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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농

: 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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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35g | 152*225*23mm
ISBN13 9788968801112
ISBN10 89688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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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6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육농이란 ‘교육의 눈’으로 농을 (새로이) 바라보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교육적 관점과 관심으로 농을 바라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농을 ‘산업의 눈’으로만 바라보아 왔습니다. 또한 우리 교육에서도 농사 혹은 농업은 ‘일’이지 ‘교육’이 아니라는 오랜 오해가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지속해 온 농은 산업 이전에 삶의 방식이자 문화입니다. ‘땅에 기반해 생명을 기르고 돌보며, 그 생명을 받는 순환적 관계’인 농은 다양한 교육적 가치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은 촌스럽고 흙투성이라는 오해와 편견 속에 교육 그리고 우리 생활 세계와도 점점 더 멀어져 왔습니다. 이제 그 오해와 편견을 거두어들이고, ‘교육의 눈으로 농을 새로이 다시 바라보자’라는 것이 교육농이 품은 제안입니다. --- p.6~7

우리가 언어를 배우고, 과학과 수학, 음악, 미술, 체육 등을 배우는 것은 우리 삶의 기본적 필요이자 교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기반이자 토대인 농은 왜 배우고 가르치지 않는가? 농은 우리 삶의 일상이자 일부이다. 먹지 않고 사는 이 누가 있으며 자연에 기대지 않고 사는 이가 어디 있겠나? 산업화, 도시화라는 이름으로 저 구석으로 쫓아 버린 농을, 이제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사라져 버린 농을 교육의 이름으로 다시 불러내고 만나야 한다. ‘아이들을 농사꾼으로 만들 셈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아이들은 농부가 되어야 한다. 더 정확히는 아이들이 ‘학생 농부’가 되어 해 보아야 할 ‘교육적 경험’이 있다. --- p.16

나는 본디 농사에 관심이 있었던 교사가 아니었다. 지속 가능 발전 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활동에 대한 관심은 두고 있었지만 내가 학교 텃밭을 가꾸게 된 것은 큰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미세 먼지나 폭염과 같은 기상 이변이나 북극곰의 멸종 위기와 같은 두려움이나 불안을 화두로 시작할 수 있었던 지속 가능성을 이제 텃밭에서 시작할 수 있다. 교실에서 종이 위에 그리고 쓰고 늘어놓던 지속 가능성이 흙을 만지고 밟으면서 실재가 되고 작물을 가꾸고 수확물 처리를 고민하면서 내 문제, 아이들의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씨앗과 물, 볕과 날씨의 변화, 토양의 건강,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먹을거리의 생산과 분배, 노동의 생산성과 효율성, 그로부터 얻은 수입과 배분의 불평등 문제까지 텃밭 안에서 이야기된다. 그 작은 공간 안에 어마어마한 주제들이 얽혀 있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저 잘 심고 가꿔서 맛있게 거둬 먹기만 하는 공간에서 나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와 지구의 안위까지 살피는 지구 정상 회의의 무대가 된다. --- p.54

6월 장마가 오기 전 더워질 때, 감자를 캤다. 여름 햇살에 등에 땀이 흐른다. 신나게 캐다 보니 옆 반 감자도 캐 버렸다. 이런! 이랑 구분을 제대로 안 한 내 탓이다. 캔 감자가 수북했다. 캐는 즐거움을 뺏은 미안함에 학생들과 4학년 3반으로 가서 사과했다. 양해를 구하고 사과문도 그 교실에 붙였다. 감자를 열심히 가꾸던 김 선생님이 많이 섭섭해하셔서 더 미안했다. 그 이랑에서 캔 감자를 돌려주었지만, 마음 한편에 찜찜함이 남았다. 농사를 지으며, 평소 겪어 보지 못한 감정들이 올라온다. 교과서 중심의 수업은 의자에 앉아 글을 읽고 장면을 상상하거나 생각의 꼬리를 붙잡고 예전 기억과 경험을 떠올리려고 해야 한다. 그러나 매일 학교 텃밭을 오가며 초록색을 보고 흙을 만지고, 그 경험으로 국어며 수학을 공부하니 수업이 살아 있는 느낌이 었다.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고, 대화의 소재가 감자며 방울토마토가 될 때, 교사와 학생이 함께한 시간은 겪은 사람끼리 공유되는 ‘밝음’이었다. 어젯밤에 부모 몰래 한 컴퓨터 게임 이야기나 학원 문제집 진도 투정이 아니라, 얼굴을 마주하며 텃밭과 음식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좋았다. 텃밭 얘기를 할 때, 우리는 항상 밝게 웃었다. 햇살 아래 사람의 얼굴이 어찌나 환한지! --- pp.68~69

