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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묘
중고도서

붉은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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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75쪽 | 557g | 153*224*30mm
ISBN13 9788982814778
ISBN10 8982814779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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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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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내듯 차갑게 말해놓고 그녀는 노인을 작은방으로 안내했다. 어둑한 방의 한가운데 이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캔버스는 흡사 누군가 좀전까지 그리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였다. 여인이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젖히자 알맞은 햇발이 그림 위로 쏟아졌다.

기름을 많이 써 유난히 엷은 느낌이 나는 유화였다. 젊어 한때 선생이 즐겨쓰던 화푸이 틀림없었다. 다만 작품은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서정의 인물화였다. 앳된 여인의 상반신이 멀리 에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내용이 그 전부였다. 짐작대로라면 강물은 대동강일 터이지만 구도상으로는 주된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극히 소략하게 처리한 원경일 뿐이었다.

다만 알 수 없는 작품 속 모델을 보고 있자니 석이는 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림 속 주인공의 프로파일이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그건 그림 속 인물과 작품의 소장자가 너무도 흡사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 까닭이었다. 실제이 모델인 양 닮아도 너무도 닮았다. 그녀는 그림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다만 그림은 육십 년 전의 것이고, 그 세월 동안 여인은 채 중년의 나이에도 이르지 않았단 말인가. 아무튼 석이가 보기에 무심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여인은 의도적으로 그림 속 모델의 포즈를 흉내내고 있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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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현은 거의 배타적일 정도로 철저히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언어세계를 구축하려는 집념을 보여준다. 꿈은, 그것이 악몽이건 선몽이건 간에, 우리 의식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카프카가 우리 자신의 일부이듯이, 민경현 또한 특유의 주술적 언어로 그러한 세계를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 현기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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