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절에 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알고 있다고 배웠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더 크게 성공한단다, 피터야.”라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졸업하는 날까지 열심히 공부했고, 어른들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교사 자격증을 쥐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나는 교사생활 1년 만에 교사와 교장은 물론 대다수의 장학사와 교육감들조차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며, 이를 수행할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실망했다. 예를 들면, 내가 재직하던 학교의 교장은 교실 창문의 블라인드가 모두 똑같은 높이까지 내려와 있는지, 교실은 조용한지, 그리고 장미 화단에 누가 들어가거나 근처에서 놀지는 않는지를 살피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 p.23-24, 「1장 모든 직위는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진다」중에서
직원의 유능함을 평가하는 사람은 당신이나 나처럼 제삼자가 아니라 고용주,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계조직의 상위 계층에 있는 임원이다. 그들의 눈에 잠재적인 리더십은 곧 반항이고, 반항은 무능력을 뜻한다. 훌륭한 부하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 물론 유능한 부하가 여러 차례 승진을 할 수는 있어도 승진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 p.74, 「3장 연줄이냐 노력이냐」중에서
어떤 관리자는 최종 직위에 오른 후, 부하직원들을 늘 불안에 떨게 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감춘다. 이런 유형의 관리자는 보고서를 받으면 그것을 옆으로 치워두고 “나한테는 쓰레기 같은 서류들을 모두 들여다볼 시간이 없으니 말로 간단하게 설명해보시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구두 보고를 하려고 들어오면 “그것을 공식 문서로 제출하기 전까지는 생각조차도 해볼 수가 없소.”라고 말허리를 잘라버릴 것이다.
--- p.134, 「7장 무능력자와 병리학」중에서
‘전혀 다른 일에 몰두하기’ 기술은 대체로 산업 및 비즈니스 위계조직의 상위층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가정주부에게서도 종종 발견된다. 아내나 어머니로서 무능의 단계에 도달한 여성은 시간과 에너지를 엉뚱한 일에 헌신하며, 남편과 자식들은 어떻게 되든 내버려둔 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대체 기능을 발휘한다.
--- p.151, 「8장 창조적 무능력이 주는 행복」중에서
융통성 없는 관료주의 체제는 구성원 모두를 규제의 틀 안에 가둬놓고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게 만든다. 관료주의 체제의 가학성을 직시한 현명한 자들이 이 사회생태학적 위기에서 사람들을 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관료주의 체제에 물든 정부는 국민의 창의성과 개혁 정신마저도 정부의 규범이 허락하는 내에서만 받아들이므로 개혁적 인물들도 이내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 관료주의 체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운명을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 현상 유지는 방향 전환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체제의 벽에 갇혀 삶의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쩔쩔맨다. 신분상승에 인생을 걸고 투쟁하듯 살았지만 평생을 바쳐 얻은 부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의 축적은 원치 않는 책임을 불러오고 높은 직위는 부담감과 고뇌를 만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더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는가?
--- p.333-334, 「17장 새로운 형태의 오염이 번지고 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