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가?” “응, 오늘은 지하철 여행을 할 거야.”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마음에 드는 역에서 내렸다. 어떤 역은 과학관 같았고 어떤 역은 역사박물관 같기도 했다. 타일로 간결하게 꾸며진 역은 마치 픽셀 팝아트 같았다. 우리는 잠시 내려 역 앞 광장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유명한 랜드마크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공원도 아니었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낯선 도시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마냥 달콤했다.
--- p.34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 여행」에서

순간 머리가 하얗게 백지 상태가 되면서 정신없이 사람들에게 ‘아시안 보이’를 봤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트램은 우리가 내릴 역에 도착했고, 패닉 상태에서 민소를 향해 “내려!”하고 외쳤다. (중략)
만약 전 역에도 없다면 계속 뛰어가야 하는 걸까? 언니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경찰서에 가야 하나?
그렇게 한참을 뛰는데 저 멀리 트램역 앞에 줄무늬 스웨터가 하나 보였다.
순간 화도 나고 눈물도 날 뻔했지만 나보다 더 놀랐을 조카를 생각하니 안쓰러워서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래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그렇게 다시 조우했다.
--- p.106~107 「사라진 조카를 찾아」에서

여기저기 헤메다가 지나가는 여성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급한 마음에 “I want to go this 거리”라고 말했다. 옆에서 애들이 박장대소를 하면서 어찌나 웃어대던지.... 민소는“엄마는 거리를 영어처럼 거~리(혀를 굴리며)라고 말하던데, 크크크”라며 연신 놀려댔다. 아침부터 관심도 없는 벽지 사러 가는 길이 내키지 않아 무표정하던 아이들 얼굴이 순식간에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중략)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기. 잘못 말할까 봐, 잘못 찾아갈까 봐, 잘못 행동할까 봐 미리 겁먹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채 주저하지 말기.
--- p.174 「실수해도 괜찮아」에서

깜삐역을 지나가는데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말을 걸었다. 그는 갑자기 날 보고 “뷰리풀!”하고 외치더니 자기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미안한데 친구가 기다려서 빨리 가봐야 한다고 하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럼 혹시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다.
잠시 정적. ‘어머나, 그런 거였어?’
“나는 결혼을 했고 애가 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민망한 표정으로 미안하다며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쳤다. 일본 여자인 줄 알았을까? (헬싱키에서 일본 여성은 정말 인기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아, 여보. 나 이런 여자야!’
--- p.186 「북유럽은 우리편」에서

조카도 평상시에는 학교 끝나고 학원에 들렸다 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고 했다. 그런 조카에게 유럽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코펜하겐에 도착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명한 관광지도 오래된 유적지도 아니었다. 그곳은 일명 왕의 정원으로 불리우는 궁전 앞뜰이었다. 아직 오전이었는데도 이미 현지인으로 보이는 가족, 친구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한가롭게 잔디에서 뒹굴고 있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 삶, 인생에 충분한 쉼표를 주며 휘게의 삶을 사는 덴마크인들이 보였다. 급하게 달려갈 필요 없이 충분히 오늘의 행복을 즐기는 모습이 느껴졌다.
“이모, 여기서 뭐해요”
“뭐 안 하는 거야, 그냥 사온 거 먹고 이야기하고 노는 거야.”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에서

<b>행복지수 1위의 북유럽에서 <br/>느긋하고 편안한 ‘휘게 라이프’를 누리다</b><br/><br/>북유럽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사회복지’와 함께 특유의 심플함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북유럽 디자인은 꾸준히 인기를 끌거니와, 요사이엔 북유럽 사람들의 느긋하고 편안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리키는 ‘휘게’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br/>엄마와 딸은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톡홀름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 없이 낯선 도시를 흘러다니다 다리를 쉬며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미술관보다도 멋진 디자인 숍을 찾아 뛰어난 감각의 물건들을 구경하고, 예쁜 카페에서 현지인들처럼 피카(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갖는 커피 타임)를 즐기며 여행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 삶, 인생에 충분한 쉼표를 주며 휘게의 삶을 사는 북유럽 사람들처럼 아늑하고 평온한 일상을 마음껏 누리고 온 것이다.<br/>이 책 『북유럽에서 보낸 여름방학』은 스톡홀름과 헬싱키, 코펜하겐과 탈린에 머무르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는 북유럽의 ‘휘게’를 자연스럽게 체험한 엄마와 아이의 어느 여름방학 이야기를 섬세한 설명과 풍성한 사진들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카페, 미술관, 도서관, 책방, 공원, 놀이터를 비롯해 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인 제품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아름답고 품질 좋은 물건을 알뜰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과 여행에서 미리 알아두면 좋을 다양한 정보들을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br/><br/><b>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여행,<br/>떠나기 전부터 여행은 시작된다</b><br/><br/>저자에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행복이다. 나중에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날이 온다면, 지난날을 회상하며 뿌듯해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아마 아이들과 함께 여행길에서 노래를 부르고 밤에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 속 시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br/>그녀의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여행 이후까지 아기자기한 즐거움이 이어진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방을 구하고, 가방을 꾸릴 때부터 이들의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입을 옷이나 머리핀, 작은 가방 등을 만들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핀란드의 국민동화 무민 시리즈를 읽거나 카모메 식당 같은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다. <br/>현지에 도착해서는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살림살이를 갖춘 현지인의 집을 빌려 시장을 보고 밥을 해먹으며 동네 산책을 즐긴다. 취향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 오가는 때에는 길을 잃거나 시간을 맞추지 못해도 서두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선 비행기표와 미술관 티켓, 팸플릿, 여행지에서 소중히 골라온 작은 보물들로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한다. <br/>이처럼 두근거리며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과 기쁘고 즐겁지만 때론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현지에서의 시간, 돌아와서 나누는 즐거운 추억의 시간들은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오롯한 선물로 남게 된다.<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