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이를 좋아했지만, 그녀가 부르지 않는 한 놀러 가지도 않았고, 내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거는 일도 없었다. 스스로의 생활의 리듬을 지키고 있지 않으면, 태연하게 남의 생활속으로 파고들어 올 사람이고, 그렇게 되면 스이가 없는 나날이 견디기 어려워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한여름의 한두 주일간은 이상하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듯한 햇살 속에서, 많은 것들이 소리 없이 진행된다. 사람의 마음이며, 사건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가을이 어금니를 갈고 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니,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어느 아침 갑자기 서늘한 바람과 드높은 하늘로 깨닫는다.
아무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스이는 심심하면 전화를 걸어 댔다. 무더운 날에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귓속에서 마음이 썩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거의 말기로구나 싶은 울림이 늘 내포되어 있었다. 그런 때면, 그 밤길에서 달빛을 받고 있던 오토히코의 얼굴이 떠오른다.
밤늦게 스이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몹시 취해 있다는 것을, 목소리로 금방 알수 있었다.
"오토히코가 먼저 잠들었어, 너무 했지?"
나는 처음에는 투정인가 싶어 무시한 채 말했다.
"자고 있었던 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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