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의 등장에 따라 그에 맞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부터도 되풀이되어 왔던 현상으로서, 90년대에는 정보화 시대, 지식정보시대라는 용어와 함께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결국 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2017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교육패러다임, 새로운 교육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90년대 정보화시대에는 문제해결력을 지닌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었으며, 그 대책의 중심에 ‘구성주의(Constructivism), 그리고 그것의 실천적 모형으로서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혹은 ‘프로젝트 학습(Project Learning)’ 등과 같은 학습자중심모형들이 있었다. 이어서 2000년대 초반에는 ‘융합인재교육(STEAM 교육)’, ‘융복합교육’과 같은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적 방안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이러한 다양한 접근의 이론적 배경은 결국 구성주의로 귀결되고 있으며, 구체적 실천전략으로는 ‘프로젝트 학습’이라는 방식으로 모아진다는 점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이르러 또 다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방안의 하나가 바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과 같이 시작된 ‘메이커 교육(Maker Education)’이라고 할 수 있다(Davis, 2014; Gerstein, 2017; Halverson & Sheridan, 2014).
그러나 메이커 교육 역시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어 왔던 구성주의적 교육패러다임의 범주 안에서 접근하게 된다. 이는 메이커 교육의 핵심 역시, ‘메이커로서의 학습자 중심 학습’이자 ‘프로젝트학습’(Gerstein, 2017; Martinez & Stager 2014; van der Poel et al., 2016)이기 때문이다. ‘학습자 중심 학습’ 그리고 ‘프로젝트 학습’은 90년대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구성주의(Constructivism)의 영향 아래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교육적 특징이다. 그런데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에 탄생한 ‘메이커 교육’ 역시 이러한 동일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메이커 교육은 이전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교육적 접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메이커 교육은 그것을 탄생시킨 배경이 ‘메이커 운동’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때, 메이커 교육과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학습자 중심 학습’과의 차이점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실지로 메이커 교육을 실시하거나 그에 대한 논의를 할 때면, 항상 뒤따르는 질문이 있다. 첫째, 과거에 이뤄졌던 ‘노작활동’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일종의 ‘메이킹’ 활동은 많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등과학 수업에서도 수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핸즈언(hands-on) 활동’이라고 해서, 일종의 메이킹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로 받게 되는 질문은 ‘STEAM 교육’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STEAM 교육도 대부분 프로젝트 기반 활동으로 진행되며, 결과물로서 유형의 생산물(product)을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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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6년 2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메이커 교육’ 수업을 시작한 뒤, 관련 프로젝트 몇 개를 진행한 결과로서 얻은 결산이다. 이 과정을 통해 본인 역시 구성주의에서와 마찬가지로 메이커 교육에서도 강조하는 교강사의 역할, 곧, ‘동료 학습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메이커 교육에 필요한 새로운 앱이나 SW를 다룰 때는 이 분야 전문가인 대학원생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메이커 교육과 관련된 글을 읽을 때는 대학원생들과 같이 서로 생각들을 나누고, 토론하고, 고민했으며, 그러는 순간에도 서로 배운 바를 직접 실제 교실 수업상황에 적용해보고, 그 결과를 서로 나누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동료 학습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실지로 본인 역시 메이커 활동에 참여하여,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동안, 실로 오랜 만에 학습자의 입장에서 학습활동에 깊은 ‘몰입’과 ‘흥미’를 느낄 수도 있었다. 메이커 교육 수업은 대학원수업에 걸맞지 않게 많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건설적인 혼돈의 시간이 함께 하는 역동적인 시간이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은 그냥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머리’만의 작업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모두 투입되어 나온 생생한 경험과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메이커 교육을 공부하는 과정이 그리 큰 어려움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미 구성주의, PBL을 통해 메이커 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필요한 기본적 이론과 실천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결과적으로 이런 탐구와 고민의 시간을 거쳐 도달한 결론은 ‘메이커 교육은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현 사회적 요구와 특징이 반영되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모습의 구성주의’라는 확인이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메이커 교육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장은 메이커 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메이커 활동, 메이커 교육으로 이어지면서 메이커 교육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2장은 메이커 교육을 STEAM 교육의 한 버전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그것과 구분되어 접근해야 할지는 논의하고 있다. 3장은 메이커 교육을 실시한 다음에 뒤따르는 평가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인 만큼 기존의 평가틀이나 목적과는 분명 차별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전제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4장은 현재 국내외 메이커 교육의 사례 및 그 현황을 분석한 내용으로서 매우 유익한 리소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파트는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졌던 실제 메이커 교육사례들을 담고 있다. 메이커 교육이라는 대학원 수업을 들었던 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실현장에서 메이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여 메이커 교육이 과연 교육현장에서는 어떻게 실천될 수 있으며,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지를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5장은 대부분 교사들이 고민하고 궁금해 하는 내용, 곧, 메이커 교육을 교과과정 안에서 어떻게 도입, 적용할 수 있을지를 실제 적용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6장도 마찬가지로 초등사례로서 교과과정 내 메이커 교육 도입을 위한 방안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학생들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메이커 교육은 구성주의 학습환경을 더욱 명확히 실천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라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7장의 경우는 고등학교 사례로서, 메이커스페이스라는 메이커 활동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메이커 활동으로 삼고, 실지로 아무것도 없는 교실을 학생들과 교사의 협력적 작업을 통해, 번듯한 메이커스페이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분명 메이커 교육을 실시하고 싶어도, 메이커스페이스가 없어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작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7장은 대학사례인데, 메이커 교육에서 강조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태도와 정신,’ 곧,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Van Holm, 2015)에 착안하여, 대학의 ‘창업교육’이라는 과목을 통해 메이커 교육을 실시한 사례이다. 이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바는 스타트업과 같은 현 사회적 이슈나 기업가 정신과 같은 현 사회적 요구를 수용,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은 메이커 교육이라는 점이다. 이에 좀더 많은 대학에서 메이커 교육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학교가 아닌 비형식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비형식교육기관은 박물관. 미술관, 또는 도서관일 것이다. 실지로 국외의 경우, 많은 박물관?미술관에서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메이커 활동을 적극 수용,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청동에 있는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무한상상실 아트팹랩 Art Fab Lab’이란 이름으로 실시하고 있는 메이커 교육이 아마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현 상황에서 9장은 국내외 박물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메이커 교육의 현황을 전반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10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한 사립 박물관에서 이루어진 메이커 교육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박물관의 특성상 주로 일회성 프로그램 운영이 대부분인 제약적 조건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메이커 교육의 특성을 마음껏 지원한 프로그램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박물관이 메이커 교육을 실시하기에 매우 적절한 조건과 환경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1장은 도서관에서 이루어진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이다. 도서관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특성에 따라, 본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은 초등학생에서부터 고등학생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일반적으로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지는 메이커 활동의 모습과 오히려 유사한 것으로서, 실지로 본 사례에서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이 서로 협력하여 메이커 활동을 이루어가고, 그 결과로서 메이커 교육에서 강조하는 공유, 나눔, 개방이라는 협력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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