산마을의 논농사는 200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에게 가장 흔한 먹을거리이자 생명을 주는 벼를 키워 내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파종에서부터 요리까지 어설프게나마 논농사의 한해살이를 체험하며 ‘쌀 한 톨의 무게’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논 생물 조사 활동을 통해 논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이해해 보았습니다. 김매기를 하며 ‘나 혼자 잘해야 되는 게 아니라 같이 잘해야 하고, 그래도 내가 잘해야 다 같이 잘할 수 있음’을 느낀 학생처럼 구호가 아닌 삶으로 ‘내 삶의 주인은 나, 더불어 사는 우리’를 배웠습니다. 벼로 자랄 볍씨를 고르며 인생에서 알찬 것과 쭉정이를 골라내는 법을, 모내기를 하면서 자유도 좋지만 때로는 규칙을 지키는 것도 필요함을, 논 생물을 관찰하면서 세상의 주인은 사람이 아님도 배웠습니다. 김매기를 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뽑아내는 시기의 중요함을, 벼 베기를 하면서 무조건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힘이 필요함을, 탈곡을 하면서 호롱기의 리듬에 맞춰 볏단을 넣듯 삶의 리듬을 타는 법도 알아 갑니다. 그리고 쌀 요리를 하고 나누는 활동을 통해 소유보다 큰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 pp.106~107

2017년 7월,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에 학교에서 채밀한 꿀을 판매하였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생꿀이었기 때문에 귀한 꿀이었다. 하지만 교내 선생님들과 학생들 대상이었고, 누구나 부담 없이 학교에서 생산된 꿀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않았다. 꿀벌을 통해서 자연에 더욱 가까워지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으므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텃밭 동아리 주렁주렁과 양봉 동아리 꿀단지의 콜라보레이션!! 텃밭 동아리 학생들은 식물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씨앗을 나눠 주었고, 양봉 동아리 학생들은 꿀을 판매하면서 꿀벌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렸다. (……) 학생들은 교내외 행사 준비를 할 때 ‘잘할 수 있을까? 진행이 잘될까?’라는 걱정 때문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빛나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았다. --- pp. 122~124

흔히 생태적 감수성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얼마나 생태적 삶을 살 마음가짐이 있느냐는 말일 게다. 생태란 무엇일까? 때때로 아이들은 생태라는 단어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거대한 담론과 어려운 철학을 찾는 때가 많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 인류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 등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단어들로 이를 표현하려 애쓴다. 하지만 자신의 단어가 아니기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자신감이 없다.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한다. 조금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생태적 감수성이란 결국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관심이다. 아이들은 이미 제 삶으로 충분히 생태적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일을 나가 참을 먹을 때 종이컵 쓰기를 껄끄러워하고, 마트에서 사 먹는 토마토와 밭에서 직접 기른 토마토의 맛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며, 귀찮아 죽겠어도 꾸익이와 누링이의 밥을 챙겨 주고 똥을 치워 준다. 한여름 바짝 말라 있는 고추와 양배추에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떠다 주고, 벌레들이 짜증 나지만 약을 쳐 죽이는 데 거리낌이 있다. 길가에서 허망하게 죽은 고라니와 고양이를 안타까워하며 덤덤하게 묻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당연하게 행하고 있는 것, 경험한 것들을 자신 있게 꺼내지 못한다. 농장에서는 어려운 철학과 거대한 담론들을 유창하게 말과 글로 풀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머리로 다 알고 있다는 자만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들을 내 삶과 연결 짓고 내가 가진 언어로, 내 몸으로 직접 그것들을 다시 이해하는 것이다. --- pp.154~156

