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호감을 가졌던 감우성 씨의 편지를 보고 이준익 감독이 쓴 답장의 전문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그들은 바로 만났다. 그리하여 영화 속 ‘장생’은 진정한 주인을 만났고, 감독의 진심과 정성은 천만 돌파 영화로 이어졌다. 물론 그 이전에 서로 너무 좋아하며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인 연산 역 정진영 씨의 믿음과 기다림이 없었으면 이런 이야기는 공개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마케팅을 담당했을 뿐이지만 <왕의 남자>라는 영화를 통해서 크게 배운 것이 있다. “진심은 누구에게든 통한다”라는 것이다.
- <이준익 감독의 프러포즈> 중에서

<라디오 스타>를 촬영하기 전 배우들이 모두 모여 리딩을 하던 날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는 자리라서 서로 어색하던 와중이기도 했다. 박중훈 씨가 자신의 시나리오에 메모해둔 것을 찍어둔 사진을 찾아냈는데 다시 보니 참 새롭다. 당시에 그가 내게 귓속말로 사람들의 이름을 물어가며 메모를 해둔 것들이다. 특히 그룹 ‘노브레인’네 명이 헷갈렸는지 그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각각 캐릭터들의 특징을 혼자서 살짝 귀엽게 그려둔 것이 너무 웃겼다. 박중훈 씨, 안성기 선배님 이 두 분은 촬영장에서 거의 모든 스태프들의 이름을 외워 불러주기로 유명한 분들이며, 성공하는 사람들은 분명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 <인간적이고 세심한 중훈 씨> 중에서

한두 사람쯤과는 죽도록 맞서보고 나니 그동안 싸움에 대한 내 주장과 태도가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주먹이 오가고 언성이 높아지는 싸움이 아니라 속으로도 ‘이건 싸움이다’라고 분명히 느껴지는 그런 묘한 순간이 감지될 때가 있다. ‘피할까 말까’를 당연히 고민하다가 ‘이건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나처럼 싸움이라면 무조건 피하고 견디지 못했던 사람은 나 자신을 다스리는 싸움에서도 또 다른 나를 설득하고 합리화시켜 그 싸움조차 피하려는 속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싸움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 그것을 견디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모든 싸움은 ‘이기자’가 당연히 끝이요 목표겠지만, 졌을 때 얻어지는 인생의 깊이 또한 처절하게 경험하고 지나가야 나를 알게 되는 것이다. 싸운다는 것, 무조건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