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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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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장군

이붕우 | 샘터 | 2016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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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8g | 140*195*30mm
ISBN13 9788946420311
ISBN10 89464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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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붕우
어릴 적 꿈이 버스 운전수였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평생의 길잡이로 삼아 자기 인생의 길을 운전해왔다.
42번 국도가 지나가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의 시골 마을에서, 1959년 겨울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이듬해 여름 아버지를 여의었고, 열한 살 봄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순탄치 않은 환경이 오히려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생각과 도전’을 거듭하며 주어지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선택해나갔다.
시대의 물결에 밀려 1978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육군 하사가 되었고, 우연히 비친 한 줄기 빛을 따라 1980년 육군사관학교의 길로 들어섰다. 절심함으로 모든 걸 이겨내고 육군 소위가 됐다. 28년째 되던 2012년 가을, 장군 계급에 당도했다.
국방부 장관 연설문 담당(2001), 이라크 자이툰부대 정훈공보참모(2005-6), 국방부 공보과장 겸 부대변인(2007-9), 합참 공보실장(2010-2), 육군정훈공보실장(2012-4) 등을 지냈다. 대통령 표창(2003/2011), 보국포장(2006), 보국훈장 천수장(2015)을 수상했다.
2014년 말 준장으로 군인의 길을 벗어나 지금은 자유와 노래가 있는 길에서 국방을 성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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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어느 봄날, 아픈 엄마는 하얀 한복을 입고 시장 병원에 가신다며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셨다. 집에서 신작로까지 꽤 먼 거리를 엄마는 힘들게 걸어가셨다. 버스를 타기 전 신작로 옆 돌 위에 앉아 계시던 엄마. 그 후 나는 수도 없이 시장에서 집까지 엄마를 태운 마음의 버스를 운전했다. 그러나 엄마는 끝내 정류장에 내리지 않으셨다. 그날 저만치 신작로에 힘겹게 앉아 계시던 엄마의 모습이 내가 본 살아 계신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다.
아! 마음속 운전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린 버스 운전수여! 병원에 가신 엄마를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어린 것이여! 막내 얼굴을 끝내 못 보신 채 죽음의 얼굴로 돌아오신 내 어머니여!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내 고향 안흥의 어린 버스 운전수는 시장에서 집 앞 정류장까지 마음속 버스를 여전히 몰고 있다. “오라이잇!” “부릉부릉.”
시골 버스 차창에 비친 지난 세월의 풍경이 가슴을 적신다.
---「나의 일곱 살 꿈은 버스 운전수였다」중에서

사람이 산다는 것을 반추해본다. 나는 지금껏 시간표가 인생인 줄 알고 살았다. ‘이거 마치면 다음에 저걸 해야지. 내가 계급이 여기까지 됐으니 다음 진급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조직이 요구하는 시간, 거기에 맞춰야 했던 나는 시간을 중심으로 이정표를 세우고 살았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순간을 옳게 사는 방법이라 여기고 말이다.
공간보다 시간 중심으로 살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는 늘 종속적이고 부차적인 것이 되기 마련이다. 그저 미래가 중요해져서 현재의 삶은 철저히 무시되기도 하고 희생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아니면 바쁜 세상을 비켜나서인가, 민간 나이 스물한 살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공간 중심으로 살면 어떨까?’
습관적으로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시간 중심의 사고다. 그러나 정작 과거와 미래는 시간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공간으로서만 존재한다. 과거는 형태와 기억이라는 남겨진 공간으로 존재하고, 미래는 우리의 뇌 공간 속 상상에서만 존재한다. 과거는 현재가 지나간 궤적이고 미래는 현재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이 일치하는 ‘지금 여기(Now Here)’에 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이 제대로 사는 삶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은 시간 그 자체이기보다 현재 내게 주어진 ‘기회의 선택과 결정이 가져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민간 나이 스물한 살에」중에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거친 길과 평탄한 길. 오솔길과 넓은 길. 편했던 길과 고단했던 길, 위기의 길……. 눈 감으니 지나온 그 길들이 까마득히 펼쳐진다.
그래서 문득 돌아본다. 안개에 싸인 지나온 산들이 높아져 있다. 내가 멀리 왔고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다. 비로소 시간과 공간의 질서 속에서 생각이 제자리를 잡는다. 세상의 겉이 호수처럼 고요하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은 엄마를 태운 버스, 차마 눈 감을 수 없을 때 너무 일찍 눈을 감아버리신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공부로 얻은 인생 버스표, 한 줄기 빛을 따라 빨려 들어간 군대로의 길, 빨간 신호등에 걸려 길 위에 멈춰 선 순간들. 제시간을 지키지 않고 제 공간을 벗어난 것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나의 갈 길을 비틀고, 어쩌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해보면 모든 게 기적이다. “휴우.” 깊은 숨을 몰아쉰다. 숨비소리가 난다.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질서란 정해진 시간을 지키고, 정해진 공간을 차지하며, 만물의 이치와 동행하는 것이다. 나는 군대라는 공간에서 군대의 시간을 보내며 군대가 요구하는 이치를 따랐다. 그 대가로 군대가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시간과 공간, 보람과 긍지에 머무를 수 있었다. 나는 이제 군대가 아닌 시간과 공간에서, 군대와 떨어진 생각의 질서 속에서 산다.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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