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롯데월드의 PR을 맡고 있는 대행사의 AE(혹은 롯데월드의 PR부서 담당자)가 기업 이미지 쇄신 및 내방객 증가를 위해 판도라TV, 엠군 등의 UCC사이트를 이용해 ‘CF공모전’을 제안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이벤트를 위해서 판도라TV에 배너광고 및 이벤트 페이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함은 물론이고, 경품을 마련하는 비용도 추가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CF공모전의 참여자 수를 제고하기 위해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에도 배너광고를 설치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니홈피, 블로그 등도 이번 행사를 위해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기획만 하더라도 적지 않은 돈이 소요되는데, 과연 이런 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이벤트인지에 관한 탄탄한 ground를 AE가 제시하지 못한다면, 고객사(이 경우에는 롯데월드)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One-argument-and-one-ground PR을 지향하는 AE라면, 먼저 ground의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 pp.25-26
이제 고객사의 관점에서 One-argument-and-one-ground PR을 해석해보자. 앞서 살펴본 ground의 확보 과정 없이 AE의 주관과 감(?)만으로 “요즘 UCC가 대세이니 우리도 UCC 공모전을 합시다”라고 주장한다면, 고객사는 그 AE는 물론이고 AE가 몸담고 있는 PR대행사를 더 이상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인 ground의 제시 및 이에 기반을 둔 현실감 있는 기획 능력을 PR대행사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고객사는 One-argument-and-one-ground PR을 수행할 역량이 부족한 대행사와 자사의 미래와 자원을 공유해서는 안 될 것이다. ground에 기반을 둔 PR은 집행 및 기획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대행사는 영어로 에이전시(agency)다. 에이전시는 바로 ‘대리인’이다. 대리인은 주주(이 경우 고객사)의 승인 하에, 주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주의 자금을 사용한다.
--- p.29
ground란 근거 혹은 데이터를 의미한다. PR실무자의 감과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는 근거가 아니라, 과학적이며 (가급적) 통계적인 절차를 거쳐 확보한 근거를 의미한다. 또한 ground는 공유하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근거를 의미한다.
“지난달에 내가 이 전자면도기를 사용해봤는데, 굉장히 편하더라”는 ground가 아니다. 이는 ‘나’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주관적인 ground에 불과하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ground는 아니다. 지난달에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전자면도기였는지 모르지만, 이번 달에는 혹 다음 달에는 불만족스러운 면도기일 수도 있다. 또한 나에게는 편리한 면도기였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편리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지난달에 내가 이 전자면도기를 사용해봤는데, 굉장히 편하더라”가 온전한 ground, 즉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은 ground가 되려면, 이번 달에 내가 사용했을 때도, 또 내 친구가 사용했을 때도 항상 편해야 하고, 내가 이 면도기를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이유와 내 친구가 이 면도기를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이유가 동일해야 한다.
--- pp.37-38
PR실무자의 역량과 전문성은 PR실무자(혹은 PR대행사)의 말과 글, 즉 argument로 평가받는다.
공허한 argument, 비합리적인 argument, 현실을 반영하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argument를 내세울 경우, 확대되는 PR영역으로부터 발생하는 과실을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다. ground에 기반을 두지 않은 argument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단 한 줄의 주장 혹은 제안도 허투루 하지 않는 PR’인 One-argument-and-one-ground PR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