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야 형제에게는 지금껏 연인이 있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연이라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 혼자 꾸준히 쌓아 올린 호의를 짓밟히는 데 지나지 않는다. 팍삭 혹은 와지끈. 양치도 샴푸도 게을리하는 법 없고, 심성 고운 마미야 형제이긴 했으나, 실제로 그들과 면식이 있는 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볼품없는, 어쩐지 기분 나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너저분한, 도대체 그 나이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하고, 몇 푼 아끼자고 매번 슈퍼마켓 저녁 할인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는, 애당초 범주 밖의, 있을 수 없는,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절대 연애 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 남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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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못 해도 물에 뜨는 비트 판이 있으니 문제없다.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어도 여행을 갈 수 있고, 여자가 없어도 즐거운 일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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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게 아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바로 이럴 때다. 테츠노부가 상상하기에, 세간에서 아내로 불리는 여자들은 이럴 때 대단히 억척스럽게, 그러면서도 자애에 가득 찬 솜씨로 남편을 꾸짖고 달래면서 참을성있게 돌봐 주고, 옷을 벗기고, 물을 먹이고, 뜨거운 스팀타월을 만들어 얼굴을 닦아 줄 것 같다. 남편의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설교할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마시면 몸에 해로워요, 라든 뭐든.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마시는 위장약을 가방에 살짝 넣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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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아키노부는 자문해 보았다. 딱 한 번 만난 여자에게 반하는 건 정말로 이상한 일일까. 비디오 가게의 나오미만 해도, 아무 것도 모를 때 좋아하게 되었다. 맞선 상대가 대번에 마음에 들어 버린 적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는데 마음이 끌리기 때문에, 좀 더 알고 싶어져서 다가가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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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자. 조용히. 지금까지처럼." 뭐야. 형을 침실로 데려가면서 테츠노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동생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형은 쓸쓸한 거다. "화장실 말고 다른 데 토하지 마, 알았지?" 어조가 부드러워졌다. 언젠가 여기를 나가게 돼도. 테츠노부는 생각한다. 여기를 나가게 돼도, 나는 형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그게 누구든 - 지금은 우선, 사오리의 얼굴을 떠올린다 - 내 여자도 그러길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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