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요소 중 ‘1번’이 바로 수수료다. 실제 경매에 참여해 작품을 낙찰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계산할 때 ‘해머프라이스’보다 훨씬 더 내야 하는 것을 분명 기억해 두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낙찰가의 10~12%, 우리나라의 경우 낙찰가의 8~16% 정도다. 게다가 수수료에는 그 수수료의 10%인 부가세가 또 붙는다. 그래서 경매에서 응찰할 때에는 실제 호가하는 액수보다 10% 이상 더 낼 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4500만 원에 그림 한 점을 낙찰했으면 수수료로 10%인 450만 원을 붙이고, 450만 원의 10%인 45만원을 부가세로 또 붙여서 모두 4995만 원을 내야 한다. 작품을 팔 때에도 이보다는 적지만 역시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낙찰가격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 --- p.11
경매에 그냥 구경가는 것은 누구나 아무 절차 없이 할 수 있지만, 응찰을 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연회비 10만 원(서울옥션과 K옥션 기준)을 내고 경매회사 유료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회원에 가입하면 경매가 있을 때마다 도록을 받아 볼 수 있다. 경매 1~2주 전에는 작품을 미리 보여주는 프리뷰 전시가 열린다. 관심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프리뷰 전시를 보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사고 싶은 결심이 섰으면 응찰등록을 해서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p.14
역사에 남는 컬렉터들은 모두 돈이 많았지만, 돈이 많다고 다 훌륭한 미술 컬렉터는 아니다. 간송은 그냥 닥치는 대로 값진 것을 모은 게 아니라, 우리 미술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인 작품을 골라서 모았기 때문에 더욱 높게 평가 받는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총책임자인 최완수 실장은 “간송은 광복 이후 사람들이 조선 후기 시기를 다시 연구해 민족의 자부심을 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모은 것 같다. 간송의 소장품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서 겸재와 추사 연구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간송은 숙종에서 정조에 이르는 조선 후기 125년이 우리 미술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창적으로 부흥했던 때라는 것을 알았고, 그 시기 핵심 작가인 겸재, 추사, 단원, 혜원을 집중적으로 모았다. 겸재와 추사를 연구할 때 꼭 비교해봐야 하는 중국작품들도 같이 모아 두었다. --- p.40
리오 카스텔리는 늘 ‘새로운 작가’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아트딜러계의 위인 격으로 평가 받는다. 이미 유럽에서 성공한 화가인 피카소나 마티스를 리오 카스텔리는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 대신 기존 컬렉터들이 “이게 뭐야?” 하고 놀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작가들, 앤디 워홀, 리히텐슈타인, 프랭크 스텔라 같은 작가들을 다뤘다. 리오 카스텔리는 개인적으로 추상표현주의 작가들과도 친했지만 1960년대에 그는 추상표현주의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할 미술이 아니라 판단하고,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이라는, 추상표현주의와는 전혀 다른 또 새로운 미술에 집중했다. --- p.56
남편이 어느 날 한 미술관 기획 전시를 보고 와서 말했다.“아까 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계속 생각나고 눈앞에 어른거려. 보고, 보고, 또 봤는데, 또 보고 싶다.”바로 이 때다. 어떤 그림이 자꾸 보고 싶고 눈에 밟힌다면, 바로 그 때가 그림을 살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림을 보러 다니는 것에 재미가 붙어서 자꾸 여러 전시를 보러 다니고, 그러다가 좋아하는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마침내 어떤 작품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내 곁에 둬야겠다 생각이 들면, 그때가 비로소 그림을 살 때인 것이다. 이런 과정 없이, 전시도 한번 보러 다니지 않다가 무조건 “요즘 어떤 작품이 뜨나?” “그림 하나 사게 추천해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참 난감하다. 미술작품도 매매가 되니 고급상품의 일종이고, 투자가치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작품을 살 때는 우선 내가 진짜 그 작품을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나중에 그 그림 값이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비참하고 기분이 나빠질까? 아마 미술 자체가 싫어질지도 모른다.
--- pp.7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