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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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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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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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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76MB ?
ISBN13 9791105196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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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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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양희
김양희

필명 : 양희
8월 2일생. 사자자리, O형
네이버카페 ‘오아시스를 찾다’에서 활동 중.

출간작
귀여운 아내
11년의 그림자
가슴에 사는 남자
사랑을 만나다
火요일의 남편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제까지 집안 행사 있을 때마다 밖에서 보낼 거야?”
알싸한 소주를 한 잔 들이켜고 안주삼아 찌개 국물을 떠먹던 지수의 표정이 불쑥 질문을 던져 오는 은오로 인해 우울하게 변했다.
“독립할 때까지.”
“결혼 아니면 독립은 죽어도 안 된다고 하셨다며.”
“후우……. 응.”
무척이나 서글픈 듯 지수의 음성이 좀 전과 달리 착 가라앉았다.
“그럼 결혼하는 수밖에 없겠네.”
“너, 네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결혼은 뭐 혼자서 하니?”
“아니, 둘이서 해야지. 남자랑 여자.”
“잘 알면서 물어?”
“류지수.”
은오가 식탁 위에 팔을 올려놓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그윽한 음성으로 지수의 이름을 불렀다.
“왜? 뭔데 갑자기 무게를 잡아?”
“류지수.”
“아, 왜 불러?”
“그 결혼, 나랑 할래?”
“뭐!”
순간, 지수의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너무도 급작스러운데다가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해서 그녀는 할 말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때, 다시 한 번 은오의 음성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그 결혼, 나는 어때?”
뭐? 결혼? 그러니까 지금 얘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거 마, 맞지?
“콜록, 콜록, 콜록.”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었다. 얼굴까지 붉게 달아오른 지수가 사레들린 듯 기침을 토해 냈다.
“자, 마셔.”
은오가 기침을 해 대는 그녀에게 물을 건넸다. 그에게 물을 건네받은 지수는 그대로 벌컥벌컥 다 마셔 버렸다.
그래, 장난이야. 분명 100퍼센트 장난일 거야. 장난이 아니면 은오가 나한테 결혼하자는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아니, 그런데 어째서 쟤는 이런 장난을 치는 거지? 그리고 난 왜 저 말도 안 되는 농담에 가슴이 뛰는 거야?
지수는 다 마신 물잔을 식탁 위에 탁 소리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리고 애써 떨려 오는 가슴을 숨긴 채, 목청을 높여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지수의 웃음은 갑작스런 이 상황이 어색해 만들어 낸 억지웃음이었다.
“하하하!”
뜬금없는 지수의 웃음에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강은오, 너 오늘 장난이 지나치다?”
“장난?”
장난이라는 단어에 은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류지수, 지금 내가 장난하는 거라 생각해?”
“그럼…… 아니다?”
뭐지? 은오 얘, 왜 이렇게 심각한 거야? 서, 설마 진심이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장난이라고 여기기엔 은오의 표정이 너무 심각했다. 그나마 억지웃음이라도 짓고 있던 그녀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너, 너 설마…….”
“난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녀가 할 말을 못 찾고 입만 벙긋거릴 때, 은오가 그 틈을 타고 들어왔다.
“진심…… 이라고?”
“그래. 멋진 프러포즈는 아니지만 남자 강은오가, 여자 류지수한테 프러포즈하는 거라고.”
“뭐, 뭐? 프, 프러포즈? 너 미쳤니?”
“너한테 프러포즈하면 미친 거냐?”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밀려드는 답답증에 지수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탁탁 쳤다.
“후, 그래. 네가 지금 나한테 프러포즈하는 거라고 치자.”
“하는 거라고 치자가 아니라 프러포즈한 거야. 왜? 꽃다발이 빠져서 아쉬워? 지금이라도 가서 사 올까?”
“아니! 그대로 다시 앉아. 후우, 후우!”
정말 꽃다발이라도 사 올 생각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은오의 행동을 지수가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가슴에 가져간 후 연거푸 심호흡을 뱉어 냈다.
“좋아. 강은오가 류지수한테 프러포즈했어. 이유가 뭐야? 너 나 사랑해? 친구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하느냔 말이야.”
지수의 날카로운 질문에 잠시 은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곧 짐짓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인 은오는 지수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내 청혼이 너한테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수가 눈썹을 찌푸렸다. 역시, 그녀는 자신이 은오한테 프러포즈의 이유를 물었던 건 금세 잊은 것인지 그의 말에 말려들었다.
“어째서?”
“나와 결혼한다면 넌, 네가 정말 간절하게 원하던 그 독립이란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어? 류지수,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은오의 말에 말려들지 마. 절대 말려들면 안 돼!
지수는 그의 페이스에 조금씩 휘말리고 있는 자신을 보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밤에 일을 하잖아. 그러니 결혼을 하더라도 나랑 크게 부딪치는 일은 없을 거야. 어때, 나쁘지 않잖아?”
