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하고 차지고 야무지게!
청춘의 시작은 이러하다. 채워 넣는다. 그것이 한탄이든 기쁨이든 눈물이든 채워 넣는 작업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힘들어한다. 시작과 끝이 모호한 이 과정은 대개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다. 그 작업에 있어서 내가 한 발 먼저 나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선배란 말은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책의 제목으로 ‘청춘매뉴얼 제작소’를 떠올렸다.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다. 감히 내가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리고 나에게 정답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도 정답일 수는 없다. 같이 듣고, 같이 고민하자.
낭떠러지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낭떠러지에 떨어진다. 그러니 어두컴컴한 곳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내딛고 올라와서 기쁨을 누려라.
나도 바닥이다. 나와 같이 올라가자. --- 〈프롤로그〉 중에서
“열정 없는 청춘 어떡하죠?”
20대의 빛나는 청춘, 그런데 아무런 의욕이 없다면, 취직도 연애도 그저 피곤하고 귀찮을 뿐이라면 어떡해야 할까? 당신의 20대가 펑크 난 타이어 같아서 존재의 의미를 도저히 알 수 없다면, 정말로 대한민국 정규 교육을 잘 받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으로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교과 과정은 오직 잘 만들어진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개인의 교양은 결코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신이 피곤하고 지친 것이다.
그나마도 대학 입학과 함께 찾아온 시간적 여유는 의미 없는 유흥으로 흘려보내고 학점과 자격증, 즉 스펙 관리를 위해 다시 고 3 시절로 돌아간다. 그렇게 스펙 쌓기에 시달리거나, 지향점을 잃은 채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고민한다. 아니면 짧게나마 목표를 세웠다가 방황하고 다시 세웠다가 방황하는 무한 반복의 덫에 빠진다.
이 지독한 무한 반복의 순환은 시간이 해결해 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시간의 관성에 맡겨버리면 대학이란 공간은 사회로 바뀌고 교복 대신 정장을 입은 채 또다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라게 될 뿐이다. 이때 해주고 싶은 말은 ‘쳐다보라’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갈 곳을 바라보기라도 하라는 뜻이다. --- 〈1장 동생, 쫄면 지는 거야〉 중에서
“‘탈출’ 걱정을 하려거든 ‘바닥’부터 긁어라”
차 안에서, 스튜디오 안에서, 거래처에서 문득 생각난 목표들을 메모장이나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고, 이를 바탕으로 ‘청춘의 기획서’를 반복해서 작성한다. 그중에서도 성공한 기획 중 하나가 ‘TV 해설자’였다. 막무가내로 부딪쳐봐야 소득이 없을 것은 뻔했지만 남에게 의지하다 보면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다리기보다는 인터넷과 UCC로 나를 알리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 국내에는 격투기 관련 서적이 마니아들이 보는 교본이어서 어려웠기 때문에 기술 하나하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기 쉽고 코믹하게 동영상으로 만들면 먹힐 것 같았다. 5분 남짓한 짤막한 ‘로우킥의 비밀’이란 동영상을 만들고 인터넷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포털사이트의 메인에 올라가면서 하루에만 수십만 명이 보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동영상을 계속 만들었다. KO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멀쩡한 액정 모니터를 주먹으로 때려 망가뜨리기도 했고, 목 주변의 경동맥을 조르는 초크, 팔의 관절을 노리는 암바 기술을 직접 당해서 실신 직전까지도 갔다. 단순한 강연이나 강좌가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을 패러디하여 격투기 마니아가 아니라 일반인도 재미있게 보게끔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렇게 수십 편의 동영상을 만들며 1년쯤 지났을 때, UFC를 방송하는 ‘슈퍼액션’이란 방송국에서 오디션을 보고, 드디어 해설자가 되었다. --- 〈1장 동생, 쫄면 지는 거야〉 중에서
“근성과 깡으로 거침없이”
윤강철은 멕시코 톱클래스 레슬러들과 몸을 섞으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힘든 수련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 TNA 챔피언들을 상대로 멋진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협회가 재정난에 빠지면서 그에게 약속했던 조건은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그는 실업자가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양계장에서도 일하고,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꿈을 버릴 수는 없었다.
