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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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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 예담 | 2010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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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587g | 148*210*30mm
ISBN13 9788959134243
ISBN10 895913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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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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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
잿더미 땅에 자그마한 불꽃을 피워 서로의 심장을 밝히고 먹을 것을 나누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온기를 유지하던 촛불은 생명의 감도를 아는 불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직의 불벼락이 아닌 수평의 번짐을 가진 불의 꽃. 한 촛불이 다른 촛불에게 가만히 기대어 자신의 몸의 온기를 나누어 주면서 번져간 불꽃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썼습니다.
하나의 초에 만 개의 불을 나눠 붙여도 최초의 촛불은 흐려지지 않는다,는 지혜로운 이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우리가 경험한 가장 가까운 불꽃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무언가 일어났다면 그것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광장 카페'라고 이름 붙인 공간에서 독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며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상의 미학성,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번짐, 새로운 생명의 감각……. 『캔들 플라워』를 퇴고하는 동안 제 마음에 피어났던 이런 말들이 이 책을 손에 쥔 당신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번져가길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주인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출입구에서 따뜻한 바람이 뭉클 밀려들었다. 입국장을 걸어 나온 소녀가 살그머니 입을 벌렸다. 입을 벌린 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지구의 공기를 처음으로 접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천천히. 눈을 살짝 감은 채 숨쉬기에 몰두하는 소녀의 얼굴이 조용히 빛났다. 막 도착한 이곳의 공기를 신중하게 맛보고 있는 요리사처럼. 가만히 숨쉬기에 몰두하던 소녀가 코끝을 찡긋거렸다. 소녀가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어 공기 중으로 후, 자신의 숨을 불었다. 소녀의 숨결이 번져간 쪽 공기 속에서 무언가 발견한 듯, 소녀가 공중으로 팔을 내밀어 나비를 잡듯 무언가 잡았다. 가볍게 겹친 소녀의 손바닥이 열리자 은빛 솜털을 단 민들레 홀씨 하나가 촉촉하게 땀이 밴 손바닥에 붙어 있었다. 소녀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눈앞으로 올려 은빛 씨앗을 바라보았다.
“아모르 파티!” 소녀가 가만히 민들레 홀씨에게 속삭였다. 손바닥 위의 민들레 홀씨를 들여다보던 소녀가 이윽고 손바닥 위로 훅! 숨을 불었다. 은빛 홀씨가 가볍게 떠올랐다.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홀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지나가던 몇 사람이 소녀를 돌아보았다. 소녀의 출현에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일렁였다. 딱히 소녀의 차림새 때문만은 아니었다. 튄다, 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녀의 일거수일투족엔 튀면서도 오랫동안 몸에 밴 숨결처럼 자연스러운 게 있었다. 은빛 솜털날개를 단 꽃씨가 드넓은 수평 속에 스미듯이. 목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속도감을 버린 꽃씨의 유영처럼. --- pp.13-14, 〈바람 농장의 아이〉 중에서

꿈은 어디 있냐고? 글쎄. 월급 나오는 직장에 붙기만 한다면! 마음 졸이며 ‘후루룩’ 삼키던 라면 국물에 말아 먹은 딱딱한 찬밥 덩이가 혹시? 그건 이미 소화되어 피둥피둥한 살과 누리끼리한 피부로 형질 변화했지. 그렇게 사 년이 훌쩍 지나 어느새 서른을 코앞에 둔 막막한 스물아홉이 된 것이다.
성취감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열심히 습관적으로 한다(행복한가 어떤가 따위는 묻지 말 것). 월급의 일부를 꼬박꼬박 저축하며 결혼자금을 만든다. 결혼한다. 아이를 낳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향해 장기 도전. 내 집 마련. 아이들은 크고. 다 큰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나는 ‘노약자’가 되어. 죽는다.
