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봉쥬흐)!”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 아주머니는 방금 오븐에서 꺼낸 빵을 보여 주면서 맛있을 거라며 먹어 보기를 권했다. 네모나고 초콜릿이 보기 좋게 박혀 있는 그 빵, 한국에서도 흔하게 보았던 것이다. 그 친숙한 빵의 이름은 팽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 짧은 프랑스어로도 알 수 있는 의미, 바로 초콜릿빵. 갓 구워서 버터와 초콜릿의 향이 살아 있는 팽 오 쇼콜라는 과거에 내가 자주 먹었던 그 초콜릿빵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빵이었다. 그 촉촉하고 향기로운 초콜릿빵 맛은 하루 종일 내 미각을 지배했다. --- 「타인의 맛있는 일상 ● 팽 오 쇼콜라」 중에서
영어로는 애플(Apple), 독일어로는 아펠(Apfel), 프랑스어로는 뽐므(Pomme). 사과를 가리키는 이 외국어들에 익숙해진 것은 다름 아닌 빵집에서다. 독일에 와보니 사과는 국민과일이라고 할 정도로 아펠이 들어간 요리와 음료가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그들의 사과 사랑은 빵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내 꿈이 살아나던 그 순간에 우리 테이블 위에는 거품이 싱그럽게 올라온 카푸치노가 있었고, 하얀 접시에는 아펠 슈트루델(Apfel Strudel)이 담겨 있었다. 얇은 빵 안쪽으로 익힌 사과 조각들이 시나몬과 버무려져 포근하게 안겨 있고, 그 주위를 바닐라 소스가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고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향기들이 모두 모여 있다니…… 사과향, 계피향, 바닐라향. 그것은 코끝으로 느끼는 회복의 환희였다. ---「사과, 시나몬, 바닐라… 완벽한 하나를 위해 모이다 ● 아펠 슈트루델」 중에서
색색의 푸짐한 과일이 얹어 있는 것도 아니고, 기분까지 부풀게 하는 풍성한 크림이 올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견과류가 붙어 있어 건강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저 반들반들한 초콜릿 코팅에 ‘Sacher’라고 흘려 쓴 글씨만이 전부인데. 단순한 게 가장 멋스러운 것이라고 했던가. 내 눈에는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모양의 케이크로 보였다. 그리고 초콜릿과 살구잼의 강렬하고 똑 부러지는 맛은 내 눈과 머리에 맑은 충격을 주어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일할 때는 특히나 자주 찾았다. (……) 내가 비엔나 여행에서 만나고 싶었던 진짜 비엔나 커피라 불리는 크림이 몽실몽실 올라간 아인슈패너, 부드러운 멜랑쉬 커피, 그리고 자허 토르테도 함께. 비록 원조라는 표시의 동그란 초콜릿이 얹어 있지 않았지만 비엔나 카페 어느 곳에서 먹든 자허 토르테는 맛이 있었다. --- 「조건 없이 너를 좋아해 ● 자허 토르테」 중에서
“이 빵 위에 하얀 건 뭐예요?” 노르웨이인들이 영어를 잘한다는 것에 의심치 않고 주문을 받던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다. 키도 크고 얼굴도 긴 그 아가씨는 그것이 코코넛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해 주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그 빵의 이름은 ‘스콜볼레(Skolebolle)’인데, 영어로 의미가 ‘School Bread’라는 정보까지 덧붙였다. (……) 소박한 노르웨이 사람들처럼 빵맛은 담백하고, 얼음과 눈을 연상시키듯 설탕 아이싱과 하얀 코코넛 가루가 빵 위를 덮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이 살짝 올라와 있어서 달콤한 한순간도 맛보게 해주었다. (……) 전통적으로 학생들은 이 빵을 점심으로 자주 싸가기도 하고, 엄마들은 학교에 와서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도록 선생님에게 살짝 건네고 가는 그런 빵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빵… 소박했던 행복했던 ● 스콜볼레」 중에서
5월의 시칠리아는 남쪽나라의 태양빛과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 피로연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던 페페는 나에게 꼭 카놀리를 먹어 보라고 눈을 크게 뜨면서 일러주었다. (……) 작은 접시에 나온 그것은 리코타 치즈를 한아름 안고 있는 얇은 과자였다. 밀도감 최고인 리코타 치즈라니. 내가 생각한 가벼운 돌체가 아니었지만, 나는 반을 먹었다. 이날 내가 먹은 카놀리는 어떤 데코레이션도 없는 매우 담백한 스타일이었는데, 묵직하면서 부드러운 치즈 맛이 입 안 가득 강렬하게 느껴져 혀가 놀랄 정도였다. (……) 뮌헨으로 돌아와 결혼식을 마친 페페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카놀리가 영화 「대부」에도 나오는 유명한 시칠리아 과자라고 했다. 진작 알았다면 시칠리아 본토에서 많이 먹고 오는 건데 아쉽다고 했더니, 그녀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고향의 과자라며 언젠가 한번 직접 만들어 주겠다면서 위로했다. 1년 후, 그녀는 정말 나에게 카놀리를 만들어 주었다. ---「시칠리아의 가장 달콤한 여인, 페페 ● 카놀리」 중에서
내가 무당벌레와 결정적으로 친해진 계기는, 연말에 가는 곳마다 만났던 귀엽고 말랑말랑한 마지판 무당벌레 덕분이다. (……) 크리시가 산 무당벌레는 아몬드와 설탕, 달걀을 섞어 만든 ‘마지판(Marzipan)’이다. 유럽인들은 마지판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보았던 ‘빠스타 디 만돌레’나 프랑스 앙시의 한 파티세리에서 보았던 미니어처 인형같이 사실적이었던 마지판 과자, 그리고 슈톨렌 같은 빵이나 초콜릿에 마지판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 (……) 사실 뭔가 빵이나 과자의 한 재료처럼 느껴져 마지판 그 자체로만 먹으면 부담스러웠는데, 거기에 색을 입히고 구체적인 모양까지 만들어 놓으면! 입으로 가져가기 참 어려워진다. (……) 뮌헨에는 유명한 고급 식료품점인 ‘달마이어(Dallmayr)’가 있다. 연말에 가장 바쁜 곳 중 하나인데, 이곳에 가면 수십 가지 모양과 크기의 돼지와 무당벌레 마지판을 만날 수 있다. 핑크빛 도는 튼실하고도 정답게 생긴 돼지들이 멋진 폼을 잡고 서 있고, 새끼들을 품기도 하며, 네잎클로버를 들고 웃고도 있다. 나는 이 귀여운 연말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밤과 첫 새벽 사이에 ● 마지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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