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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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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 느린 춤을

: 아주 사적인 알츠하이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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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94g | 135*210*30mm
ISBN13 9791187601098
ISBN10 1187601098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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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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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자도 신경과 전문의도 아니지만, 거의 이십 년 세월을 남편의 머릿속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렇게도 똑똑했던 남편이, 두뇌 회로에 이상이 생기고 서서히 회로가 망가지면서, 지성과 독립성을 잃어간다니 얼마나 부당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지. --- p.14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잔해 더미를 뒤져서 손상된 낡은 사진이나 감정 어린 소중한 물건들을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환자의 과거 기억 중에서 남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짜맞추어서 미래하는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 p.15

알츠하이머병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병에 직면하기 전에 피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즉 발병을 늦추거나, 사고 능력을 파괴하기 전에 흐름을 되돌려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증상이 없는 정상적인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p.19

그이는 과거에 살아왔던 인격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인격 사이의 경계에 서 있었다. 한동안은 두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가능했다. 어떤 날에는 지성이 넘치고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그러다가는 갑자기 그의 눈빛이 거슴츠레해졌다. 무표정해지면서 마치 멀리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는 저 멀리 뭔가를 보는 듯했고, 마치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 p.70

어느날 밤에는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있던 하비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왜 자기 침실에 내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하비는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희생을 인정했다. “당신이 정말 내 아내라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당신에게 너무 가혹하네요.” --- p.98

예전에는 그를 진정시켰던 방법들이 이제는 효력을 잃었다. 약물도 듣지 않았고, 내가 친밀한 손길을 내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그의 정신에는 어두운 면만 남은 듯했다. 하비는 병원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이상하고 음험한 병에 갇혀버렸다. --- p.126

친구들이 던진 솔직한 의문 하나가,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힘든 순간마다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하비도 너처럼 그렇게 했을까? 너를 보살피려고 모든 걸 포기했을 거 같니?”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으로는 반복해서 곱씹어 보았다......하비는 자기 환자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카퍼릿지에 하비를 데려가는 건 그를 떼놓는 일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진실은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자리할 것이다. --- p.163

“널 정말 좋아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누군가가 생겼을 때, 그 설레는 느낌 기억나?” 친구의 말을 듣자 갑자기 내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기억나지 않아. 아무도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지 않아. 아무도 내 팔을 만져 주지 않아. 아무도 내가 잘 지내는지 전화하지 않아. 나는 친구의 말이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p.205

가끔씩 지금은 잃어버린 그의 활기찬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전화 자동응답기의 녹음 메시지 버튼을 눌렀고, 같은 메시지를 듣고 또 들었다. “안녕하세요. 메릴과 나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안녕하세요. 메릴과 나는 지금은 통화할 수 없습니다……” --- p.224

내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어머니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것이어야 했다. 나는 다른 환자보호자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견디는지 궁금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도 자식의 기대와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극도의 피로감이 죄의식보다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조언은, 각자가 처한 생활환경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보호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 라고 포기하게 되는 걸까? --- p.238-239

우리는 직장일과 간병을 곡예하듯 병행하다가, 경력을 포기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찾고, 어쩔 수 없이 조기에 퇴직을 하고, 스스로의 노후 준비를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 중 누구도 자기자신을 순교자나 이타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가 돌보고 있는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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