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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1쪽 | 308g | 148*210*20mm
ISBN13 9788994757025
ISBN10 899475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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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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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서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준, 내 어깨, 꼭 잡고 있어.”
쓰토무가 마치 형이라도 된 듯한 투로 말했다. 준은 쓰토무의 어깨를 잡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두 다리를 힘껏 지탱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힘없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쓰토무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었다.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체육관 뒤쪽의 보호자석에서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반 아이들이 준을 받아 줄까?! 그런 생각들이 어머니의 몸을 완전히 휘감고 있었다.
--- ‘1장. 마음의 캐치볼’ 중에서

입학해서 지금까지 준이 쉬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전에 선생님으로부터 준이 마음을 닫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아주 마음에 걸렸습니다. 사실 그 것과는 관계가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선생님께서 꼭 알아두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의 일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오른쪽 다리가 심상치 않았기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보니 진행성 근위축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 병은 전신의 근육이 점점 약해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대 의학으로도 이렇다 할 만한 치료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편지를 읽는 야마모토 선생님의 두 손이 조그맣게 떨렸다.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병의 선고를 받은 이후, 그 아이에게 사실을 말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엄마로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남편과 상의를 했더니 ‘어렵게 중학교에 들어갔잖아. 지금 준에게 그 사실을 말하면 남는 것은 절망뿐이야. 절대로 말해선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남편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자신의 병에 대해서 알 날이 오리라고 생각되나 선생님, 참으로 죄송한 부탁인 줄은 압니다만 그 아이의 병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가슴에만 담아 두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다시 한 번 부탁의 말씀 올립니다. 사실은 선생님을 뵙고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잘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편지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준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지의 글이 야마모토 선생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 ‘1장. 마음의 캐치볼’ 중에서

여러분이 알고 계신 것처럼 저 혼자서는 설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마모토 선생님과 2학년 1반 친구들의 힘을 빌려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야마모토 선생님과 저희 반의 여러분들이 안 계셨다면 저는 학교에 올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야마모토 선생님의 반이 된 것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마모토 선생님과 여러분이 계시니 올해까지 만이라도, 그 어떤 어려운 일이 있다 할지라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유인물의 글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가만히 눈을 감고 듣는 사람, 모두의 마음에 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선생님이 계속 읽어 내려갔다.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2학년을 마치기 전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학교에 올 수 있는 동안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생각입니다. 저는 하루라도 더 오래 학교에 오고 싶습니다. 하루라도 더 많이 여러분과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괴로울 때도 있고 여러 가지로 힘들 때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여학생 중 몇 명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남학생들은 울지 않으려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는 반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언제나 여러분과 똑같이 행동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정말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제 다리로 서 보고 싶습니다. 만약 제 힘으로 설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야마모토 선생님과 캐치볼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마음껏 땀을 흘리며 체육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이 체육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부럽습니다. 자신의 다리로 서 있는 여러분, 걸을 수 있는 여러분이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저의 이 다리로 서 보고 싶습니다!
쓰토무, 겐타, 슌, 유스케 그리고 반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인 다마루 고이치도 자꾸만 코를 훌쩍였다. 겐타가 우웃 하는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책상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야마모토 선생님은 훅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작문의 마지막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저는 여러분께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지만, 여러분들이 체육과 부서 활동을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실 전체가 훌쩍이는 학생들의 소리로 가득 찼다. 잠시 후, 얼굴 가득 울상을 짓고 있던 다마루 고이치가 로봇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쇼지에게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겁니까?”
평소 아이들이 멀리 하기만 하던 다마루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외쳤다.
--- ‘3장. 생명의 그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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