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비롯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대장금〉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어떻게 지역이라는 삶의 터전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텍스트다. 장금이는 일종의 과학자이자 의학자다. 장금이가 음식을 만드는 것은 음식재료나 그것이 생산되는 지역 생태에 대한 지식, 음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 온갖 지식을 종합하는 행위다. ……〈대장금〉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조상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생태를 알아 가는 과정이며 몸을 치유하는 행위였다.
---「대장금, 한류문화, 궁중음식」,p. 26
서울 반가음식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고, 맛깔스럽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매끼 상에 오르는 국과 김치를 보아도, 국은 기름기를 다 제거하여 맑은 맛이 나도록 하고 김치는 새우젓이나 곤쟁이젓을 넣거나 젓갈 없이 간장으로 맛을 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울의 반가음식이 까다롭고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친 궁중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이러한 조리 절차를 거치면서도 “식품재료의 맛을 가장 잘 발현하도록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한식의 유산: 서울 반가음식」,p. 44
아기를 출산하면 산모에게 소 미역국(고기를 넣지 않은 국)과 흰 쌀밥을 대접한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진 일반적인 풍습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삼신상’이라고 하여 흰 쌀밥 세 그릇과 소 미역국 세 그릇을 정갈한 상에 받쳐 산모가 있는 방의 윗목에 차려 놓고, 아기의 순산을 기원했다. 이 상은 아이의 수태부터 출산과 양육까지 전 과정을 관장한다고 하는 삼신할머니께 바치는 상이다. 삼신상에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삼신께 출산을 감사드리고 산모와 아기의 비호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삶의 중요한 기점마다 먹은 음식: 통과의례 음식」,p. 72
《뉴욕타임즈》는 2005년 8월 7일자에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국 식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음식점의 우수성과 한국 식당의 변화 등을 특집으로 소개하였다. 커버스토리에 ‘김치의 매력’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식당이 타민족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메뉴를 도입하고 변화하는 추세를 ‘새로운 물결’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 4일자에서도 “한국산 숯불구이는 입과 눈과 코, 그리고 손가락으로 즐기는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시각은 음식을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입으로 먹고 마음으로 먹는 것’으로 바라본 한국음식의 깊은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 음식문화의 현장: 한식당의 역사」,p. 110
허균은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하지만, 그가 『도문대작』이라는 음식과 관련된 책을 남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도문대작』은 조리법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팔도음식백과사전에 더 가깝다. 광해군 시절, 당쟁에 휩싸여 귀양을 간 허균은 그간 자신이 먹어본 팔도 곳곳의 음식들을 그리워하면서 이를 지역별로 분류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서문이다. 서문에서 허균은 ‘조선시대 남성 학자들이 식생활에 관해 거의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문제 삼고 있다.
---「멋진 남성들이 쓴 고 조리서 『도문대작』『산가요록』『수운잡방』」,p. 117
우리에게 사랑받는 밥 가운데 비빔밥이 있다. 비빔밥은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개발된 후 ‘최고의 기내식’으로 선정되었고, 마이클 잭슨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영양소도 많은데다가 다이어트에도 좋아 즐겨먹는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또 그 모양새 또한 아름다워 나물을 섞기 전의 비빔밥 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잘 가꾸어진 꽃밭을 보는 듯하다. 노란 콩나물, 하얀 도라지나물, 나무 색을 닮은 고사리나물…… 그래서 비빔밥을 “백화요란하니 화반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음(동물성 식품)과 양(식물성 식품)의 조화와 오방색(황, 청, 백, 적, 흑)과 오미(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맛)의 조화를 함께 지닌 음식이니 음양오행의 철학을 구현한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음식의 기본:밥」,p. 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