은오는 지수가 솔깃할 이야기들로만 이유를 만들어 늘어놓고, 자신 있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녀의 대답을 요구했다.
“좋아, 그래. 나는 그렇다 쳐. 너랑 결혼하면 나는 내가 원하던 독립을 할 수 있어. 그런데 넌? 나랑 결혼해서 얻는 게 뭔데?”
“나도 자유를 얻는 거지.”
“뭐? 자유? 너 지금 누구 약 올리니? 넌 지금도 충분히 독립해서 자유를 누리고 있잖아!”
지수가 외치는 말에 그가 눈을 감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천만에. 나도 너와 같이 서른하나다. 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아. 집에서 한 달에 몇 번이고 선보라고 성화다. 얼마 전에도 나 선본 거 알잖아? 이제 선보라는 말도 지겹고, 제일 지겨운 건 관심도 없는데 들러붙는 여자들이다.”
하긴, 은오가 잘나긴 참 많이 잘났다. 얼굴, 몸매, 성격, 뭐 하나 빠진 것 없는데다가 잘나가는 와인 바를 운영하고 있어 능력까지 받쳐 준다. 그러니 여자들이 그런 은오를 가만둘 리가 없었다. 어쩌다가 한 번 바에 가 보면 은오의 곁에는 항상 여자들로 넘쳐났으니까.
“그런데 은오야.”
“말해.”
“이건 다른 문제도 아니고 결혼이야.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그리고 난 있지, 지금 너와 내가 대체 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넌 독립을 원하는데 결혼 전에는 어림없고, 나도 결혼하면 나 나름대로 얻는 게 있고. 결혼 상대자가 너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더군다나 우리는 오래됐잖아? 그게 우정이라도 말이야.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너랑 나 서로에게 많이 익숙하잖아. 그게 우리 결혼 생활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해, 난.”
아직까지 뭐가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를 위해 은오가 중요한 요점만 정리해서 설명했다.
“휴우…….”
지수가 길게 한숨을 토해 냈다. 솔직히 은오의 청혼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었다. 은오의 말 그대로 자신은 그토록 원하는 독립을 할 수 있다. 또한 아침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하는 자신과는 반대로 은오는 저녁 무렵 출근을 하기 때문에 부딪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것도 아닌 결혼이었다. 그런데 사랑이 아닌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와 결혼이라니…….
“굳이 지금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어. 시간은 많으니까 충분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
“내가 오늘 여기 안 왔으면 너랑 이런 대화 나누고 있지 않아도 됐겠지?”
“그래서, 지금 내 집에 온 걸 후회해?”
“아, 몰라. 머리 아파.”
정말 지끈지끈 두통이 시작된 지수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꾹꾹 눌러 댔다.
“아마…… 오늘이 아니었다면 다른 날 언제라도 하긴 했을 거야.”
“뭐야? 넌 충분히 생각을 하고 한 말이란 말이야?”
“그럼. 충동적으로 내뱉은 청혼일까 봐서?”
“와! 자기는 충분히 생각까지 해 놓고 나한테 얘길 꺼냈다고?”
“그러니까 너도 충분히 생각해 보고 대답하라고. 누가 바로 이 자리에서 대답하래?”
은오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지수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지수는 자신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왜, 어째서 은오가 충동적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하고 청혼을 한 것이 안심이 되는 것인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찌개 또 다 식었네. 다시 데울까?”
은오는 지수가 몇 번 국물만 떠먹은 김치찌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됐어. 밥맛 떨어졌어.”
“내 청혼이 밥맛까지 떨어뜨린 거야?”
“어? 그게…… 내 말뜻은 그런 게 아니라…….”
은오의 말에 당황한 지수가 허둥지둥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그런 지수의 모습에 은오가 크게 웃으며 그녀의 변명을 대신 얘기했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내 청혼에 너무 놀라 배고픈 것도 사라졌다는 뜻이잖아.”
“그래! 그거지.”
지수가 은오의 말이 맞는다는 듯 손바닥으로 세게 무릎까지 치며 대답했다. 그녀의 모습을 그가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지금이 몇 시지?”
“10시 10분.”
지수의 물음에 은오가 시계를 보며 시간을 알려 주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있었다.
“벌써 그렇게 됐어? 그럼 난 가 봐야겠다.”
의자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 지수가 자신의 재킷과 핸드백을 챙겨 들었다.
“기다려, 데려다 줄게.”
“아니, 괜찮아. 혼자 가고 싶어.”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해 은오가 따라나설 준비를 했다. 그러자 지수가 고개를 흔들며 그의 행동을 막았다. 그녀의 만류에 은오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새 내가 불편해진 건가?”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지수가 부정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면 됐어. 기다려. 난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못 보내.”
“은오야…….”
은오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여는 지수를 모르는 척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생각이란 걸 하고 싶다며 혼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려는 거겠지. 안 봐도 훤하다. 하지만 생각은 집에 도착해서 해도 늦지 않다. 더군다나 늦고 야심한 이 밤에 그녀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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