호오, 이런 명쾌한 덧뺄셈이라니. 물론 그 사이에 복병 같은 괄호들이 때때로 놓이겠지만, 이 명백한 산술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생이여. 희영은 덜컥 겁이 났다. 부랴부랴 여권 사진을 찍고 여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항을 그리워하는 병이 시작되었다.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가는 것이 좋듯이 여권을 들고 공항에 와 비행기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좋았다. 정작 자신은 떠나지 못하면서. 매일 코코돌코나기펭! 주문을 외우면서. --- pp.37-38, 〈코코돌코나기펭〉 중에서

그런데 차츰 궁금증이 생겼다. 초경을 한 내 버자이너가 보고 싶어진 거다. 그런데 아무리 고개를 수그려봐도 볼 수가 없었다. 정확히 내 몸의 어디에서 피가 나와 붉은 꽃무늬를 찍은 것인지 궁금했지만 어떤 자세를 취해도 볼 수가 없었다.
엄마가 만든 흰색 모슬린 원피스를 입고, 조안이 백리향과 크로커스 꽃으로 만들어 얹어준 화관을 쓰고, 작은 여신처럼 뒤뜰 장미정원을 우아하게 걷다가 나는 말했다.
“내 버자이너가 보고 싶어.”
엄마가 방법을 알려주었다. 엄마는 내 손에 할머니가 아끼는 18세기 베네치아산 유리공예 거울을 들려주었다. 하늘이 파랬다. 바람이 향기로웠다. 흰 구름이 떠갔다. 나는 우리 식구들이 가끔 둘씩 마주 앉아 수다를 떠는 그네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모슬린 원피스를 들쳐 올렸다. 거울이 반짝였고, 햇빛이 부서지며 내 꽃을 밝혔다. 사실, 그건 그다지 예쁜 꽃이 아니었다. 분홍빛 도톰한 살로 덮인 좀 뭉툭한 꽃. 따뜻한 햇빛을 받은 내 자그마한 버자이너. 살짝 벌려보았지만 그곳의 어디가 내 몸속과 연결된 구멍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몸속으로 연결된 구멍을 찾으려고 몇 번이나 손거울의 위치를 바꾸고 고개를 수그려보다가 지쳤다. 몸의 중심이 따뜻해지며 졸음이 몰려왔다. 가든 식탁에는 두꺼운 빵조각을 뜯는 식구들이 햇빛 속에서 빛났고, 나는 살짝 낮잠이 들었다. 유리 손거울을 든 채.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 안 예뻤어.” 내가 식구들 쪽으로 다가가며 나지막이 말하자 엄마와 할머니와 조안이 와그르르 웃었다.
“무슨 소리!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 막 피었는걸.”
할머니가 무화과 얘길 했다. “무화과는 속으로 꽃이 핀단다. 그리고 그대로 열매가 되지. 얼마나 달콤하고 향기로운데.” --- pp.58-59, 〈여자사람이 되는 길〉 중에서

촛불의 행진 속에 들어와 있으면 말야. 해안에 나가 놀던 날들이 생각나. 밤 바다 속에 들어가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다가 숨 쉬는 게 분명히 느껴지잖아? 비슷한 느낌이 들어. 우리 모두 레인보우 비치에서 발가벗고 놀던 날들 기억하지? 숨 쉬는 바다가 숨결처럼 파도를 일으키는 거. 생물체 같은 파도의 움직임. 물결의 감촉… 가다가 막히면 행진 방향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파도가 깨지듯이 흩어져 물보라를 날리기도 하지. 밀물과 썰물처럼 자연스레 시위 행렬에 합류했다가 자연스레 빠져나가기도 하다가… 행진하는 사람 자신도 내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 바다가 숨을 쉬듯 전체는 흘러가. 줄을 맞추지도 똑같은 구호를 외치지도 않지만…….
