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왔다.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토록 각오를 철저히 하고 만반의 대비를 했으면서도 영원히 오지 말았으면 싶고, 또 어느 땐 져도 좋으니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하던 결전의 날이었다. 그 동안 나는 무수히 시험을 치르고 많은 경쟁을 해보았지만 그날만큼 긴장한 적이 없었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침착해야 된다고, 그래야 이길 수 있다는 다짐을 열 번쯤은 한 것 같았다.

그러나 긴장으로 시합을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상큼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에 올랐을 때 활기가 가슴속부터 채워지기 시작하여 온몸으로 퍼져 나가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 주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달리며 경주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이미 그 코스를 따라 열 번도 넘게 연습을 해보았기 때문에 눈 감고도 훤했다. 학교에서 출발하여, 강둑길이 끝나는 소은 형네 오두막집을 돌아 상류에 있는 큰다리까지 갔다가 다시 유턴하여 학교로 돌아와 운동장 한 바퀴를 돈 다음 결승점 테이프를 끊는 거였다.

그리고 이 경주는 나와 석주가 단독으로 겨루는 시합이 아니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우리 동네 아이들의 자전거 축제처럼 되어 버렸고, 경주에 참가하는 인원만 해도 열 명이 넘었다. 자연 남자 애들은 물론 여자 애들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묘한 흥분과 열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소은 형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이 작은 축제를 주관하는 대장답게 몇몇 아이들을 이끌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하얀 횟가루로 결승전을 긋고, 당직 선생님께 이것저것 양해를 구하고,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온 어린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경기가 끝나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복숭아, 참외, 수박 등 제철 과일과 메추리 알, 우렁이, 다슬기 삶은 것 등을 준비하는데 신경을 썼다.

“세상은 네가 본 만큼 넓고, 네가 사유한 만큼 단순하고, 네가 사랑한 만큼 아름다운 거야.”<br/><br/>어린시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없는 아이들만이 행할 수 있는, 소위 '왕따'라 불리는 폭력 행위를 겪은 주인공 '정민'. 그는 벙어리 엄마와 가난하게 사는 '소은 형'의 은은한 보살핌으로 잃었던 자신감을 얻어 간다.<br/><br/>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소은 형', 그리고 그에게서 배운 '자전거'가 소설 『소은 씨와 초록빛 자전거』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다. 주인공 정민이 자전거를 배우게 된 동기와 그로 인해 가질 수 있었던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모든 사람들이 기억 저편에 꼭꼭 숨겨 두고 되새겨보는 어린날의 추억들을 연상시킨다. <br/><br/>전체 구성은 프롤로그, 12개의 장, 에필로그로 되어 있다. 12개의 장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크게 나눈 것이다.<br/><br/>작가는 성장 소설의 일반적인 구조를 중시함으로써 시간적인 순서를 따랐다.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소담스럽고 애뜻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금씩 커가는 소년의 방황과 갈등, 사랑, 학교라는 곳에서의 사회적 위치 등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은 겪었음직한 사건들과 어우러져 주인공의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