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왕은 솔깃해 한발 다가섰다. 녹모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요(堯)임금처럼 하십시오. 요임금은 허유(許由)가 덕망이 높다하여 천하를 넘기려 했습니다. 허유는 천하를 받지 않고 숨어 버렸습니다. 요임금은 허유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실제 천하를 넘길 마음이 없으면서도 넘기려는 척한 것입니다. 요임금은 어진 사람에게 천하를 맡겼다는 평판을 얻고, 또 실제로 천하를 잃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자지에게 왕위를 물려주시면 자지도 감히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대왕께서 요임금과 어깨를 나란히 하실 수 있습니다.”
--- p.61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구나! 호연지기란 지극히 곧고 굳센 기를 말한다. 곧은 마음을 키우고 사악함에 물들지 않으면 이 기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듯 커진다. 호연지기는 의(義)와 동행하고, 도(道)와 함께 간다. 호연지기에 의와 도가 없으면 쭉정이처럼 시들어 버린다. 호연지기는 의로움이 나날이 쌓이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돌이켜 조금이라도 양심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호연지기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 p.94
“갓난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달려가 구하려 할 것이다. 측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와서이다. 아이를 구해 부모와 사귀려 해서도 아니고, 아이를 구했다는 칭찬을 받으려 해서도 아니고,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악평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이 측은지심이 인간의 본래 마음이다. 이것이 강력한 증거이다. 허니, 측은지심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요,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 없어도 인간이 아니다.”
--- pp.15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