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게 글이 되겠나?’ 이 생각부터 버리자. 가슴속을 꽉 메우고 있는 이야기를 입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옮겨 적는 게 글이다. 내가 지금껏 알았던 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그래야 글을 쓸 수 있다. 누구한테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하나쯤 있다. 바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말하듯 적으면 글이다. ‘나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가 내겐 있다.’ 오직 이 생각만 지니고 그냥 나오는 대로 써라. 아무리 뛰어난 소설가라 할지라도 그 이야기를 당신만큼 잘 쓸 수는 없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멋대로 글쓰기」 중에서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 내가 행한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 생긴 그대로, 곧 사실대로 쓰지 않아서다. 좀 더 멋지게 꾸미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니 뭐니 하는 성현들의 멋진 말을 살짝 끼워 넣는다. ‘날씨가 덥다’ 하면 될 것을, 글을 멋지게 꾸민답시고 찜통을 끌어들여 삶은 돼지의 살덩이에 비유한다. 그럴싸한 표현으로 잔뜩 꾸미고 홀로 기분이 좋아 들뜬다. ---「꾸미지 말자」 중에서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게 만든 문자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옮기면 문장이다. 외래어 ‘투’를 기웃하지 않으면 이보다 글쓰기가 쉬운 문자가 없다. 이제 말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글은 조선 시대 유생들이나 쓰라고 하자. 말하듯 글을 써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이 입으로 글쓰기다. ---「말이 글이다」 중에서
생각을 무한정 쏟아내면 글이 샛길로 샌다. 걱정 마라. 처음 글을 쓸 때는 샛길로 새도 괜찮다. 샛길로 샌 내용이 새로운 한 편의 글로 나올 수도 있으니. 처음의 주제와 달라져도 상관없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듯이 글도 마찬가지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 내용을 충분히 적었다면, 책상 서랍에 집어넣자. 글이 샛길로 샜든 좌충우돌했든 걱정하지 말고 글에서 빠져나오자. 사나흘 뒤, 늘어났던 고무줄을 줄이면 되니까. 그때까지는 내가 쓴 글을 잊고 열심히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