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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 하서 | 2008년 06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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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6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66g | 153*225*30mm
ISBN13 9788962590067
ISBN10 896259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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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담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몰씬몰씬 피어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야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뭐 할 끼고.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찍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 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 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지 않았겠지
--- p.3
지금은 그 소설의 배경보다 비록 50년 뒤이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의 현실도 많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 간접적으로나마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아들이 고등어를 받고, 외나무 다리를 건널 때, 진수를 아버지가 업고 건너는 모습에는 불행한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할려고 하는 인간의 의지와 그런 아들을 위로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끼게 끔 한다. 요즘, 청소년들을 n세대라고들 말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빠르고 다양한 사회의 탓인지 무엇이든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 같다. 나또한 이 사회의 청소년이지만 내 또래의 친구들에게 한번 쯤은 무언가를 생각게하는 이런 한국 단편 소설을 추천한다.
--- p.34
일기장 검사를 하면서 홍연이의 그날 치를 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앵두가 조금밖에 안되어서 미안했다. 선생님께서 그 앵두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내가 갖다 놓았다는 것을 아실까? 우리 선생님은 머리가 좋으시니까 아실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한테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선생님은 다 짐작하실 것이다. 선생님의 하숙방을 들여다보니 어쩐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일고 나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 방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니..... 홍연이의 심리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나는 일기 끝에다가 몇 마디 적어 주는 게 좋겠구나 싶었다. 나는 뭐라고 적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간단한 몇 마디 말이지만, 그것이 문자로 남겨지는 판이니, 마음내키는 대로 적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선생이라는 체통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생각한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엇다.

'앵두 고맙게 받았다. 홍연이가 갖다 놓은 줄을 대뜸 알았다. 내 방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하니, 나중에 내가 있을 때 놀러 오너라.' - 수난 이대 중 '여제자' -
--- p.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니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지 않았겠지. 만도는 왼쪽 조기 주머니에 꽂힌 소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그 소맷자락 속에는 아무것도 든것이 없었다.

그저 소맷자락만이 어깨 밑으로 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쪽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 있는 것이다. 볼기짝이나 장딴지같은 데를 총알이 약간 스쳐갔을 따름이겠지. 나처럼 팔뚝 하나가 몽땅 달아날 지경이었다면 그 엄살스런 놈이 견뎌 냈을 턱이 없고말고.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다.
--- p.7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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