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생활환경이 좁아지고 허약해지는 나이 많은 남자가 있습니다. 부인은 보건소 입원실에 누워 있고 자신의 건강에도 자꾸만 문제가 생기는 남자.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는 자식과 손자들이지만 그들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새로운 기술과 관습과 음식들을 이해하기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사회는 그 남자를 노인, 그리고 일종의 애물단지로 여깁니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자기 손으로 집을 짓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42세 젊은이로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그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그럼프의 깊이는 바로 거기서 나옵니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럼프의 이야기는 짧게 끝났을 것입니다. 까칠한 겉모습 뒤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부드러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다른 이에게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전달해주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인생은 헛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지은이의 말」중에서
저녁때 서울발 뉴스를 통해 커다란 엉덩이에 오렌지색 얼굴과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이 뚱뚱한 소년과 하는 말다툼을 전해 들었다. 나는 화면에 대고 말다툼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허풍쟁이들은 당장 사우나 뒤로 데리고 가서 주먹으로 정수리를 비벼주고 팔을 살짝 비틀어주고 일주일 동안 물과 맨밥만 먹여야 한다. 허풍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끼워주어야 한다. 내버려두면 화만 키우게 되고 허풍쟁이의 주먹은 야구방망이가 되었다가 수소폭탄이 될 것이다. 다른 방법은 독재자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에게 찰리 채플린이나 짐 캐리 같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배꼽을 잡고 웃는 미치광이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양키 미치광이는 화염과 분노에 대해 지껄였고 핵폭탄 버튼을 누르고 싶은 격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건 장난감이다. 진짜 장난감은 솔방울로 만든 소, 오리나무 창, 줄넘기 줄인데 말이다. 김 씨와 도널드 씨는 줄넘기 대회에서나 승부를 겨뤄야 한다. 그게 훨씬 안전하다.
---「뚱뚱한 소년」중에서
승무원이 비상시 산소마스크 쓰는 방법과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10킬로미터 상공을 날아가는 이 쇳덩이 속에서 조그마한 안전벨트가 정말로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 장난감 같은 안전벨트 하나면 정말로 충분한지 물었다. 땅에서는 무엇을 하든 헬멧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자전거를 탈 때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굿 포 유어 헬스」중에서
화장실을 왜 전문 센터, 안마 시술소, 무도장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구멍만 있으면 충분하고, 일을 마치면 인분은 비료로 사용하면 된다. 요즘 사람들은 훌륭한 거름을 가까운 강으로 흘려보내 버리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엉덩이가 깨끗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에만 집중한다. 우리가 아기들인가? 곧 공중화장실에는 간호사들이 엉덩이에 분을 발라주고 나이 든 남자들을 포대기로 감싸주는 기저귀교환대가 생길 것이다. 그냥 싸버리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이유로 건강한 성인들을 위한 기저귀도 생기는 건가?
---「노래하는 화장실」중에서
인생의 어려움을 위하여 잔을 들었다. 그리고 인생의 일부인 죽음을 위하여.
우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사가 사진 앨범을 가져와서 그들의 어머니가 찍힌 사진 여덟 장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어머니는 갓난아기였고, 마지막 사진에서는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관에 누워 있었다. 사진에 있는 어머니의 형제들은 지금 어디 있는지 물었다.
기사는 침묵했고, 이 씨는 1953년에 자를 댄 듯 국경선이 그어졌다고 말했다. 그 선은 집 한가운데, 산 한가운데, 텃밭 한가운데, 가족 한가운데를 지나갔다. 국경 저편에는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들이 남았다.
모두가 조용했다. 나는 국경 저편에 남은 친척들을 위하여 잔을 들었다.
---「김치와 소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