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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봉, 이종암 등의 1920년대 의열 투쟁

정만진 | 국토 | 2019년 08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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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7쪽 | 600g | 152*225*17mm
ISBN13 9791188701117
ISBN10 118870111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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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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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은 압록강 너머 단둥에 다시 닿자마자, 고모부 황상규에게 들릴 리도 없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도 왔습니다. 앞으로 부지런히 중국과 국내를 오가며 신명을 바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김원봉은 그로부터 27년이 흐르도록, 1945년에 이르러 나라가 일제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 독립이 되는 그날까지 단 한 번도 삼천리 금수강산을 거닐어보지 못했다. 본인도 그처럼 가혹한 시간이 자신에게 주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가열차게 일제에 맞서 싸우다보면 언젠가는 독립된 조국에서 신명나게 살 수 있으리라 여겼을 뿐이다.
그 첫 투쟁이 바로 파리강화회의에 자객을 보낸 일이었다. 파리강화회의 참석차 파리에 온 일본 대표를 세계만방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듯이, 처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거사를 진행하기 위한 회합은 금릉대학에 입학하고 다섯 달 뒤, 즉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두 달가량 지난 1918년 12월 말부터 가졌다.
“내년 정월 18일부터 승전국들이 파리에 모여 회의를 한다니, 우리 자객도 그 일정에 맞춰서 파리로 가야 해.”
“어떻게 파리까지 갈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파리까지 가는 데에는 두 달 이상이 걸려. 늦어도 1월 중에 출발을 해야 하는데, 강화회의에 가서 세계만방이 지켜보는 가운데 왜놈을 처단하는 일 자체가 지난한 것은 물론이지만, 파리까지 가는 일만 해도 어마어마한 난관이야.”
“권총도 준비해야 하고, 일제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도착해야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
김원봉, 김약수, 이여성이 번갈아가며 걱정을 나누었다. 듣고 있던 김철성이 크게 웃으면서 호언장담을 했다.
“걱정하지 마라 카잖아(말하지 않느냐)! 부산 사나이 파리에 가서 기필코 왜놈을 사살하고야 말 끼다(것이다). 배만 타만(타면) 누버(누워)있어도 불란서끄지(프랑스까지) 가는데 무신(무슨) 걱정들이 그키(그렇게) 많노?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부산 바닷가에서 살았는데 배 타는 거야 귀신 아이가(아니냐)! 와(왜) 너거들이(너희들이) 걱정이고(걱정이냐)? 내가 반드시 안중근 의사처럼 왜놈의 명을 끊어놓고 말 끼다(것이다).”
김철성이 그렇게 큰소리를 내지를 때는 다들 덩달아 웃었다. 하지만 그가,
“근데(그런데) 우리 오늘 보는 것이 마지막이겠다! 내가 파리에서 거사를 성공하고 나면 꼭 자결을 할 꺼(것) 아이가(아니냐)! 왜놈들한테 붙재피서(붙잡혀서) 고문을 당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였을 때는 모두들 저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품은 채 흥구공원으로 향할 때 백범 김구가 그에게 ‘저 세상에서 만납시다.’ 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탓에 김철성이,
“울지 마라. 울긴 와(왜) 우노(우느냐)? 장부출가(丈夫出家) 생불환(生不還)이라 했잖아? 금릉대학에 적을 걸치났으민서(걸쳐놓았으면서) 그런 것도 안 배안나(배웠느냐)? 내가 우리말로 옮기주까(옮겨줄까)? 대장부가 집을 떠나면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명언도 모르면 대학 댕기밨자(다녀보았자) 다 헛일이다. 금릉대학 그만 두뿌라(두어버려라)!”
하고 억지 우스갯소리를 해서 김원봉, 김약수, 이여성의 비장한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세 사람은 끝내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넷이서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헤어졌다.
김철성이 프랑스로 가는 배를 타려고 상해로 떠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만주와 노령 일대에서 활약하는 지사들이 중심이 되어 나라의 독립을 선언했다. 2월 1일에 발표된 ‘무오독립선언’은 망국 이후 최초의 독립선언이었다.
--- p.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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