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묘노바는 청동 테를 두른 계란형 거울 앞에 다가가서 초콜릿 조각을 던진 일류센코를 나무라듯 보다 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고,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그녀의 얼굴은 복숭아처럼 팽 팽했다. 눈썹은 길고 밍크 털처럼 윤이 났다. 눈꺼풀은 아몬드처럼 휘어져 있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시선 이었다.
“아니 왜 싸웠어?”
일류센코는 쩝쩝 소리를 내면서 질문했다. “애를 못 낳게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는 알레르기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 못 키우게 했어.” 세묘노바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긴 성경에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오긴 해. 개는 열네 번 언급되지. 사자는 열다섯 번 언급돼. 그런데 고양이는 한 번도 안 나온단 말이야.”
일류센코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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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맙소사!”
그녀는 자신의 아이폰을 흔들면서 속삭였다.
“오 맙소사! 부처에 일하는 모든 직원에게 전송됐어.” “무슨 일이에요, 나탈리아 페트로브나?”
부하 직원들이 질문했지만, 그녀는 반짝이는 애플 아이패드를 누르고는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더니 이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급 공무원이던 여성 두 명이 그녀의 뒤를 따라 뛰어갔고, 나머지는 사제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누군가는 벌써 탄식하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웃고 있는 톨랴 주위로 모였다. 누군가의 손가락이 핸드폰 화면을 터치하자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게 뭐죠?”
레노치카가 관심을 보였다. “봐!”
톨랴는 신이 나서 그녀를 부르고는 사진을 보여줬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사진이 그 눈앞에 있었다. 사 진은 뻔뻔하리만치 자유분방하고, 인간의 모든 법과 예의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있었다. 가늘고 긴 다 리가 달린 등받이 없는 바 의자에 한 타락한 여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악마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다름 아닌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 모두가 알던 여 자가 아니었고 타락한 창녀처럼 보였다. 그녀의 양 어깨에는 화려한 색의 보아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 고, 빵같이 비대한 몸은 코르셋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며, 묵 같은 가슴은 흘러넘쳐 있었다. 망태기 같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두꺼운 다리는 서커스에서 곡예 할 때처럼 쩍 벌어져 있었고, 날카로운 구두 굽은 뒤집혀 검은 망사 팬티로 간신히 숨겨진 여성의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탈리아 페트로브나의 빨간 입에는 메탈로 된 채찍의 손잡이가 물려 있었다. ‘채찍으로 스무 번을 때 리면 죽지만, 살짝 스치면 간지럽지.’ 레노치카는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동료들의 머리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 들은 잔뜩 흥분해서 응접실 안을 계속 분주하게 움직였고,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구글에 나탈 리아 페트로브나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연관검색어에 ‘코르셋’, ‘채찍’, ‘BDSM’, ‘모욕’ 등을 쳤다. 사제는 이미 그곳을 떠났지만, 도유 냄새는 여전히 진하게 공기 중에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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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치카는 어린 그녀의 목덜미를 내리치던 어머니의 돌덩이같이 억센 주먹을 기억하고 있다. 수프가 탔다는 이유로, 그녀가 낙제를 했기 때문에, 스타킹을 더럽게 신었다는 이유로 어머니는 레노치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겨서는 미친 사람처럼 슬픔과 광기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는 레노치카의 이마를 벽에 찧어댔다. 이마는 벽에 툭툭툭 부딪히면서 마치 모스 부호의 E-E-E와 같은 소리를 냈는데, 그 소리가 들리면 옆 방에 있던, 보드카에 잔뜩 취한 아버지가 몸도 가누지 못한 채로 욕을 해댔다. 아버지의 짧은 삶에서 잠시나마 화려하게 타올랐던 그의 회사는 부도로 영원히 문을 닫았다. 일도 돈도 없어진 그는 술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고를 전전했다. 그의 셔츠는 엔진 오일과 식초에 절인 마늘 냄새에 늘 절어 있었다. 집에 올 때면 그는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고는 잔뜩 화가 난 상태로 어머니한테 달려들었고, 그러면 어머니의 볼과 눈두덩이에는 빨간 줄이 부어오르곤 했다.
그런 날이면 레노치카는 잔뜩 겁을 먹고 부모님의 싸움을 피해서 부엌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고, 라디에이터 옆에는 바퀴벌레가 사각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잔뜩 열을 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 침대에서 화해했고, 다음 날 아침에 크고 무시무시한 한쪽 손을 소파 베드에 축 늘어뜨린 채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한편 어머니는 풍성한 앞머리로 멍든 자국을 가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했고, 저녁 무렵에는 피로에 찌들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힘겹게 귀가했다. 장바구니 속에는 감자의 알뿌리나 흑빵이 불쌍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레노치카는 어제와는 또 다른 이유로 혼이 났다. 한 번은 바보같이 다리미로 어머니가 아끼는 원피스를 다리다가 태웠다. 그러자 합성섬유로 된 원피스는 주름이 지더니 아코디언처럼 되어버렸고 가슴 부분에는 보기 흉한 삼각형 모양의 구멍이 생겼다. 어머니는 집에 돌아와서는 다리미의 전선으로 그녀의 종아리를 때렸다. ‘울어, 울라니까, 개 같은 년!’이라고 어머니는 아무리 때려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레노치카에게 진저리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곤 지쳤다는 듯 체벌을 관두고는 슬리퍼 신은 한쪽 다리로 딸의 배를 걷어찼다. 레노치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면서 꼬리뼈를 심하게 부딪쳤고, 어머니는 옆집 여자한테 가버렸다. 닳아빠진 구두 밑창에는 구두
굽이 덜렁거렸고, 복사뼈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났다. 어머니가 나가고 방수 모조 피혁으로 된 문이 쾅 하고 닫히자 그제야 레노치카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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