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와라 사쿠타로는 1886년 11월에 군마 현 마에바시 시에서 태어났다. 마에바시 중학교 때부터 당시의 가장 유명한 문학잡지인 ≪명성(明星)≫에 단가(短歌)를 투고하는 등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을 떠나 타지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몇 번의 낙제를 거듭한 후 귀향해 1913년경부터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개시했다. 그 후로 수도 도쿄(東京)와 고향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시작에 전념해 1917년, 처녀 시집 ≪달 보고 짖는다≫를 간행했다. 이 시집에서 근대인들의 고독감과 신경 쇠약, 우울증을 구어체(口語體)로 섬세하게 표현해 냄으로써, 하기와라 사쿠타로는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郞)와 함께 ‘일본 근대 시의 완성자’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1923년에 두 번째 시집 ≪우울한 고양이≫를 출판한다. 이 시집에서는 우울함과 무료함, 권태로움을 ‘우울한 고양이 스타일’이라 불리는 독특한 시 형식으로 표현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 불교의 영향을 받은 염세적 허무 의식과 관능적이며 퇴폐적인 시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25년에 발간한 ≪순정 소곡집≫은 단가에서 시로 옮길 때의 작품인 ‘애련(愛憐) 시편’과 30대 후반에 발표한 ‘향토망경(鄕土望景)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에는 소년 시절의 순수한 감상과 영탄이, 후자에는 도쿄에서 바라본 변해가는 고향의 모습과 비속한 인생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어 있다. 1934년에 출판된 마지막 시집 ≪얼음 섬≫에서는 고향을 상실한 영원한 방랑자로서 당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증오와 적요(寂寥)와 격정’을 담은 ‘절규’를 비분강개의 한문 번역 투의 문어체로 표현했다. 그 밖에 아포리즘을 모은 책 ≪새로운 욕망≫(1922), 시론집 ≪시의 원리≫(1928), 수필집 ≪일본으로 회귀≫(1938), 산문시집 ≪숙명≫(1939) 등이 있다. 1942년 3월 사망.
역자 : 서재곤
1963년에 태어나 계명대학교 일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일본 정부 초청 국비 장학생으로 뽑혀 도쿄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계명대학교 일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기와라 사쿠타로를 중심으로 한 일본 근현대 시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는 ≪‘일본시인’과 대정(大正)시≫[공저, 삼화사(森話社), 2006]가 있다. 역서로는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문학동네, 2011)가 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모든 상냥한 여성을 찾기 위하여 모든 고귀한 생활을 찾기 위하여 이 도시에 와서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다 거리를 따라 서 있는 벚나무 가로수 거기에도 무수한 참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