나는 농사일이야말로 일상에서 창조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삽질이 무에 창조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삽을 들고 땅을 뒤집어 놓는다는 건 땅에 생명을 받을 준비를 하는 일이다. 이것은 새 역사를 이루는 일이다. 고랑을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밭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학기 초에 고민하는데 그건 생명끼리의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또 씨를 심는 것보다 더 감동스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그 작은 씨앗 하나를 땅에 넣어 두면 자기보다 수만 배의 잎과 줄기를 내고 수백 개의 씨앗으로 돌아오는데 어마어마한 생명 창조에 내 노동이 결정적임을 알게 된다. 그 결과 내 몸을 통해 세상의 생명 순환 고리에 동참하게 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 p.177

농사는 자연과 연결되어 생명을 돌보고 도구를 다루는 일이지요. 끊임없이 눈, 귀, 코, 입, 살갗 오감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해서 일해야 합니다. 손, 발, 몸을 때로는 힘 있게, 때로는 정교하게 움직여서 일해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일하거나, 지시를 따르거나, 여럿이 어울려 대화하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잘해야 하는 일, 돈 버는 일로 생각하면 장애와 농사는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농사는 가뜩이나 수익성이 낮은데다 장애가 있다면 더더욱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농사를 배움과 자극의 과정으로 생각하면 농사만큼 다양한 배움과 풍성한 자극이 또 없습니다. 꿈이자라는뜰도 처음에는 농사 기술을 익히는 직업교육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농사를 짓는 일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유익한 전인적인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령 나중에 농사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함께 농사를 지었던 시간들은 또 다른 어떤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삶의 기술을 익히는 데 더없이 훌륭한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느리고, 오래 걸릴 뿐이지요. --- pp.208~209

이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다음 해에 학교를 옮기자마자 홍남초 텃밭은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시골에서 차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학생들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텃밭을 주차장 공간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뭐랄까,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시골에서 텃밭 교육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만일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쳤다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을 거고, 학교에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계속 이어지도록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학교를 옮겨 와서도 화단의 나무를 옮겨 심고 텃밭 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상추를 심어 급식 시간에 상추쌈을 싸 먹고,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또 고구마를 심어 겨울이면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얼굴에 재를 칠하고 논다. 텃밭을 통한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온몸으로 생명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래에도 우리는 여전히 음식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야만 하는 존재일 테니, 그 음식의 재료가 되는 먹을거리를 직접 기르고 가꾸는 경험보다 더 중요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가치들이 곳곳에 보물처럼 숨어 있다. --- pp.240~241

학생들하고 깨꽃을 심었다가 대충 심어서 뽑아내고 내가 다시 심은 적이 있다. 학생들은 흙을 안 만지고 대충 모종삽이나 호미로 깨작거렸다. 좀 깊게 심으라고 했는데도 그냥 흙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 몇 명은 내가 가면 멀리 돌아 다른 곳으로 가고 내가 그쪽으로 가면 또 빙 돌아 다른 곳으로 가고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하면서 피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왜 대충 심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이른바 ‘살인 진드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흙을 지지라고 불렀다. 더럽다는 뜻이다. 흙에 떨어진 걸 주워 먹으면 ‘땅거지’라고 놀렸다. 더럽다고 가르쳤다. 거기다 최근에 살인 진드기까지 가세했다. 흙을 만지면 죽는 줄 알고, 그러니 안 만지려 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렇게 심으려면 심지 마” 그랬다. 학생들 탓만 했던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일은 내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 밭에는 학생들이 자란다. --- p.253

50년 가까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가르치고 활동하는 삶을 살았는데 이제 남은 반세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많이 든다. 얼치기 교사 농부에서 이제는 ‘교사’라는 딱지를 뗄 수도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나는 지구와 공동체와 몸을 살리는 ‘에코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여성 농부의 삶을 막연한 나의 장래 희망으로 몽글몽글 정리해 가고 있다. 고작 텃밭 농사 5년 차의 교사 농부 치고는 참으로 원대한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허황된 희망 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자랑스럽게 나의 장래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조차 가지지 못하는 시대에 그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입으로만 가르치기보다 선생님은 농부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 p.279

