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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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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 그의 인생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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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08g | 140*210*30mm
ISBN13 9788993690637
ISBN10 899369063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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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저히 그림 장사를 참아낼 수 없었다. 화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잠자코 넘기기 어려웠다. 엊그제도 가슴에 훈장을 잔뜩 단 장교에게 시시한 그림을 비싼 값에 팔았다. 빈센트는 그 수단 좋은 판매원과 그를 칭찬하는 부르동을 참을 수 없었다. 모두 한통속이 되어 남의 돈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니 밤이 되어서도 울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미술상이 아니라 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빈센트는 시무룩해 있었는데, 한 부인이 화랑에 들어서더니 거실용 그림을 찾았다.
“거실용 그림이라는 건 없습니다.”
빈센트의 말에 부인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좋은 그림과 나쁜 그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실용이라든지 식당용 그림은 없습니다.” --- p.39~40

한번은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있던 한 농부에게 그림 한 장을 그려주고 빵 한 조각을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림을 그려 빵을 얻은 것이다. 그는 매우 기뻤다. 빵 한 조각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지쳐 잠이 들면 꿈속에서 새파란 야채와 노란 과일, 빨간 고기 따위가 수북이 담긴 식탁을 보았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한없이 처량했다. 처음 눈을 떠서는 꿈과 현실 속에서 배고픔도 깨닫지 못하다가 차차 위 속이 아파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배고픔을 느꼈다. 배고픔 앞에서 그는 속수무책이었다. 자신을 속이려 했지만 현실의 굶주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 p.90

빈센트는 자기가 쓴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는 흡족해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부치지는 못했다. 돈이 한 푼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있다. 나를 비웃는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맞는 걸까? 그들 눈에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무능력한 괴짜겠지. 그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이 망나니로 생각하는 남자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이런 생각을 하며 빈센트는 열여덟 번째로 철제 요람을 그렸다. …역시 잘 되지 않았다. 그는 화가 나서 그것을 화판에서 떼버렸다. 그러고는 파이프를 물고 창가로 가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요람이고 종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내동댕이치고 뛰어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앉아서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잘됐다. 그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또 그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 p.149

‘다행히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그려야 할 것이 아주 많다. 이 세계를 그림으로 다시 빚어내는 일은 얼마나 오묘한 일인지. 또 색채라는 것은 얼마나 포착하기 어려운 것인지. 얼마나 많은 비밀이 색채 속에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옆에 어느 색채가 있느냐에 따라 암적색도 밝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적회색의 붉음도 정도의 차가 느껴진다. 보랏빛과 연보랏빛 옆에 있는 황색은 아주 조금만 진해도 두드러져 보인다. 불그스름한 빛깔 위에 적갈색을 엷게 칠하면 햇빛을 받는 붉은 지붕 빛깔이 된다. 이렇게 섞으면 섞을수록 색채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세상의 색채를 모두 물감으로 만 들어낼 수는 없으리.’ --- p.176

“그림은 비싸게 팔리나?”
“재료비만 벌어도 좋겠어. 롤랑, 정말이지 나는 언제나 이렇게 한심한 걸까.”
“그렇게만 생각할 순 없지. 자넨 그림 그리는 일이 즐겁잖아.”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자넨 왜 자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에서 보수까지 바라나? 자네의 즐거움이 바로 보수 아닌가? 나 같은 우체부는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언제나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저곳 다녀야 하니 보수를 받아야 하지만.”
“롤랑, 이 철학자 양반아. 하지만 어떤 일이든 보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아마도 그렇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하는 일에서 얻는 보수 따위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네.” --- p.288~289

그날 아침 빈센트는 격심한 두통을 느꼈지만 이젤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씨를 뿌리는 그림 속 사람이 노란 악마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느닷없이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빈센트에게 입김을 불어댔다. 빈센트는 발바닥과 장딴지, 등뼈에 이르기까지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게다가 스멀스멀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노란 악마 녀석!”
빈센트는 마치 야수가 부르짖듯 이렇게 외치더니 계속해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다가 까무러쳤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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