두환·신군부에 정면 도전한 학생 운동이기 때문에도 학생 운동의 뿌리를 뽑기 위해 연행된 사람들을 가혹하게 고문하면서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였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도 고문에 나섰다. 언더 지도부만이 아니라 그 지도부의 기반이 됐던 학회들의 현황이나 연락 방식까지 모두 드러났다. 당국은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도록 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공안 당국은 무림 사건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는데, 9명이 구속되고 90여 명이 강제 입영됐다. 정체를 뚜렷이 알 수 없고 안개 속처럼 모호하게 연결돼 있다고 해서 무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p.148

무림 사건과 대칭적으로 얘기되는 것이 학림 사건이다. 선도 투쟁을 강조하면서 무림 쪽 언더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고 앞에서 얘기했는데, 그게 바로 나중에 학림으로 불리게 되는 이쪽이다. 이쪽 그룹에서는 학생 운동은 선도 투쟁, 정치 투쟁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며, 그 성과를 받아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 건 노동 운동 쪽이라고 봤다. --- p.148

‘부미방’ 사건 관련자들은 굉장한 중죄인처럼 다뤄졌는데도 아주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스무 살 안팎의 앳된 학생들은 고문으로 몸은 짓이겨졌지만 남녀 학생 구별 없이 자신의 신념과 소견을 분명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왜 미국 문화원에 불을 질렀으며 자신들의 행위가 왜 정당한가를 서슴지 않고 얘기했다. 그런 면에서도 1980년대 학생 운동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줬다. --- p.163

보안사는 강제 징집자 및 정상 입대자 중 학생 운동 전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982년 9월부터 1984년 12월까지 소위 순화 업무라는 걸 진행했다. 순화 업무라는 건 ‘좌경 오염 방지’라는 명목 아래 학생 운동 활동 사항과 조직 체계 등을 조사하고 대상자의 생각과 이념을 바꾸도록 하는 걸 가리킨다. 그리고 순화된 것으로 판단되는 병사들에게 출신 대학교의 학원 첩보를 수집해오도록 요구했다.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것이다. 이걸 녹화 사업이라고 부른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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