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들이 쌓여 있는 구덩이에 용암이 흘러들었다. 고기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때맞춰 폭풍이 시작되었다. 굵은 빗방울에는 작은 우박이 섞여 있었다. 죽음을 증발시키는 열기와 폭풍으로 가득 찬 냉기. 미쳐 날뛰는 불과 휘몰아치는 물. 구덩이를 메우고 있는 죽음과 황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바람은 처절한 울음소리가 되어 사방으로 퍼졌다. 번개는 나선형을 그리며 구덩이로 내려쳤다. 구덩이에서 ‘초록색 연기’가 피어났다. 연기는 하루에게로 다가왔다. 아랑이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물어 뒤로 끌었다. 하루는 잠시 망설였다. “걱정하지 마.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 삶과 죽음은 크게 다르지 않아.” 그녀의 눈동자는 홀린 듯 흐릿했다. 하루는 초록색 연기를 힘껏 들이마셔 몸으로 받아들였다. 연기는 피부와 폐를 통해 구석구석 퍼졌다. 초록색 연기는 그녀가 만난 최고의 신비였다. 운명 지어진 죽음을 뛰어넘게 해 줄 영생의 묘약이었다. 하루는 극도의 갈증과 허기를 느꼈다. 물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이었고, 곡식으로 달랠 수 없는 허기였다. 영생을 얻은 그녀는 예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듣지 못한 것을 들었다.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하루는…… 신선한 피를 원했다. 아랑은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하루가 불러낸 마법은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웠다. ‘이제 나의 어머니는 죽음을 들이켜는 괴물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