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8년 스물넷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사법연수원에 재직 중이다. 이렇게 소개하면 전형적인 모범생의 길을 걸어온 조금 얄미운 '이대 나온 여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허세 반, 반항 반의 다소 불량스러운 청소년기를 거쳐 길 잃은 강아지의 심정으로 질풍노도 대학시절을 보낸, 아직은 20대인 평범한 젊은이. 319일 동안의 세계 여행 또한 그 방황의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가 방황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를 외치며 오늘도 호시탐탐 헤맬 기회를 엿보고 있는 방황예찬론자.
사시 공부를 할 대에도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그랬다. 여행을 시작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유로든 다시 불안했고 마음은 흔들렸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들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불안함이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 도미노가 스러지듯이 모든 것이 무너질 것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멈추려고 하다가는 옆의 것들까지 모조리 쓰러지는 대참사. 내 방황은 그랬다. 그러나 이제 알고 있다. 스러지기 시작한 도미노는 그냥 그대로 두어야 한다. 조금 떨어져 어디까지 스러지는지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너짐의 끝을 직시하고 즉시 행동을 보일 것, 세상과 소통을 시도하고 나를 보려는 시도를 해나가는 것. 이것들이 필요한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내 앞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자. 다른 누군가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내가 이겨야 할 것은 바로 나다.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 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번에 떨어진다면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의 일이야.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으니까 나는 붙을 수 있어. 그래, 내가 안 붙으면 누가 붙겠어! 시험은 노력이 90%로 운이 10% 정도 하지 않을까? 나는 노력이 차지하는 90%를 꽉 채울 정도로 열심히 하자. 그리고 나머지 10%의 그것은 내가 신경 슬 문제가 아니야. 시험을 보고 난 후만 생각하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연필을 잡고 책을 폈다. --- p.29
세계 어딜 가든 20대 젊은이들의 '뭐 해 먹고 사나'걱정은 다 같은 모양이었다. 지구 반대편의 내 동갑내기 친구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눈은 진심으로 빛이 났다. 우리에게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고, 아직 '어떤 것'도 되지 않았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다양한 꿈을 꾸는 다양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그 시간은 여해으이 즐거움을 200%로 채워주는 힘이었다. --- p.256
사법 고시에 합격하고도 연수원 입성을 미룬 채 낯선 세상에 자신을 던진 저자가 대단해 보인다. 지구를 돌며 견문을 넓히고 마음을 키운 그녀는 1년을 잃은 것이 아니라 10년을 벌었음을 나는 확신한다. 여행은 길 위의 학교다. 살아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을 단련하고 싶은 자들이여, 길 위로 나서라. 만일 그것이 힘들다면 먼저 다녀온, 당찬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손미나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작가)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방해하는 한국의 2030 젊은이들에게 방황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자신을 더욱 살찌울 수 있다는 저자의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한다.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그들은 가난하지만 드높은 인격과 영성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가 꼭 배워야 한다는 사실과 몸으로의 체험이 이론보다 훨씬 강한 지식임을, 그녀의 1년간의 배낭여행을 통해 독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달되고 있다. 박경서 (前 이화여대 석좌교수, 초대 대한민국 인권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