돈이 된다고 하기에 택배 일을 시작했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 승합차 택배를 택했다. 무거운 짐을 나르며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일부러 계단을 오르내렸다. 배달이 늦는다고 짜증내는
고객도 있었지만, 그에겐 하체를 단련시키는 일이 더 중요했다.
사실 그는 이미 장애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척추 주변의 뼈가 부러진 상태인데, 두텁고 강한 척추기립근이 둘러싸고 있어서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그의 공중제비는 느려지? 있다. 의사는 그가 프로레슬러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면서 절대 하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윤강철은 이를 거부하고 어린 제자들과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면서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밤에는 다마스에 화물을 채우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런 그가 2009년 3월에 열린 대회에서 일본과 독일 선수를 꺾고 챔피언이 되었다. 그는 정말 챔피언 벨트가 어울리는, 정말 독한 남자다. --- 〈1장 “김남훈이 만난 독한 남자” - 퀵서비스 기사 프로레슬링 챔피언 윤강철〉 중에서
“청춘이라면 파이터처럼”
‘아,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잠시 뒤돌아갈까도 싶지만, 세컨드에 이끌려 긴 복도를 지나 검정색 차양을 걷고 플래시와 환호성이 교차하는 경기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많이 준비했는데도 떨린다. 하지만 내가 원해서 온 길이다. 내 등을 떠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발목을 잡으며 말리는 사람들만 있었다.
그렇구나, 내가 선택한 길이구나. 이 길을 위해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렸구나. 이 사실을 자각
하는 순간, 선수들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링으로 들어선다.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온 길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길이라는 것을 자각한다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의 당신에게 만족하는가? 청춘라면 파이터처럼, 자신의 일에 일말의 후회도 없이 부딪쳐라. 지루한 판정승보다는 KO를 노리며 때리고 맞고, 맞고 때리며 앞으로 나가라. 링에서 손이 올라가고 승자 선언을 받든, 누워서 천장을 보든 간에 말이다. 링에서 싸운 사람만이 승리와 패배의 통지표를 열람할 수 있다. 출전도 하지 않으면 승패도 없다. --- 〈2장 어금니 꽉 물고, 인생의 링 위에 서라〉 중에서
“때로는 영혼의 리셋이 필요하다”
강철처럼 육체를 단련한 이들도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마는데, 흔히들 ‘KO’라고 하는 녹아웃은 격투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녹아웃이 선수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종 회로라는 사실이다.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충격의 임계치를 벗어나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간 절명할 수 있기에 현 상황을 피할 계기를 만들기 위해 몸과 마음이 모두 리셋되는 것이다. 만약 녹아웃이 없다면 격투기 선수는 몸에 쌓이는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무력한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샌드백처럼 두드려
맞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한다. (중략)
당신의 인생이 정말 힘들고 지친다면 그냥 뻗어버려라. 아예 저세상으로 가라는 말은 아니다. 가장 보편적이고 안전한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도록 기차를 타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좋다. 여유가 없다면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린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서너 시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시간 정도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몸에 좀이 쑤시고 이것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 〈4장 청춘에게 KO란 없다〉 중에서
“강한 사자는 함부로 짖지 않는다”
진정으로 강한 이들은 요란하지 않다. 육식동물들은 결코 함부로 짖지 않는다. 그것들이 입을 벌리고 성대를 울리는 순간은 결정타를 날리기 직전뿐이다. 하지만 똥개는 짖는다. 약하니까 짖는 것이다. 자신보다 강한 것에는 비굴하고, 자신보다 약한 이는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정 강한 사람은 실력을 갈고닦으며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니까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 허위로 학력을 만들고,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친다.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것은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아니요, 남 위에 올라서겠다는 욕망 때문만도 아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니,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밌는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서 몸에 식스팩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직립보행하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막고, 상반신과 하반신을 연결해주기 위해 복근, 즉 식스팩이 있다. 다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식이요법과 근력 운동을 통해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뿐이다. 분명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니 노력하면 끄집어낼 수 있다.
--- 〈5장 선빵불패: 너만의 인생승률을 높이기 위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