오늘 행진하다가 정말 즐거웠던 순간은 말야. 여러 갈래 물길로 흩어져서 대열이 움직이는데 나랑 내 친구들이 함께 걷던 대열 앞에 전경부대가 떡 나타났을 때야. 이차선 길을 완전히 막아선 전경 부대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눈빛을 주고받은 선두의 사람들이 휙 몸을 돌렸어. 그러자 매스게임을 하듯 차례로 몸을 돌려 대열 맨 후미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선두가 되었지. 길을 막고 섰던 경찰들은 허탈했을까 안도했을까. 외침소리와 웃음. 호루라기소리 속에서 물결은 다시 되돌아가며 새 길이 트일 때까지 또 왁자하며 흘러가는 거였어.
전혀 새로운 방향의 물길이, 막힌 길 끝에서 한순간에 탄생한 거야. --- pp.166-167, 〈안녕, 종이학〉 중에서

“우리 원래 밤길 잘 다녀요. 우리 야자 열두 시에 마치걸랑요?”
한 큐에 경찰의 ‘선도 방송’을 엿 먹인 그 말이 연우의 마음을 가파르게 후벼팠다. 연우는 아이들의 반짝거림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 학교는 전쟁터고 학원마다 문전성시다. 자정 무렵이면 연우의 집 근처 대로변에도 어김없이 학원 봉고 차들이 멈춰서곤 했다. 그 닭장차에서 아이들이 졸린 눈을 한 채 강시처럼 쿵쿵 뛰어내렸다. 밤 12시에!
연우가 시시때때 펼치곤 하는 ‘십 대 사랑론’과 ‘십 대 무장봉기론’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얘들아. 산다는 건 꿈꾼다는 거잖아. 꿈이 없으면 좀비지.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삶이 대체 언제 행복해진단 말야? 학교가 답답하니? 시험지옥이 끔찍하니? 그럼, 짱돌을 들어라. 꼰대어른들에게 기대 걸지 말아라. 너희 인생에 닥친 문제이니 너희들이 해결해라! 아래로부터의 혁명! 너희가 일제히 학교 안 가버리면, 너희가 일제히 시험 안 봐버리면, 너희가 일제히 대학 안 가겠다고 해버리면, 이 끔찍한 학벌사회 뿌리부터 흔들 수 있어. 입시지옥도 깰 수 있어. 너희가 봉기하면 이십 대가 움직이고 삼십 대가 움직이고 부모님이 움직이고 학교가 달라질 수 있어. 단, 너희가 ‘모두!’ 봉기해야지. 너희는 저질러도 돼. 너희가 들면 짱돌도 꽃이 된다. 그게 십 대의 권리야. 너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데! 얘들아 절대 노예로 살지 마라.
가끔씩 날아드는 수아의 지청구에도 연우는 끄떡없이 다소 낭만적인 ‘십 대 사랑론’과 ‘십 대 무장봉기론’을 낭랑한 목소리로 외치곤 했다. 사막을 노 저어가는 배처럼 현실감이 떨어지는 거친 얘기들이지만, 이런 꿈이라도 꾸어야 할 만큼 현실은 형편없으니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 pp.194-195, 〈자정의 광장으로〉 중에서

“키스해도 돼?” 지오가 속삭였다. 대답을 들을 새 없이 지오의 입술이 민기의 입술에 포개졌다. 다가갔지만 차마 딸 수 없는 흰 눈 속 붉은 열매 앞에 멈춰선 것처럼 두 입술이 따뜻하게 맞대어져 있다가 머뭇거리며 열렸다. 지오와 민기 저마다의 내부에서 보드라운 숨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주춤거리던 민기의 긴 손가락이 가만히 지오의 목덜미를 감쌌다. 가만 가만히 숨을 쉬며 지오가 민기의 한 손을 이끌어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유과를 깨문 것처럼 달콤한 침이 온몸에 고여 흐를 것만 같았다. 지오의 손가락이 민기의 등뼈를 건반처럼 짚으며 따라 내려왔다. 아찔한 벼랑과 굽이치는 몸의 계곡을 돌아 나온 달콤한 바람이 이윽고 서로의 혀 끝에 올려지고, 간절해진 어린 몸들이 그 숨결을 삼켰다. 속 날개를 비비며 멜로디를 만드는 여린 목숨들처럼 뜨겁고 여린 신음이 소녀와 소년의 몸속에서 배어 나왔다. 아… 너는?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을 잘못 삼킨 것처럼 지오의 의식이 화들짝 깨어났다. 불을 붙이면 타오르는 술이 몸속으로 폭포처럼 흘러든 것 같기도 했다. 아… 선명하게 회오리치며 다가오는 몸의 기억.
