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일이 힘들고 피곤해도 일단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게 안심되고 안락하고 평온하다. 사랑을 하는 심장이 파닥파닥 뛰고 두근두근 설렌다. 함께 주방에 서서 야식을 만들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팝콘을 먹으며 비디오를 보고, 깔깔 웃으면서 춤을 추고……. 부담 없는 친구를 불러 저녁식사를 즐기는 밤도 있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이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다리가 퉁퉁 붓도록 온 세계를 돌아다닌들 어느 쇼핑몰과 백화점에서도 살 수 없다. 스스로 몸과 머리를 써서 노력하지 않고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미미와 하루는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대개는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낸다. 만약 기분이 나빠질 것 같을 때는 주위에서 웃을거리를 찾아본다. 세상에는 괴상한 사람과 동물, 엉뚱한 사건이 가득 해서 금세 키득키득 웃게 된다. 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행복은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까 걸어가는 거야' 중에서
“당신이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했어요. 그리고 이제야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알았어요. 소다를 만들 때도, 사랑하는 내 마음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자꾸 녹아버려서 몇 번이나 다시 만들었다죠. 늦어서 미안해요.
샤벳이 말했다.
“고마워요. 나는 당신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을 만큼 당신을 좋아해요.”
부리부리한 눈에 사랑을 가득 담아 말하는 브브.
극장의 어둠은 연인들을 부드럽게 감싼다.
두 시간의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줄곧 샤벳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조니 뎁이 아니라 털이 복슬복슬하고 코끝이 작고 검은 테리어였던 걸 보면, 그녀의 넘버 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원……은 브브가 되어버린 것 같다._50쪽[당신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을 만큼]중에서
베호의 구슬픈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린키와 시마조를 둘러싸고 두 사람의 행복을 축하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베호의 눈물 따위에는 전혀 안중에 없다.
“봐요, 역시. 아무도 나를 감싸주지 않아요.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그렇지 않아. 내가 있잖아. 나는 당신의 친구잖아.”
가면남은 쭈그려 앉아 그녀를 껴안았다. 셔츠에 베호의 따뜻한 눈물이 번진다.
“당신이 빈정대기 좋아하고 심술궂긴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따뜻한 고양이야. 나는 알아. 봐, 당신의 눈물은 이렇게 따뜻하잖아.”
“정말요?”
베호는 얼굴을 들고 가면남을 바라보았다.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요. 눈물은 누구의 것이라도 따뜻한 거잖아요?”
“응, 아마도. 그러니까 말이야, 세상에는 정말로 마음이 차가운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날씨가 좋은 날에는 피크닉을 가자' 중에서
공골라 씨와 그레이스는 서로에게 완전히 빠져 사이좋게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갔다.
남은 린키와 시마조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
“일단, 뭐, 경사, 경축……. 그런데 좀 이상한 커플이야.”
“정말, 정말. 이런 식으로 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어쨌거나 저 두 사람, 눈을 감고 함께 꿈을 꾸는 사이가 되었으니 다행이네.”
“그러게.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으니까.”
연애를 하려면 눈을 감아라. 그렇게 말한 게 누구더라?
겨우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린키와 시마조도 눈을 감고, 뺨을 맞대고 키스를 했다. 커플 혀 피어싱이 부딪치며 달캉달캉 미미한 소리를 낸다. 두 사람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작고 부드럽고 섬세한……. 그것은 행복의 소리.
'귀찮은 방해자로부터 신혼생활 사수하기' 중에서
“내가 보기에 그건 병도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도 아니에요. 당신은 사랑을 하고 있어요. 단지 그것뿐이라구요.”
“네? 사랑?”
“그렇지만, 대체 누구를요?”
“그것도 몰라요? 순진한 병아...리도 아니고. 당신이 사랑하는 상대는 닥터 존 가라잖아요.”
“네?”
릴리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당신은 밤에도 마음 놓고 잠을 못 자는 거예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고. 때때로 미치도록 가슴이 답답한 적도 있지 않아요? 그의 병원에 가면 울렁울렁거리죠? 그러면서 그 사람 앞에서 전혀 솔직해지질 못하고, 그건 상사병의 전형적인 증세예요. 이 감미로움과 씁쓸함은 모두 사랑이라는 것이 저지르는 짓이라구요.”
'두근두근 심장병과 말똥말똥 불면증을 치료하는 법' 중에서
“정말 세상은 어째서 이럴까? 무엇이든 다 있어. 이런 신기한 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도, 기적 같은 멋진 일도. 물론 때로는 싫은 일도 있지만…….”
“이런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응, 이런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미미 양은 몸을 구부려 자고 있는 베호의 뺨에 쪽 하? 소리 내어 뽀뽀한 후 “해피 버스데이!” 하고 말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요.”
그리고 가면남에게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뜨면서 프랭크 자파의 음악에 맞춰 흥얼거린다.
“행복은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까 글어가는 거야…….”
---'삶은 놀람의 연속, 서프라이즈 생일파티' 중에서