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지워지지 않는 한 아이가 살고 있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자라고 싶지 않은 아이. 그건 네버랜드로 날아가 버린 피터 팬처럼 우리의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잡은 섬 안에서 살고 있다. 귄터 그라스의 소설 《양철북》에 나오는 오스카처럼 성장을 멈추어 버린, 그래서 어린아이의 시선과 두려움과 공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길은 성장을 멈추어 버린 그 아이에게 다시금 성장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랑은 바로 그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프롤로그 중에서
상처를 두려워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에 상처 없는 무균실은 존재하지 않으며, 상처 없는 친밀한 관계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원래 상처투성이인 인간끼리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있어 주는 과정을 통해 각자가 스스로 가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안에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사랑을 통해 내가 결국 나중에서야 깨달은 건 너와 나는 타인이라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런 문구를 읽으면서 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랑할 때 되새겨야 할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가 평생 사랑하는 이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 pp.190-191
방어기제 중에 '투사적 동일시'가 있다. 이것은 어떤 대인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는 자기의 모습이나 특정 대상의 모습을 상대에게 투사시킨 다음, 그것과 관계하는 것을 말한다. 즉 상대와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상대를 통해 내 안의 그 무엇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대방에게 투사시키고 유도해 낸 자신의 일부분과만 관계를맺는 것이다. 하지만 반동 형성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 누구도 무의식 속에서 밀어내 버린다.
누구나 방어 기제를 사용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느냐에 있다. 만약 당신이 돌이켜 보건대 사랑을 함에 있어 과다한 방어 기제의 사용으로 사랑을 그르쳐 왔다면, 그리고 매번 같은 태도를 반복해 왔다면 그것은 위험 수위일지 모른다. 달리 말하면, 당신이 사랑에 연거푸 실패해 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이유가 당신 속에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분명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극복이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 pp.140-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