첫 키스를 기억해. 죽어서 어느 알지 못하는 모퉁이를 돌아갈 때에도 잊지 못할 키스. 그 애의 몸의 느낌을 낱낱이 기억해. 입술과 혀의 촉감도 기억해. 비슷한 냄새를 가진 사람. 지오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 pp.335-336, 〈스트로베리 필즈여, 영원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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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Q&A
Q. 이 책의 제목 ‘캔들 플라워’는 무슨 뜻인가요?
A. 초꽃. 캔들(candle)과 플라워(flower)의 합성어입니다. 촛불이 꽃 같다는 의미, 촛불 하나하나가 한 송이씩의 꽃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말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이 소설의 주인공 지오가 촛불 광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캔들 플라워! 꽃 피기 직전에 체온이 올라가는 꽃들처럼 촛불을 든 사람들이 따뜻했다.”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따뜻한 우정으로 서로 손을 잡는 순간, 우리 모두가 ‘캔들 플라워’인 거지요. 촛불은 화려하게 밝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의 밑자리를 밝히고 아주 소박하게 자신의 옆자리를 밝히니까요.

Q. 첫 소설에서도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그리시는 등 남다른 소재를 고르셨는데, 이번에 ‘촛불’을 소재로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는?
A. 2008년 촛불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험이었지요.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건이었지만, 정작 우리는 어느 틈엔가 너무나 빨리 ‘한 여름 밤의 꿈’ 쯤으로 그 사건을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경험은 기억하고 기록해야하지요. 어제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오늘의 아름다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죠. 개인적으로 문학이란, 어떤 슬픔과 비루함 속에서도 끝내 존재해야 할 ‘아름다움에의 의지’라고 종종 저는 느낍니다. 우리 삶에 정말로 소중한 아름다운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데 문학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소설 속 인물 중 ‘지오’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캐릭터인데, 모델이 있었는지요? 어떻게 구상하셨는지요?
A. 지오는 제가 꿈꾸는 인물, 일종의 이상형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존재죠. 지오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산과 바다 계곡을 뛰놀고 마을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세상공부를 하지요.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언어에 대한 절대적 동경으로 영어몰입 ‘질병’을 앓고 있지만, 지오는 전 세계 다양한 언어들을 골고루 궁금해 하고 동식물의 언어도 궁금해 하는 소녀지요. 지오가 살고 있는 공동체 마을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연과 유리되지 않은 조화로운 삶의 방식이 지오를 다양성의 가치를 아는 존재, 천연의 감각을 가진 자연의 아이로 키운 것인데요. 지오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생 가능성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오는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시기를 입시지옥 속에서 시들어가야 하는 지금의 우리 현실에선 불가능한 캐릭터지만, 우리가 우리의 이런 현실을 개선시키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한,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수도 있는 캐릭터지요.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탐색해 온 부모세대를 지나면서 그런 아이들의 출현이 조금씩 예고되고 있는 것처럼, 지오는 포기할 수 없는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형 소녀지요.

