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해 어느 날 밤, 호 젠후가 나를 만나러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는, 호 젠후가 나를 먹으러 온 요괴라고 하면서 절대로 만나게 해 주지 않았다. 그는 나를 안방에 감추고 내가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틈으로 보이는 호 젠후의 눈에는 한없는 실망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호 젠후는 두 사람 사이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향해서 외쳤다.
'손 유에,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 그렇다면 내 선물을 받아 주겠어?'
내가 대답하려고 했을 때 문이 탕탕 울렸다. 대답하지 말라는 신호이다. 나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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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위에 서 보렴. 그럼 이런 속삭임이 들려 온단다. 너는 알고 있느냐? 장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영원히 완성은 없다. 중화의 아들들은 모두 장성을 위해서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 너는 이미 쌓았는가?'
--- p.129
'완벽한 사랑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에게는 20년이란 방황의 세월이 필요했다.' 너는 원래 피가 통하는 인간이다. 뛰는 심장을 갖고 있는 거야. 네 머리에는 뇌수가 가득 차 있어, 그러니까 생각할 수 있는 거지. 네 자신의 감각이 갖다 주는 재료를 기초로 네 사상을 형성하고 네 판단을 내릴 수가 있는 거야. 네게는 입이 있어, 그러니까 자기의 마음의 목소리를 표현하고 애무새처럼 나의 흉내를 내지 않아도 좋은 거야. 과거에 너는 그것을 잊고 있었어.
그러나 지금은 너는 기억해 낸 거야. 아니, 발견한 거지. 너는 원래 그러한 본능을 지니고 그러한 요구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너는 의심과 두려움을 품고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지. 그건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니야. 손유에, 괜찮아.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희망해. '같이 만들어내지 않으는가. 우리들은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돼!'
--- p. 231
'시간을 주세요. 남편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보내 주세요!'
나는 노동자 해방군 선전부대에 부탁했다.
'개인의 문제로 투쟁의 기본 방향을 왜곡하지 마시오!'
이것이 되돌아온 대답이였다. 나는 몇몇 친구들을 찾아 상담했다. 그러자 느닷없이 대자보가 나왔다. '손유에, 또다시 반혁명을 책동!' 내게 동정적인 동료가 은근히 나의 실정을 물어와서 내가 이야기를 하면 또다시 새로운 죄명이 덧붙여졌다. 여론을 날조하고 대중의 눈을 속여서 동정을 사려는 자,라고. 이혼장을 보내왔을 때 나는 혼자서 남몰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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