한번은 운동장 한쪽 자투리땅에 보리를 심기도 했다. 보리는 가을에 뿌린다. 싹이 잔디처럼 뾰족뾰족 나온 채로 겨울을 난다. 예전에는 봄에 보리밟기 봉사를 나가는 학교도 많았다. 그때 생각을 해 가며 봄에 학생들과 함께 맨발로 보리밟기를 하기도 했다. 보리밭으로 자꾸만 공이 들어와 보리가 쓰러져서 주변 공사장에서 버린 나무판을 학생들과 함께 주워서 나지막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보리가 자라면서 냉이, 개망초, 유채 같은 꽃들이 저절로 찾아와 듬성듬성 피기 시작했다. 보리 이삭이 패면서 보리밭은 기분 좋은 녹색 공간으로 바뀌었다. 나비, 잠자리가 찾아들었고, 점심시간이면 보리밭 사이를 거닐며 산책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평화롭던 그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진다. --- p.283

2016년 한 달에 한 번씩 교사 대상 농사 교육 프로그램 ‘농사학림’으로 충남 홍성의 홍동, 장곡 지역을 방문하였다. 전교생 20여 명인 도시의 작은 학교 옥상 텃밭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기쁨을 누리던 교육농은 농촌 지역을 접하며 더 큰 가능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텃밭이 넓어지고 농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가능성이 아니었다. 홍성에서 만난 사람들은 1950년대 가난한 농촌 땅에 학교를 세우면서 학교는 사라져야 한다고, 교회를 세우며 교회는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을 말했던 사람들이었다. 체계와 조직을 세우는 동시에 경계하는 사람들. 진보의 가장 높은 상태는 자신이 세운 높은 성을 두고 다시 처음으로, 새로운 곳으로 떠날 용기가 아닐까? 그런 사람들의 정신이 마을의 단단한 근간이 되고 뿌리가 된 곳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지금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 도시의 질서와 다른 무엇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만났다. --- p.308

새로운 일에 집중해야 해서 2018년 2학기부터 장곡 마을학교에서는 빠졌지만, 아이들이 오는 화요일 오후는 기다려졌다. 마을학교가 있는 날이면 바쁘단 핑계가 무색하게 괜스레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안부 인사를 나눈다. 장곡초등학교 전교생을 안다는 건 나 혼자 엄청 뿌듯한 일이다. 오후 5시 즈음 버스를 타면 홍동중학교에 다니는 졸업생들을 만나고, 자전거 타고 농협 하나로마트 가는 길엔 학교 운동장에서 “솔~솔~” 하고 명랑한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간혹 주말 저녁 동네 식당에서는 가족과 외식하러 나온 아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손을 흔들어 반갑게 인사하면 같이 계시던 부모님이 저분은 누구냐고 묻는데 아이들은 보통 그냥 “솔솔”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나는 부모님과 어색하게 웃으며 눈인사를 나눈다. 그게 너무 좋다. --- p.326

학생들에게 배움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쁨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쁨, 체험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 나도 세상을 좋게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입니다. 성적의 강박이나 비교의 고통보다 기쁨이 성장과 자기실현의 적극적인 에너지가 됩니다. 농장에서 모를 심고 감자나 고구마를 캐서 구워 먹으면서 온몸의 오감이 살아나고, 다양성과 조화, 순환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세계를 발견하고, 가혹한 경쟁으로 왜곡되지 않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체험은 배움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 p.340

생산물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유지와 텃밭의 재생산에 중점을 둔다면, 학생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한 항상 무언가 타인을 유익하게 하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관계가 요구하는 일정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서로에게 유형무형의 유익함을 주고 유익함이 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심히 텃밭을 가꾸는 친구 주변에서 그 친구를 웃겨 주는 친구가 있을 수 있고, 옆 이랑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방향성을 갖지 않는 여러 가지 시점과 맥락 속에서 각자는 서로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는 것이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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