Q.『캔들 플라워』에 등장하는 또 다른 개성만점 인물들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A. 글쎄요. 독자들의 개성에 따라 모두 다르게 느낄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이 소설을 구상할 때, 일반적인 소설 서사의 기승전결 구도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었습니다. 발단에서 절정, 결말에 이르는 정통서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 외 인물들을 부차적 존재로 만드는 경향이 있지요. 저는 이 소설 속에서 주요인물과 부차 인물이 구분되지 않길 바랐고요.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중심인 다양한 구심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인물에게 과도하게 몰입되는 이야기 구조를 일부러 피해갔습니다. 그것이 제가 파악하는 2008년 촛불의 근원적인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촛불은 하나의 중심을 향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기보다,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씩의 중심을 만들면서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낸 아주 컬러풀한 시위였지요. 그것이 촛불의 가장 큰 매혹이기도 했고요. 촛불 시위가 창조한 새로운 미학성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소녀소년들을 좋아합니다. 십대, 이십대 친구들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그이들이 우리의 미래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십대, 이십대들에게 너무나 가혹하지요. 이 반짝이는 청춘들이 시험과 사회의 온갖 제도적 관습이 만든 사다리 타기로 내몰리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부심으로 산다!”고 외치는 태연이의 독립생활이 어여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민기의 방황이 가슴 아프고, 버려진 강아지를 보살피며 친해진 희영과 연우의 따뜻하고 여린 마음과 우정이, 큰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씩씩하게 그것을 극복하는 상큼 발랄한 욕쟁이 강남 아가씨 수욾에게도 애정이 갑니다. 소녀 소년 같은 숙자 할머니와 홍씨 할아버지에게도요.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꿈은 잃어버린 이지훈 기자도 마음 아픈 캐릭터이지요.

Q. 이 소설을 읽는 젊은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A.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기보다 함께 고민하며 수다 떨고 싶었던 소설입니다. 난 이런 꿈이 있는데, 넌 어때? 하고 물어보고 서로의 말을 들으면서 말이죠. 굳이 메시지를 말하자면, “꿈의 자가발전!” 한국사회가 너무 못나서 우리에게 맘껏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꿈의 자가발전소를 세워야 한다는 것!
산다는 건 꿈꾼다는 거죠. 여전히 무언가 소망하고 꿈꿀 게 있다는 거. 현실이 어렵다면 더 왕성하게 꿈꾸어야 합니다. 꿈꾸지 않고는 더 나은 미래로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이전에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싱싱하고 발칙한 꿈들, 아무도 걸어가 보지 않았던 맨 처음인 꿈들을 우리 젊은이들이 왕성하게 소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에선 이런 표현을 썼어요. “발꿈치를 살짝 들고 땅과 공기의 중간쯤을 걷는 듯한. 현실에 있되 현실 조금 위쪽을 꿈꾸는 듯한 걸음걸이.” 이런 걸음걸이로 우리가 함께 걸어간다면 세상이 조금씩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요.

Q. 김선우 작가님을 시나 수필로 접한 독자들은 많지만, 소설가로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A. 일단 저에게는 시, 산문, 소설 같은 장르의 차이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기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건 오직 ‘글’로 수렴되지요. 어느 시기에 어떤 종류의 글에 몰두하는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전 생애를 통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가능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5년쯤 전에, 일제 식민지 시대에 전 세계에서 무용공연을 하며 조선을 세계에 알린 천재 무용가 최승희의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었어요. 그때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아주 커지더군요. 시나리오가 영화화를 전제로 한 작업이라 시공간 배치의 제약이 많기 때문에 무제한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소설에 대한 열망이 커진 것 같아요. 그렇게 첫 소설을 쓰기 시작하자 제 속에 소설로 쓰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Q.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쓰실 계획이신지?
A. 물론! 첫 번째 소설 『나는 춤이다』를 쓸 때, 소설을 쓰는 중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 소설을 끝내고 나면 바로 그 다음 소설을 쓰고 싶다” 라고요. 창작이라는 게 꿈처럼, 쓰면 쓸수록 자가발전 되는 면이 있거든요. 창작하는 중간에 이미 다음 창작하고 싶은 게 내 몸에 어떤 색깔로 스며들어 이미 자라기 시작하는 거예요. 구체적인 서사가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어떤 윤곽과 색깔 같은 거로 말예요. 이번 소설을 쓰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인 서사와 색깔이 몸에 스몄어요. 『캔들 플라워』가 세상의 독자들과 잘 만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노력을 한 후엔 곧바로 다음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겁니다.

