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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_눈먼 아비 홀로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중고도서

심청전_눈먼 아비 홀로 두고 어딜 간단 말이냐

장시광 편 / 김은미 그림 | 나라말 | 2014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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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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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418g | 170*225*13mm
ISBN13 9788997981151
ISBN10 899798115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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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장시광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습니다.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에 관심이 많아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그 연구 결과를 『한국 고전 소설과 여성 인물』이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고전 소설을 현대화하는 것이 고전 소설 전공자의 의무라 여겨 『방한림전』과 『홍계월전』 같은 고전 소설을 오늘날의 글로 옮겨 펴냈습니다. 요즘은 고전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아울러 고전 소설이 중국의 소설, 신소설과 맺고 있는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림 : 김은미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였습니다. 심청이를 만나는 동안 멈췄던 시간들이 웃음 반 눈물 반으로 다시 째깍째깍 움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이 멈추고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공기를 그려 주세요』, 『방귀쟁이 며느리』, 『키워드 한국사7-현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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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죽으면 눈 어두운 우리 가장, 사방을 둘러봐도 친척 하나 없는 외로운 몸이 손에 손에 바가지 들고 지팡이 부여잡고 동냥을 다니다가 구덩이에 빠지고 돌부리에 걸려 엎어져서 신세를 한탄하며 우는 모습이 이 눈에 선합니다. 집집마다 찾아가 밥 달라고 구걸하는 슬픈 소리가 이 귀에 쟁쟁히 들리는 듯합니다. 기도를 드려 마흔에 낳은 자식 젖도 제대로 못 먹이고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죽는단 말입니까! 저 어린 것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생에 태어나 어미도 없이 뉘 젖을 먹고 자라나며, 가장이 자기 몸도 주체를 못하는데 저것을 어찌 기를 것이며 그 모양이 어떠하겠습니까!
--- p.29

아버지는 눈이 어두우시니 밥을 빌러 다니다가 엎어지셔서 몸을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고, 날이 궂어 비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날에는 추위에 병이 나실까 밤낮으로 염려되어요.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지금부터 받들지 않으면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슬퍼한들 갚을 수 있겠어요? 이제 저도 다 컸으니 오늘부터 아버지는 집에만 계셔요. 그러시면 제가 밥을 빌어다가 아침저녁의 근심을 덜겠나이다.
--- p.41

“참으로 딱하오. 우리 절의 부처님은 영험이 많으셔서 빌어서 안 되는 일이 없고 구하면 꼭 응해 주시오. 공양미 삼백 석을 부처님께 올리고 지성으로 불공을 드리면 눈을 떠서 천지 만물을 보게 될 것이오.”
심 봉사가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눈 뜬다는 말에 혹해 그만 약속을 해버렸다.
“그러면 삼백 석을 시주하겠소.”
“허허, 여보시오, 댁의 형편에 삼백 석을 무슨 수로 시주하겠소?”
“여보시오, 어느 놈이 부처님께 빈말을 하겠소. 눈을 뜨려다 벌을 받아 앉은뱅이 되겠소. 왜 그리 사람을 업신여기는고. 염려 말고 권선책에 적으시오!”
--- p.56~58

“못난 딸자식이 아버지를 속였어요.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제게 주겠어요? 뱃사람들에게 인당수 제물로 몸을 팔았는데, 오늘이 떠나는 날이니 이제 저를 보시는 것도 마지막이에요, 아버지!”
“참말이냐, 참말이냐? 애고애고, 이게 웬 말이냐! 못 간다, 못 간다. 내게 묻지도 않고 네 마음대로 했단 말이냐? 네가 살고 내가 눈 뜨면 그것은 응당한 일이지만, 자식을 죽여 눈을 뜨는 것은 그게 차마 할 일이냐. 네 모친 죽은 뒤에 눈 어두운 늙은것이 너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구차하게 동냥젖을 얻어 먹여 이만큼 키웠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 마라, 마라! 가지 마라! 아내 죽고 자식 잃고 내 살아 무엇하겠느냐? 너하고 나하고 함께 죽자. 눈을 팔아 너를 사도 모자랄 판에 너를 팔아 눈을 뜬들 무엇을 보겠느냐?”
--- p.70

심청이가 뱃머리에 나서서 보니 시름에 잠긴 푸른 물은 월러렁 출렁 뒤집어지며 굽이쳐서 물거품이 일고 있었다. 기가 막힌 심청이가 뒤로 털썩 주저앉아 뱃전을 잡고 기절하여 엎어지니 그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린 심청이가 온몸을 잔뜩 웅크리고 치마를 둘러쓰고 총총걸음으로 물러섰다가 푸른 바다 가운데 몸을 던지며,
“애고애고, 아버지! 저는 이제 죽습니다!”
하는데, 뱃전에 한 발이 지칫거리다가 거꾸로 풍덩 빠졌다.
--- p.89~90

황후께서는 심 봉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선발로 뛰어와 부친을 안고,
“아버지, 제가 인당수에 빠져 죽었던 심청입니다.”
하시니, 심 봉사가 어찌나 반갑던지 뜻밖에도 두 눈이 갈라져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두 눈이 활짝 밝아졌다. 그리고 잔치에 온 맹인들이 심 봉사 눈 뜨는 소리에 한꺼번에 눈들이 희번덕, 짝짝 하며 까치 새끼 밥 먹이는 소리처럼 나더니 뭇 소경이 밝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 p. 14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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