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진행하던 선배가 출산을 위해 두 달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대타를 맡게 된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그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튀자’라는 전략을 세운다. 안 보여도 상관없다. 반짝이 메이크업, 톡톡 튀는 목소리에다, 음악이 나가는 동안 스튜디오 안에서 춤을 추는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인 그녀는 결국 ‘톡톡 튀는 여자’가 된다. 그녀의 이름은 이숙영,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 올해로 20년째 방송은 물론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년은 아침 방송 사상 최장 연속 진행 기록이다. 그녀는 늘 재치 있는 말솜씨와 개성 만점의 톡톡 튀는 언어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업에 실패해 자살하려고 했던 청취자를 간절한 멘트로 마음을 돌리게 한 적도 있고, 아침 방송에 늦을까봐 아직도 고3 수험생처럼 형광등을 못 끄는 그녀는 영락없는 프로다. 그녀는 오늘도 상쾌하고 산뜻한 방송을 위해 오늘도 톡톡 튀는 패션으로 무장하고, 쉰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열정으로 우리의 아침을 깨운다. 그런 그녀가 20년 방송 활동을 통해 깨달은 대화의 노하우와, 방송 현장에서 직접 만난 유명인들의 특별한 대화법을 책으로 펴냈다. “대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말하기와 듣기로 이루어지는 게 대화죠. 그런데 우리는 듣기보다는 말하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대화를 ‘말하기의 기술’로 보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전 무엇보다 대화는 ‘듣기의 인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드러운 대화 속에는 더 많은 여유와 선택을 꽃피울 수 있는 씨앗이 있으니까요.” 스스로는 그다지 변한 게 없다지만, 20년 동안 청취자들의 스타일은 많이 변했다. 솔직 대담한 청취자들의 ‘사연’이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날아든다. 집안일부터 애정사까지 그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라디오는 안 보이니까 편한 것 같아요. 누구한테 털어놓긴 힘들지만 쏟아 붓고 싶을 때 라디오가 안식처가 되는 거죠.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처럼.” ‘쓰러지더라도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언제까지고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행복과 슬픔에 동참하고 싶다는 그녀, 이 시대의 진정한 ‘라디오 스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