Q. 시를 쓰는 작업과 소설을 쓰는 작업은 어떻게 다를까요?
A. 시와 소설 작업은 굉장히 다릅니다. 굉장히 달라서 매력이 있기도 하구요. 극과 극의 두 가지 몸을 사는 일이 저로선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저는 본질적으로 기질 자체가 시인인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소설 쓰기의 매력도 시 쓰기에 못지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만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어떤 지점(주로 ‘사회 역사적 관계성’의 문제, ‘공동체적 이상과 개인 간의 관계 탐구의 문제’ 등)을 소설로 부딪혀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시는 시인의 삶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내적 장르인데, 소설은 이 점에서 매우 다르고 글쟁이로서의 도전의식을 자극합니다. 두 장르의 차이를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한두 시간은 떠들어야 할 것 같고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시는 술에 취해서도 쓸 수 있지만 소설은 술에 취해서는 절대 쓸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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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슐라르는 촛불이 우리를 몽상으로 이끈다고 말했고, 김선우는 자신의 두 번째 산문집 『김선우의 사물들』(눌와, 2005) 어느 곳에, “촛불 밑에선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받아썼다. 그런데 『캔들 플라워』를 보면, 촛불은 시인에게 소설까지 쓰게 만드는 모양이다. 물론 시인은 『캔들 플라워』이전에 첫 번째 장편소설『나는 춤이다』(실천문학, 2008)를 상재했었으나, 원래 그 소설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모본으로 했던 것이다.
이국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하게 뿜어내는『캔들 플라워』라는 제목은, 곧바로 요즘의 젊은 소비 여성층에게 인기 있다는 칙릿(Chick-lit)을 떠올려 준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집어든 독자는 얼마 읽지 않아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칙릿을 연상시킨 이국적이고 여성스러운 제목『캔들 플라워』는, 모름지기 제목이란 독자의 눈길을 확 잡아 끌 수 있도록 요염해야 하는 만큼, 독자를 홀리기 위한 작명술일 뿐이다. 동시에 이 제목은 두 가지 또 다른 필요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상처나 패배로 남은 어떤 기억을 낯설게 명명하고 토로하고 싶어서다. 2008년 봄과 여름 사이에 벌어진 촛불집회는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의 정신적 외상(Trauma)을 안겼다. 그래. 아직까지도 ‘촛불’이라면 화들짝 놀라거나 우울해지는 터에, 누가 그것을 직면하고자 할 것인가? 따라서 이 소설의 제목으로 ‘촛불’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서는 곤란했고, 그걸 살짝 피해나간 이런 ‘낯설게 하기’는 작가의 감각을 가늠하게 해준다.
둘은 이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와 상관된다. 좀 엉뚱하게도 이 소설의 서두는 청계광장도 광화문광장도 아닌,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된다. 캐나다 밴쿠버 섬의 해안마을에서 히피 공동체나 같았던 가족들 틈에서 자라난 여주인공 지오는 열다섯 성인이 된 기념으로, 부모로부터 혼자 외국 여행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중략)
소설의 제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듯이, 이 작품은 2008년 봄, 가을 사이에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다룬 소설이다. 단편소설이 나와 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이 소설은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소재삼은 첫 장편소설일 것이다. 언젠가 2008년의 촛불집회를 소재로 삼은 문학을 누군가가 정리한다면『캔들 플라워』는 일착으로 검토되어야 할 소설일 것이다.
어떤 소재나 주제를 선점한다고 해서 문제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하고 종합적인 해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캔들 플라워』를 환영해야 할 이유가 있다. 대개의 우리나라 작가는 현실이나 징후를 신속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화적 지체遲滯를 고질병으로 앓고 있다. 그런데 본작의 경우, 작가는 마치 기동타격대인양 빠르게 현실에 접근해서, 현실과 반영(작품) 사이에 벌어져있는 한국 문학의 지체 현상을 가차 없이 메우고 있다. 이게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생래인지, 이 소설을 쓰도록 이끈 ‘촛불’의 힘인지는 작가의 후속작이 명확히 해줄 것이다.
장정일(소설가), '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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