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소개하는 하이디어 모델의 대부분은 내가 지난 2년간 SERI CEO www.sericeo.org에서 진행한 동영상 강의 ‘비즈니스 모델 세상’에서 소개한 내용을 선별 정리한 것이다. SERI CEO가 대한민국 경영자를 위한 아이디어 발전소 역할을 해온 것처럼, 이 책도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기획자나 자신만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분들께 영감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또한 열심히 사업을 하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가끔씩 들여다보며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사전과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이 책에서는 그 차이를 각각 ‘O.P.U.S’라는 4가지 키워드로 분류했다. O.P.U.S란 ‘Ordinary’, ‘Platform’, ‘Unique’, ‘Switch’의 첫 글자를 딴 약어이면서 단어 자체로는 ‘작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평범하면서, 서로 다른 누군가를 연결하고, 독특하면서도, 작은 것을 크게 전환시키는 하이디어의 4가지 유형이다. ---프롤로그 〈성공의 열쇠, 아이디어가 아닌 하이디어에 있다〉 중에서
영국의 13세 소년 로런스 룩이 ‘스마트 벨’이라는 상품을 개발해 약 25만 파운드를 벌었다는 외신 보도가 난 적이 있다. 스마트 벨은 일종의 진화된 초인종으로,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빈집이 ‘아닌 척’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만약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을 때 집에 아무도 없으면 자동으로 주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연결되는 구조다. 주인은 휴대폰을 통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응답할 수 있어,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로런스는 영국 내 대형 통신사와 2만 개 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통신사와도 추가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는 ‘빈집에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외출한 집주인이 이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이디어로 진화시킬 수 있을까?
먼저 감성역량을 발휘해보자. ‘사람들의 불편함, 아픔’이 뭔지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동시에 이를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주요 고객), 이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시장 규모),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지(고객가치)를 밝혀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융합역량으로 넘어가보자. 이 소년은 스마트 벨을 만들기 위해 벨을 누르면 집주인의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설계했고(핵심활동), 고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했으며(채널), 일반 고객이 아닌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수익 모델)하는 융합역량을 발휘했다.
만약 스마트 벨이 그냥 반짝이는 아이디어 수준으로 그쳤다면, 상품으로 탄생되지 못했거나 잘 만들고도 동네 근처를 돌아다니며 운 좋으면 하루 10개 정도 파는 데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에서 그치지 않 고 감성역량과 융합역량을 결합해 하이디어로 발전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감성역량과 융합역량을 갖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하이디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장 〈지금은 하이디어 시대〉 중에서
막상 편의점에 가보면 물건이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이는 비단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고객들이 무엇을 선호할지 몰라 되도록 다양한 물건을 구비해놓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랭킹랭퀸은 분야별로 판매량 1위에서 5위까지 아이템만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 홈페이지 역시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진열된 상품 앞에 놓인 순위표다. 가장 잘 팔리는 상품 1위, 2위, 3위, 4위, 5위… 이와 더불어 곧 랭킹에 진입할 유망주도 1위부터 5위까지 소개하고 있다. 마치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는 것 같다.
신뢰도 높은 자료를 바탕으로 엄선해 진열된 물건만 판매하므로 고객들은 일반 매장에서 쇼핑할 때보다 훨씬 편하게 제품을 고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한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제품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겸, 지나가는 길에 구경이라도 할 겸 한번이라도 더 들르게 된다. 이처럼 랭킹랭퀸은 좀 더 효율적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하며, 더불어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트렌드 헌팅 장소’가 되었다. --- 2장 〈평범함에서 ‘와우wow!’를 발견하다〉,‘옥석을 가려내 선보이는 한 차원 높은 쇼핑 공간, 랭킹랭퀸’ 중에서
얼마 전 영화 [로보캅]의 한 열성팬이 영화의 배경인 디트로이트 시내에 로보캅 동상을 만들겠다며 6만 달러가 넘는 돈을 오직 인터넷을 통해 조달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재주가 있기에 자신은 한 푼도 내지 않고 단지 인터넷으로만 우리 돈으로 6,0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소셜 펀딩, 즉 크라우드 펀딩이다.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의 힘을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소셜 펀딩은 전 세계적인 붐을 이루고 있는데, 그 선두주자가 바로 킥스타터다.
킥스타터의 폭발적인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이들만의 독특한 게임의 법칙이다.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방식으로, 정해진 기간에 목표금액이 다 모아지지 않으면 펀딩이 없었던 것으로 되어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후원하는 프로젝트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고, 이는 결국 더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실제 킥스타터 캠페인의 모금 성공 비율은 43% 정도다. 사업 출발 당시 창립자들은 5% 내외의 성공률을 기대했다고 하니 초기 기대에 비해 꽤 성공을 거둔 셈이다. 킥스타터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동안 상업 예술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인디 예술 분야의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3장 〈플랫폼이 곧 하이디어다〉,‘십시일반으로 소중한 꿈을 이뤄주는 곳, 킥스타터’ 중에서
어린 자녀를 둔 가정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비를 걱정하지 않는 집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면 최소 월 30만 원 이상 들어간다. 캐나다의 경우는 어떨까? 맞벌이가 일반화된 캐나다도 직장맘이 아이를 맡기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만 6세 미만의 유아들을 돌봐주는 키즈앤컴퍼니에 아이를 맡기는 가정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를 맡기는 비용이 무료인 데다, 교육 프로그램은 캐나다에서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2년 문을 연 이후 2007년까지 매출액이 1만 2,639%나 증가해 캐나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키즈앤컴퍼니는 직장에서 복지 차원으로 임직원들의 육아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B2C가 아닌 B2B 모델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회사 비용으로 아이들을 믿을 수 있는 기관에 맡기니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회사도 기왕 투입하는 복지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직원들의 로열티를 제고해 좋은 근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 일석이조다. 키즈앤컴퍼니도 개인이 아닌 기업 대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장 〈나만의 독특함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내 돈 들이지 않고 아이를 맡긴다, 키즈앤컴퍼니’ 중에서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아이디어는 사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이를 구상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패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10점이 될 수도, 100점이 될 수도 있다.
성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시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 즉 ‘게임의 법칙’을 잘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시장조사와 경쟁자 분석, 마케팅 계획에만 치중돼 있고, 또 이것을 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이며, 이를 통해 몇 년 후 얼마를 벌 수 있다는 막연한 숫자만 가득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을 우리 회사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것이 하이디어 모델의 강점이다. 고객이 불편해하고 아파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 따뜻하고도 냉철한 시각으로 판단해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것, 그리하여 사업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하이디어의 전략이다.
---에필로그 〈투석문로, 주저 말고 뛰어들어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