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는 니도 낼모레믄 마흔이다. 크윽, 이 애비가 남당패 따라 댕기느라 느 어미 고생시키고, 느그들 뒷바라지 못한 게 내 잘못이다만, 니가 내를 따라칸다는 보장도 없꼬..."
"그만 하세요. 저도 제 일 알아서 합니다."
"그래 글고, 용재는 형한테 장구쯤 많이 배워야 할끼다. 글고 무엇보다도 용재야."
"예."
"욕심을 버려레이. 특히 눈에 보이는 것들 돈이나 명예. 그런 거 말이다. 장구 제대로 칠라몬 말이다. 알긋제?"
"예에."
술잔이 서너 번 돌아간 후, 아버지는
"크으윽, 오랜만에 한 잔 항께 기분 조오타."
붉게 상기된 성칠의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이 배여 있다. 용렬의 흐릿해진 눈에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에게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초승달이 호젓이 걸려 있는 밤이었다. 저 멀리 등대의 불빛이 깜빡거린다. 밤안개 속에 밤길을 걸어 용렬은 부둣가로 나왔다. 손에 쥔 소주 병을 따서 자리에 앉는다. 잔 속에 아련히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머니,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도 이런 밤이었다.
--- p.121-122
"인자는 니도 낼모레믄 마흔이다. 크윽, 이 애비가 남당패 따라 댕기느라 느 어미 고생시키고, 느그들 뒷바라지 못한 게 내 잘못이다만, 니가 내를 따라칸다는 보장도 없꼬..."
"그만 하세요. 저도 제 일 알아서 합니다."
"그래 글고, 용재는 형한테 장구쯤 많이 배워야 할끼다. 글고 무엇보다도 용재야."
"예."
"욕심을 버려레이. 특히 눈에 보이는 것들 돈이나 명예. 그런 거 말이다. 장구 제대로 칠라몬 말이다. 알긋제?"
"예에."
술잔이 서너 번 돌아간 후, 아버지는
"크으윽, 오랜만에 한 잔 항께 기분 조오타."
붉게 상기된 성칠의 얼굴엔 오랜만에 웃음이 배여 있다. 용렬의 흐릿해진 눈에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에게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초승달이 호젓이 걸려 있는 밤이었다. 저 멀리 등대의 불빛이 깜빡거린다. 밤안개 속에 밤길을 걸어 용렬은 부둣가로 나왔다. 손에 쥔 소주 병을 따서 자리에 앉는다. 잔 속에 아련히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머니,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그날도 이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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